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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1월 북한의 체제 보장과 북미회담을 압박하기 위한 북한의 4차 핵실험, 이에 대응한 남한의 개성공단 폐쇄 조치로 경색됐던 남북관계가 2년 만에 빗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이 평창올림픽에 북측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하고, 이에 청와대가 '환영한다'고 화답한데 이어 통일부 장관은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을 열자고 제안했다. 그러자 북측은 개성공단 가동 중단 이후 완전히 끊겼던 남북 간 연락채널을 23개월만에 복구하기로 했다.

얼어붙었던 남북관계에 훈풍이 불기 시작하자 한반도 화약고에서 살아가는 서해5도 어촌계와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4일 오전 성명을 내고 "북한의 올림픽 참가와 남북고위급 회담 개최, 남북 연락채널 복원을 환영한다"며 "서해에도 평화의 바람이 불어 서해5도가 분단의 바다에서 평화와 번영을 위한 화합의 바다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위해 2015년부터 매년 10.4선언  기념 주간에 맞춰 서해 남북공동어로구역을 탐방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탐방 모습.
▲ 서해평화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조성을 위해 2015년부터 매년 10.4선언 기념 주간에 맞춰 서해 남북공동어로구역을 탐방하고 있다. 사진은 2016년 탐방 모습.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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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어촌계와 서해평화인천대책위 등은 남북관계 개선과 진전에 따른 남북교류협력을 수산분야로 확대해 '바다 위 개성공단'이라 일컫는 해상파시를 열자고 지속적으로 주창하고 있다. 해상 파시(波市)는 바다 위 선상에서 열리는 장터다.

해상파시는 남북 공동관리 아래 NLL 부근에 바지선을 띠워 서해에서 남북이 공동으로 어장을 관리하고 조업하며 중국어선의 불법조업을 막고 남측 어민들의 어업을 보호하고, 북측이 조업한 수산물을 남측이 매입하는 것을 포함하는 사업이다.

서해5도 어촌계 등은 "서해5도 해상파시는 '바다 위 개성공단'으로 남북 간 긴장갈등 완화를 위한 또 다른 출구 모델이다. 육지의 휴전선은 지리적 특성으로 인해 막힌 '담'이 돼 버렸지만 바다는 열린 공간이기 때문에 남북교류협력 확대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특히 "한국전쟁 이후 서해 NLL부근이 한반도 최대 화약고가 되면서 국지전이 빈번하게 발생해 서해5도와 옹진반도에 살고 있는 남북한 주민들은 전쟁의 위협 속에 있었다. 이제는 남북이 진전된 대화를 통해 이 지루한 긴장을 끝내고 공동번영의 평화체제를 만들어야 한다"며 수산분야 경제협력 모델을 만들자고 제안했다.

서해평화인천대책위 등은 "남측 서해5도 주민들과 북측 옹진반도 주민들은 그동안 전쟁위협을 감내하고 살았다. 이제는 정쟁의 바다, 대결의 바다를 평화의 바다로 전환하고, 수산분야로 경협을 확대해 그 경제적 혜택을 주민들이 누리게 해야 한다"며 "해상파시는 남한의 백령도 용기포항과 연평도 신항, 그리고 북한의 '강령 농수산물 가공단지' 등 수산업 인프라와 연계하면 시너지 효과가 날 것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2014년 북한 대중국 수산물 수출액은 약 1억 4400만 달러(2014년 코트라 추산)로 알려져 있고, 북한의 어획량은 75만톤이며 어선은 2~7톤 규모의 소형 목선으로 약 400척이 어업활동(2015년 한국산업은행)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북한 수산물 수입은 1999년 7600톤에서 2009년 7만톤으로 9배 이상 증가(연평균 증가율 20%)했다. 주요 수산물은 바지락, 백합 등 조개류였는데, 1999년 1800톤에서 6만톤으로 무려 33배나 증가(연평균 증가율 34%)했다. 북한 조개류는 남한에서 비생산기인 겨울철에는 국내 소비량의 50% 가까이 차지하여 가격안정에 크게 기여했다.

