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고지가 서울인 두 프로스포츠 구단이 선수단 개편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프로야구 LG 트윈스, 프로축구 FC 서울은 10년 가까이 팀의 중심적인 선수로 활약했던 정성훈과 데얀을 각각 떠나보내 팬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두 팀의 최근 행보는 묘하게 닮은 부분이 많다. 서울과 LG 모두 서울 연고지의 인기 구단이며 지난 시즌 나란히 실망스러운 성적을 거뒀다. 2016년 우승을 차지했던 FC 서울은 지난 시즌 리그 5위에 그쳤다. 다음 시즌 아시아 챔피언스리그(ACL) 티켓을 따내는 데도 실패했고 각종 컵대회에서도 조기 탈락하며 무관에 그치는 수모를 당했다. LG는 우승 후보라는 평가가 무색하게 6위에 그치며 가을야구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두 팀은 나란히 지난 시즌을 마치고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LG는 양상문 전 감독이 단장으로 보직을 이동하고 삼성 라이온즈의 황금시대를 이끌었던 류중일 감독을 새롭게 선임했다. 몇 년간 젊은 선수들 위주로 리빌딩을 추진해온 LG는 올겨울 베테랑 정성훈을 방출한 데 이어 2차 드래프트를 통하여 손주인, 이병규, 유원상 등도 모두 팀을 떠나며 선수단 정리 작업에 돌입했다. 반면 메이저리그에서 유턴한 김현수를 영입하는 데 4년 115억이라는 역대 FA 외야수 최고액을 베팅해 전력을 보강했다.

서울 역시 간판 공격수로 활약했던 데얀과 결별한 것은 물론 30대를 훌쩍 넘긴 김치우-조찬호와 재계약을 하지 않았다. 대신 에반드로, 조영욱, 박동진, 정현철, 김성준 등 비교적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영입했다. 황선홍 감독이 추구하는 빠르고 조직적인 축구에 부합하는 선수단을 꾸리기 위한 포석으로 보인다.

 지난 23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모터스와 FC서울의 경기. 후반전 서울 데얀이 팀 첫번째 골을 넣고 빠르게 중앙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지난해 7월 23일 오후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K리그 클래식 전북 현대 모터스와 FC서울의 경기. 후반전 서울 데얀이 팀 첫번째 골을 넣고 빠르게 중앙선으로 이동하고 있다. ⓒ 연합뉴스


정성훈-데얀 방출, 왜 팬들은 화가 났을까

하지만 두 팀의 팬들은 구단의 행보에 대하여 불만과 우려의 시선을 쏟아내고 있다. 첫째로 팀에 오랫동안 헌신한 간판스타들을 하루아침에 내친 모양새를 두고 '토사구팽'이라는 비판이 높다. 정성훈은 LG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아니지만 2009년 FA로 쌍둥이군단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무려 9년간이나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팀에 기여해온 선수다. 데얀은 K리그에서 통산 173골을 넣으며 외국인 선수 최다 득점 기록을 보유하고 있으며 서울의 '살아있는 전설'로 불리던 선수였다. 두 선수 모두 나이는 들었지만 건재한 기량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점에서 굳이 서둘러 결별할 필요가 있었냐는 의문도 나온다. 지난 시즌 정성훈은 3할대 타율을, 데얀은 19골을 기록했다.

LG는 전통적으로 이상훈, 김재현, 유지현 등 이용 가치가 떨어진 구단 레전드들을 홀대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불과 1년 전만 하더라도 구단의 또다른 레전드인 이병규를 사실상 '강제 은퇴'로 몰아가는 모습으로 팬들의 불만이 누적된 상태였다. 게다가 이번 정성훈의 방출까지 이어져 결국 폭발하는 계기가 되었다는 평가다.

