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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세금 징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이 나온 뒤 정치권에선 이를 삼성 비자금으로 보는 등 논란이 점차 확대되는 형국이다. 지난 2008년 조준웅 삼성특별검사팀에서 찾아낸 차명계좌 외 추가로 계좌가 더 발견되는 등 그 실체가 드러나고 있는 것.

앞서 작년 10월 국정감사 당시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 회장이 세금, 과징금 등을 제대로 납부하지 않았으며, 이는 금융위원회가 유권해석을 잘못 내렸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후 지난해 11월 구성된 더불어민주당 '이건희 등 차명계좌 과세 및 금융실명제 제도 개선 태스크포스(TF)'(아래 민주당TF)는 금융감독원에 이 회장 차명계좌 전수조사를 요구했다. 이를 통해 32개 계좌가 추가로 발견됐다. 이와 함께 민주당TF는 여러 정황들을 근거로 차명계좌들이 이건희 회장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국감 이후 현재까지 이어져오고 있는 이 회장 차명계좌 관련 쟁점들과 남은 과제를 문답 형식으로 정리해봤다.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 더 있다? ⓒ 고정미
①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는 모두 몇 개인가.
- 지난해 12월 금융위의 민간자문단 금융행정혁신위원회는 '금융행정혁신 보고서'에서 2008년 삼성특검팀이 찾아낸 이 회장 차명계좌는 모두 1197개(중복계좌 2개 제외) 계좌라고 밝혔다. 이 중 금융실명법상 실명확인 절차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재를 받았던 계좌는 1021개다. 또 이 가운데에서 금융실명제(아래 실명제) 시행일(1993년 8월) 이후 개설된 1001개 계좌는 과거 삼성 구조조정본부에서 임직원들의 이름으로 만든 계좌들이다. 그 후 삼성 쪽이 이 계좌들에 들어있던 돈에 대해 제대로 된 세금을 내지 않고 찾아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어 지난 3일 박용진 의원실은 삼성특검 차명계좌 관련 검사 및 점검과정에서 32개의 차명계좌를 추가 발견했다고 밝혔다. 실명제 시행 이후 만들어진 계좌는 1202개, 이전 개설 계좌는 27개라는 것. 또 박용진 의원실은 2007년 말 기준 차명계좌 1229개에 들어있는 돈의 액수는 2조1646억 원 상당이며, 예금 약 2918억 원, 주식 약 1조7829억 원, 채권 899억 원 등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진 계좌는 965억 원 상당이며, 추가로 발견된 32개 계좌에는 약 55억 원이 들어있다는 것이 박용진 의원실 쪽 설명이다.

② 삼성 쪽에서 차명계좌에 들어 있는 돈을 언제 빼갔나. 
- 박용진 의원실에 따르면 2008년 1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136개 계좌에서 인출이 발생했다. 예금은 9488억 원, 주식은 1조173억 원, 채권은 126억 원 상당이다. 모두 약 1조9787억 원의 돈이 빠져나간 것이다. 이 가운데 지난 2008년 인출된 금액은 모두 1조9448억 원으로, 인출된 금액의 98.3%에 해당한다. 2008년 중에서도 12월에 빠져나간 돈은 모두 1조3521억 원으로, 인출 금액의 69.4%가 이 당시에 빠져나가게 된다.

박용진 의원실은 1229개 차명계좌 가운데 이건희 회장 명의로 전환된 것은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삼성특검에서 수사 결과를 발표한 시점은 2008년 4월17일이고, 금융위가 차명계좌가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는 유권해석을 내린 것은 같은 해 4월11일이다. 금융당국의 유권해석이 나온 그 해 대부분의 돈이 빠져나간 셈이다.

③ 앞서 삼성특검 당시 삼성 쪽은 차명계좌를 이 회장 명의로 바꾸고, 세금을 내겠다고 했었다. 이런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것인지. 
- 지난 2008년 삼성특검 이후 이학수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삼성그룹 경영쇄신 내용'을 발표했었다. 이때 이 전 부회장은 "특검에서 조세포탈 문제가 된 차명계좌는 과거 경영권 보호를 위해 명의신탁한 것으로 이번에 이건희 회장 실명으로 전환하게 된다"고 밝혔었다.

또 그는 "이에 대해 이 회장은 누락된 세금 등을 모두 납부한 후 남는 돈을 회장이나 가족을 위해 쓰지는 않겠다고 하면서 유익한 일에 쓸 수 있는 방도를 찾아보자고 했다"고 전했다. 삼성 쪽이 이 회장의 이름이 아닌 다른 사람 이름으로 만들어진 계좌의 명의를 이 회장으로 바꾸고, 이에 따라 세금을 제대로 내겠다고 국민 앞에 약속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런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16일 박용진 의원은 이 회장의 차명계좌가 이 회장 명의로 전환되지 않고, 이 계좌들의 돈이 인출됐다고 주장했다.