그러나 2010년 3월 천안함 침몰 후 이어진 이명박 정부의 5.24조치로 수산물 경협은 전면 중단됐다. 일례로 인천 시내 곳곳에 즐비했던 조개구이 집은 북한 조개를 가져와 호황을 누렸는데 지금은 대부분 사라졌다.

해상파시는 유정복 시장도 박근혜 정부에 요청한 사업

서울 성동구와 서해 5도 어촌계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한 대책으로 어민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2016년에 처음 한국전쟁 이후 막혔던 ‘서해 5도~한강~여의도’ 뱃길을 복원하고, 뚝도에 서해5도 수산물직거래장터를 개설했다. 이에 따라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서울 뚝도까지 수산물 해상직송이 가능해졌다. 어민들은 직거래 장터를 넘어 해상파시를 주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뚝도한 입항한 대청도 선적이다.
▲ 서해-한강 뱃길 서울 성동구와 서해 5도 어촌계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대한 대책으로 어민들의 판로 확대를 위해 2016년에 처음 한국전쟁 이후 막혔던 ‘서해 5도~한강~여의도’ 뱃길을 복원하고, 뚝도에 서해5도 수산물직거래장터를 개설했다. 이에 따라 서해 최북단 백령도에서 서울 뚝도까지 수산물 해상직송이 가능해졌다. 어민들은 직거래 장터를 넘어 해상파시를 주창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추석을 앞두고 뚝도한 입항한 대청도 선적이다.
ⓒ 김갑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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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5도 어촌계 등은 이제는 북한 수산물을 가져오는 데 그치지 않고, 서해바다에 파시를 열어 수산물 교역 분야를 활어까지 확대하고, 나아가 공동으로 어장을 관리하면서 남북 어민이 모두 평화롭게 조업할 수 있게 남북교류와 협력을 확대할 것을 주창하고 있다.

해상파시는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인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사업을 구체화하는 일이자, 2007년 10.4 남북정상 공동선언의 합의 사항을 이행하는 일이다.

10.4선언 5조를 보면, 남과 북은 '해주지역과 주변 해역을 포괄하는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를 설치하고 공동어로구역과 평화수역 설정, 경제특구 건설과 해주항 활용, 민간선박의 해주직항로 통과, 한강하구 공동이용 등을 적극 추진'해 나가기로 했다.

또한 해상 파시는 2016년 6월 중국어선 불법조업에 분노한 연평도 어민들이 중국어선을 직접 나포한 사건을 계기로, 서해 5도 어촌계는 물론 인천시, 여야 정치권이 나란히 정부에 제안한 사업이다.

남북 간 합의로 북방한계선 부근에서 해상 파시를 열면 북한은 중국에 기대지 않더라도 수입을 올릴 수 있고, 남한 어민은 더 자유롭게 조업할 수 있어, 공동이익이다. 이에 유정복 인천시장도 지난해 어민들의 의견을 수렴해 이 방안을 정부에 제안한 바 있다.

그리고 지난해 8월 김영춘 해양수산부 장관은 인천을 방문해 "수산업 분야 남북경협은 개성공단과 달리 전기ㆍ도로ㆍ상하수도 등의 기반시설 투자가 필요 없다. 남북관계가 개선되면 바로 바다에 배를 띄워 시작할 수 있다"며, 해수부에 실무팀을 구성해 수산업 경협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그 뒤 서해 5도 중국어선 불법조업 대책위원회, 서해 5도 평화와 생존을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해상 파시에 필요한 정책과제를 연구하고 실천하기 위해 해수부에 민관협력을 제안했고, 해수부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서해5도 어촌계와 선주협회 9개와 백령민간해양구조대, 인천해양도서연구소, 인천평화복지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인천지부, 우리겨레하나되기인천운동본부 등 시민사회단체 11개로 구성한 서해5도 생존과 평화를 위한 인천시민대책위원회는 "2018년 새해 남북 대화의 첫 시작을 다시 한 번 환영한다. 정부가 서해5도 어민과 인천시민,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서해5도 해상파시 민관 TF'를 구성해 남북수산협력 세부사항을 준비해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시사인천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태그:#해상파시, #남북관계, #서해5도, #북방한계선, #서해평화협력특별지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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