데얀은 심지어 서울의 최대 라이벌 팀인 수원으로 이적이 확정돼 또 다른 역풍을 예고하고 있다. 수원과 서울은 '슈퍼매치' 더비로 유명한 K리그의 최대 라이벌이고, 데얀은 수원을 상대로 총 7골이나 기록한 슈퍼매치 역대 최다 득점자이기도 하다. 당장 서울로서는 다음 시즌 슈퍼매치에서 적으로 만나게 될 데얀의 존재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둘째는 구단이 내세운 '리빌딩'이라는 명분에 대한 의구심이다. 서울과 LG 모두 지난 시즌이후 팀 개편의 필요성을 절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사실상 성적부진의 책임을 베테랑 선수들에게만 일방적으로 전가하여 희생양을 만들었다는 반론도 나온다.

LG는 이미 양상문 단장이 감독으로 부임했던 2014년 이후부터 꾸준히 리빌딩을 이야기해왔다. 하지만 지난 시즌 꾸준히 기회를 얻었던 젊은 선수들 중 기대에 부응했다고 할 만한 이는 그리 많지 않았다. 김현수나 차우찬 같은 대형 FA 한두 명을 영입하는 데 200억 원이 넘는 돈을 투자했지만 오버페이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반면 정작 데이비드 허프같이 전력상 반드시 잡아야 할 선수는 잡지 못해 다음 시즌 전력구상에도 의문부호가 붙은 상황이다.

 정성훈은 LG 유니폼을 입은 8년 동안 5번이나 3할 타율을 기록했다.

정성훈은 2009년 FA로 LG트윈스의 유니폼을 입은 이후 무려 9년간이나 꾸준한 성적을 올리며 팀에 기여해온 선수다. ⓒ LG 트윈스


진짜 '리빌딩' 맞나요? 두 수장을 믿을 수 없는 이유

FC 서울은 '황선홍 감독이 추구하는 빠른 축구에 맞지 않다'며 데얀을 떠나보냈지만 정작 팀 기여도가 거의 없었던 코바와 칼레드를 남겼다. 잦은 무릎부상으로 인해 활동량과 골 결정력이 현저히 떨어지는 박주영 역시 여전히 잔류 협상 중이다. 박주영은 황감독의 빠르고 역동적인 축구와 어울리지 않은 '유리몸'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시즌 대구에서 11골을 넣으며 활약한 에반드로는 힘과 스피드를 갖춘 선수지만 과연 '데얀의 대체자'가 될 만한 무게감을 갖춘 선수인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반면 기량이 이제 전성기에 접어드는 윤일록이 J리그 요코하마로 이적했고 유망주로 꼽히던 임민혁과 김정환은 모두 광주로 떠났다. 팀에 오랫동안 기여하거나 검증된 선수들은 잇달아 내보내면서 그렇다고 딱히 젊지도 실력이 월등하지도 않은 선수들을 외부에서 끌어모아서 새 판을 짜겠다는 서울의 이상한 리빌딩 행보에 팬들이 불안감을 가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두 팀을 향한 비난의 화살이 사실상 특정인에게 몰리고 있다는 것도 눈에 띄는 부분이다. LG 팬들은 양상문 감독에게, FC 서울 팬들은 황선홍 감독에게 성토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양상문 단장은 감독 시절에 이어 단장으로 승격한 지금도 팀의 리빌딩 노선과 베테랑 홀대를 사실상 지휘하고 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서울은 황감독이 부임한 이후 전임 최용수 감독 시절에 비해 성적과 재미를 모두 놓치고 있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았다. 무엇보다 지난 시즌 성적 부진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할 수장이 오히려 '선수들에게만 책임을 전가하고 자신들은 배후에 빠져있는 모양새'로 비친다. 팬들의 불만이 더욱 커진 이유다.

서울과 LG로서는 2018 시즌의 행보가 매우 중요하게 됐다. 만일 시즌 초반부터 확실한 성적과 내용으로 비판 여론을 반전시키지 못한다면 양상문 단장과 황선홍 감독은 대단히 어려운 곤경에 처할 가능성이 크다. 리빌딩이라는 혼란기에 놓여있는 서울과 LG의 선택은 올 시즌이 끝난 이후 과연 재평가를 받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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