④ 차명계좌의 돈이 실명전환 없이 인출되는 일이 어떻게 가능했는지. 
- 이 회장 차명계좌의 돈이 인출된 것은 금융위가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유권해석을 내린 결과라는 것이 박 의원의 설명이다. 금융위가 2008년 이명박 정부 시절 1997년 대법원 판결을 바탕으로, 차명계좌임이 밝혀진 경우라도 실명전환의 대상이 아니라는 의견을 내놨다는 것이다. 이에 삼성 쪽이 이 유권해석을 바탕으로 대부분의 차명계좌를 실명 전환하지 않고, 과징금이나 이자소득세 등을 내지 않은 채 돈을 빼갔다는 얘기다.

당시 국감에서 박 의원은 "1997년 판결을 근거로 이 회장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의무가 없다고 했다는 (금융위의 2008년 당시) 공문서가 저희에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 판결 내용은 보충의견이므로 법적 효력이 없다"고 덧붙였다.

⑤ 차명계좌의 실명전환 의무가 없다는 말이 무슨 뜻인가.
- 어떤 계좌에 대해 실명전환 의무가 없다는 것은 그 계좌가 비실명계좌가 아닌 실명계좌라는 것을 뜻한다. 이 때문에 차명계좌가 비실명계좌임에도 이를 실명으로 바꾸지 않은, 다시 말해 금융실명법을 어긴 계좌에 매기는 차등과세, 과징금 부과의 대상도 당연히 아니라는 것이다. 금융위는 '개똥이' 등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이름으로 된 계좌만 실명전환 대상이며, 타인 이름으로 된 계좌는 실명전환 대상이 아니라고 봤다. 이런 판단의 근거로 금융위는 대법원의 판결을 참고했는데, 이는 해당 판결 주 내용이 아닌 이에 딸린 보충의견이었기 때문에 이를 참고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다고 박 의원이 주장한 것이다. 이에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금융위가 이 회장에 돈을 챙겨주고 그런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⑥ 이런 금융위의 반응과는 다르게 이건희 차명계좌에 붙은 이자의 90%에 대해 세금을 내도록 하는 '차등과세'가 진행되고 있는데.
- 이후 금융위는 지난해 10월30일 국회 정무위원회 종합감사에서 변화된 입장을 내보였다. 당시 금융위는 "금융실명법 제5조와 관련해 사후에 객관적 증거에 의해 확인된 차명계좌는 차등과세 대상이라는 원칙을 유지해왔다"고 설명한 것. 이 회장 차명계좌의 경우 일반 동창회 계좌 등과 달리 검찰 조사 결과 등 객관적 증거에 의해 차명계좌라고 드러난 것이기 때문에 90% 차등과세가 가능하다고 했다는 얘기다. 이어 금융위는 지난해 12월 이 같은 내용의 유권해석을 국세청에 전달했고, 국세청은 현재 2008년 1월 이후 개설된 차명계좌에 대해 차등과세를 하고 있다.

⑦ 그렇지만 차명계좌 원금의 50%를 거둬들이는 과징금 부과에 대한 논란은 여전히 남아있다. 금융위는 이건희 차명계좌가 차등과세 대상이지만, 과징금 부과 대상은 아니라는 입장인데. 
- 금융실명제 실시 이후 개설 차명계좌는 과징금 부과 대상이 아니라는 데에는 금융위와 민주당TF 모두 동의하고 있다. 문제는 금융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진 20여 개의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선 과징금을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과 그렇지 않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상황.

이와 관련해 지난해 12월21일 기자간담회에서 최 금융위원장은 "금융실명제법 이전에 만들어진 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는 건 앞으로 입법적으로 (국회에서) 논의되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현행법상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 부과는 어렵다고 둘러 말한 것이다. 이때 최 위원장은  "동창회 이름 등으로 개설되는 계좌도 굉장히 많다"며 "(이 회장의 계좌를 포함한) 모든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게 되면 모든 차명계좌가 불법이 된다"는 주장을 펼쳤다.

⑧ 동창회 계좌 등과 특검 등에서 밝혀낸 차명계좌를 똑같이 취급해야 한다면 이 회장 차명계좌에 차등과세도 할 수 없는 것 아닌지. 
- 이런 금융위 쪽 입장은 그 전날인 12월20일 금융행정혁신위원회(아래 혁신위)가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을 부과하라고 한 것과 반대되는 것이다. 당시 혁신위는 "삼성특검으로 드러난 금융실명제 이전 개설 차명계좌에 대해 과징금 및 소득세 부과가 필요하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후 <오마이뉴스>와 통화에서 윤석헌 혁신위원장은 "똑같은 (계좌인) 건데 소득에는 중과세를 부과하고, 그 원금에 대해선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다는 것은 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며 설명했다.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차등과세를 부과할 수 있다면,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한 논란이 지속되자 금융위는 결국 해당 내용에 대한 판단을 내려달라고 법제처에 의뢰했다. 보도자료에서 금융위는 "실명제 실시 이후, 차명에 의해 실명전환하거나 실명 확인한 경우 1993년 긴급명령 및 현행 금융실명법 등에 따른 실명전환 및 과징금 징수 대상인지 여부에 대해 논란이 있다"고 했다. 이어 "행정운영의 적법성과 타당성을 확보하기 위해 법제처에 법령해석을 요청했다"고 금융위는 덧붙였다.

