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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말은 항상 명쾌하다.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이 진보적이고 객관적이다. 이것이 내가 느끼는 유시민의 매력이다. 이제는 하나 늘었다. 목표 의식이 분명하다는 것이다. 목표가 뚜렷하지 못했던 20대를 후회했던 그는 정치를 바꿔보겠다는 일념으로 정치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고난의 길에서 괴로워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고 목표를 바꾸었다. 이제는 마음 설레는 일을 하며 살겠다 한다. 그러며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분명히 세우고 원하는 방식으로 살아가라 말한다.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 생각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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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살 것인가>는 그의 확고한 신념과 가치관을 잘 보여준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라, 죽음을 포함한 삶 전체는 자신의 자유 의지에 따라 결정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그 삶은 어떻게 꾸려갈 것인가'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다방면으로 통찰하여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의 청춘은 80년대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정의로운 세상'이 시대의 목표였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 누구보다 순수하고 열정적으로 살았다. 누가 뭐래도 그의 20대는 목표 지향적이었고 진실로 품격 있었다. 그러나 자신이 계획한 삶이 아니었기에 훌륭하지 못했다고 스스로는 말한다. 그저 부당한 강요에 굴복하는 것이 너무 비참하여 발버둥 친 것이라고.

그는 돌고 돌아 결국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찾아냈다. 자신을 글쟁이라 칭하며 마음이 설렌다 말한다. 우리에게도 그러라 말한다.

'하고 싶어서 마음이 설레는 일을 하자. 그 일을 열정적으로 남보다 잘하자. 그리고 그걸로 밥도 먹자. 이것이 성공한 인생이 아니겠는가.(p.78)'

나 역시 쓸모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유시민의 관점에서 스스로에게 성공한 사람이라 말해주고 싶다. 크고 거창한 일이 아닐지라도 나를 설레게 하는 일들로 삶을 채우고 싶다. 하지만 변화를 두려워하는 나는 벌써 보수인지 모르겠다. 이 책은 나에게 존엄하고 품격 있는 삶이 무엇인지를 고민하게 만든다. 세상일에 무심하며 눈에 보이는 삶을 위해 살아온 나에게 돌을 던지는 듯하다.

그는 정치인이었다. 정치를 떠나니 더욱 평온해 보이는 그에게 정치는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말한다. 정치는 어려운 세상을 함께 손잡고 살아나가기 위함(연대)이라고.

'내게 정치는 연대의 한 방법이었다. 연대는 아픔과 기쁨에 대한 공감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과 손을 잡고 사회적인 선과 미덕을 실현하는 행위이다. 그런 점에서 내게 정치는 스무 살에 야학 교사를 한 것과 방식만 다를 뿐 본질은 같은 것이었다.(p.186)'

그는 지난달 청와대 국민 청원을 통해 초등학교 빈 교실을 어린이집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그동안 안전사고나 재정부담 책임 등을 이유로 교육계의 반대가 있었으나 대중적 관심이 커지자 교육부와 복지부가 이견 조정을 거쳐 합의하였다.

그가 말하는 정치는, 연대는 바로 이러한 것이다. 세상을 바라보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도록 목소리를 높이고, 힘을 보태는 것. 비록 정치권은 떠났지만 그가 가진 정확한 시선과 정당한 방식으로 계속 나 같은 정치 문외한을 일깨워주길 바란다.

그는 이 책을 통해 가족의 힘도 이야기한다. '성격, 가치관, 생활 방식, 취향이 생물학적 문화적으로 가족사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p.300)'고 말한다. 어린 아이들을 키우고 있는 나에게는 가정의 역할을 말하는 것 같아 사뭇 진지해졌다.

또 '부모의 꿈, 정서, 가치관, 감정, 부모가 외부 환경의 자극에 대응하는 방식. 이 모든 것이 아이의 뇌에 영향을 준다(p.216)' 하니 조금 더 의연해지고 너그러워야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결국엔 그의 부모도 그와 같지 않았으니 내가 무엇을 의도할수록 아이는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흘러갈까 두렵다.

그저 항상 얘기해왔듯이 우리 아이들이 언제나 행복하길 바란다. 첫 아이가 태어나고 어떤 아이로 성장했으면 좋겠냐는 누군가의 물음에 행복한 아이가 되었으면 좋겠다했다. 그 마음은 여전히 변함없다. 하지만 그 막연한 행복을 어떻게 아이 손에 쥐어줄 것인가.

그는 이 역시 명확하게 말한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설계하고 원하는 삶의 방식을 찾아, 시행착오를 통해 이루는 기쁨이 행복이라고. 자신의 삶을 직시하고 목표를 분명히 설정하여 노력하는 것은 우리 삶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바라보고 성장하는 다음 세대에도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그는 이 책을 쓰는 것이 '내 인생을 관통한 목표와 원칙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무엇이었는지, 내 삶을 지배한 감정과 욕망은 어떤 것이었는지, 과연 나는 내게 맞는 삶을 살았는지 살펴보는 일(p.7)'이었다고 말한다.

이토록 솔직하게 자신을 드러낼 수 있었던 것은 매순간 최선을 다해 달려온 자신의 삶에 대한 자부심이 있기에 가능하지 않았을까 싶다. 자신감과 용기, 당당함이 그를 빛나게 한다.


어떻게 살 것인가 - 힐링에서 스탠딩으로!

유시민 지음, 생각의길(2013)


태그:#유시민, #어떻게 살 것인가, #정치, #삶,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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