⑨ 만약 법제처가 실명제 이전에 만들어진 이 회장 차명계좌에 과징금 부과가 가능하다는 판단을 내리면 실제 부과가 가능해지는지. 
- 법적으로는 가능해질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 과징금 부과가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3일 박용진 의원실에서는 이 회장 차명계좌 관련 점검결과를 발표하며, 1993년 실명제 시행 당시 이 회장 차명계좌 자산을 확인하기 곤란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회장 차명계좌의 대부분은 주식계좌인데, 금융투자업규정에 따르면 주문기록, 매매명세 등 투자자의 금융투자상품의 거래관련 자료의 보존 기간은 최소 10년으로 규정돼있다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규정은 지난 2008년 8월 제정됐는데, 이 규정대로라면 1993년 실명제 실시 이전에 만들어진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정보는 현재 남아있지 않다는 얘기다. 당시 주식계좌에 들어있던 돈이 명확히 얼마인지 알아야 이 돈의 절반을 과징금으로 거둘 수 있는데 관련 자료가 남아있지 않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어려울 수 있다는 이야기가 일부에서 나온다.

⑩ 과징금 부과 문제가 해결된다면, 현재까지 드러난 이 회장 차명계좌 과세와 관련한 논란은 일단락되는 것인지. 
- 앞서 금융위가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차등과세 대상이라는 입장을 명확히 하고, 이에 따라 국세청이 차등과세를 집행하고 있는데 이에 적용하는 기간이 문제가 되고 있다. 민주당TF는 국세청이 국세기본법상 부과제척기간 10년을 적용해, 지난 2008년 1월 귀속분부터 과세 가능하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TF는 지난해 12월 "차명계좌에 대한 차등과세는 계좌개설일부터 해지일까지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국세청은 부과제척 기간과 과세기간을 혼동해 2008년 1월 귀속분부터만 과세하겠다고 하는 상황"이라고 TF 쪽은 덧붙였다. 2008년 1월 이후 만들어진 차명계좌에만 차등과세를 적용하면 과세 대상이 되는 계좌는 전체 계좌 중 일부에 불과한데, 이런 처분이 잘못됐다는 얘기다.

⑪ 이 회장 차명계좌 과세 문제가 불거지면서 최근 정치권에선 이 회장 차명계좌에 대해 전면 재수사를 해야 한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 지난 3일 민주당TF는 중간보고서를 발표하고, 2008년 이건희 회장 차명계좌에 대한 전면 수사 및 조준웅 특검에 대한 수사를 통한 국민적 의혹의 철저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검 수사 이후에도 국세청, 금감원, 경찰 등에 의해 이건희의 새로운 차명계좌가 계속해서 발견되고 있어, 당시 수사가 미진했던 것으로 판단된다는 것이다.

또 민주당TF는 삼성특검이 밝힌 이건희 회장 차명재산이 비자금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당시 특검은 이 회장 차명재산을 이병철 선대 회장으로부터 상속된 것으로 봤지만, 2조3000억 원 규모의 삼성생명 차명주식 가운데 80%가 이 선대 회장 사후 유상증자로 형성된 것이 확인됐다는 것. 더불어 민주당TF는 앞서 2008년 금감원 조사로 드러난 이 회장 차명계좌 1021개 중 1020개는 이병철 선대 회장 사후인 1988년 이후에 개설됐다고 설명했다. 이 회장 차명계좌의 돈이 단순한 상속 재산이라면 이는 모두 이 선대 회장 사망 당시인 1987년에 개설돼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이는 이 회장의 비자금일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⑫ 이 같은 이건희 회장 비자금 의혹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지. 
- 민주당TF는 최근 이 회장 한남동 자택공사 비리와 관련한 추가 차명계좌가 경찰 수사에 의해 확인되고 있어 이 계좌와 지난 2008년 밝혀진 차명계좌의 연관성을 수사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지난해 8월 참여연대가 추가 발견된 차명계좌에 대한 검찰 고발을 접수했고, 국세청 역시 고발 조치를 취한 바 있어, 민주당TF 쪽은 검찰이 이를 적극 수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태그:#이건희, #차명계좌, #비자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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