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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통령 "국민이 주인인 나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참배한 뒤 방명록에 "국민이 주인인 나라 건국 백년을 준비하겠습니다" 라고 썼다.
▲ 문 대통령 "국민이 주인인 나라" 문재인 대통령이 2일 오전 서울 동작동 국립서울현충원을 찾아 순국선열과 호국영령에게 참배한 뒤 방명록에 "국민이 주인인 나라 건국 백년을 준비하겠습니다" 라고 썼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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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일 현충원을 참배하면서 방명록에 "건국 백 년을 준비하겠습니다"라는 글귀를 남긴 것을 빌미로 보수 야당에서 반발이 터져 나오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대표는 3일 최고위원-국회의원 연석회의에서 2019년 건국 100년 언급을 두고 "외눈박이 역사 인식"이라고 비판하며 "북한은 올해 건국 70년을 성대히 기념하겠다고 했음에도 대한민국 대통령은 건국 70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라고 말했다. 건국을 1948년 8월 15일 행정부 수립으로 간주하는 보수 세력의 시각이 드러난 대목이다.

'건국절 논쟁'은 2006년 뉴라이트 사학자 이영훈씨가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을 기고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후 이명박 정부의 건국 60년 기념행사와 당시 한나라당의 건국절 제정 법안, 건국유공자 법률안 제출과 맞물려 사회적 이슈로 부상했다. 이후 한동안 잠잠하던 건국절 논쟁은 박근혜 정부의 광복절 연설과 국정교과서 파동을 거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다수의 국민들이 건국절 논쟁에 불쾌감을 드러내고 있음에도 건국절 논쟁의 핵심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모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건국절 논쟁이 '건국절'이란 용어의 본질 그 자체보다는 '건국 시기'에 대한 논쟁으로 치달음에 따라 더욱 엉켜버린 게 사실이다. 그렇다면 건국절 논쟁의 본 의도는 무엇이며 이를 해결할 방법은 무엇인가.

'건국절 논쟁', 국가정통성 부여의 문제

뉴라이트 경제학자 이영훈씨가 <동아일보>에 기고한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 칼럼에는 조선은 우리 민족에게 광명을 선사하는 문명이 아니었으며, 독립운동가들의 힘으로 나라가 독립한 것이 아닐 뿐더러 해방 이후에도 어떠한 나라를 세울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주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 당시 건국 60년 기념사업이 한창일 당시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행한 건국절 책자에서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이 책자에 따르면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한민족의 대의를 반영한 정부 조직이 아니며, 민주주의의 시작점은 1948년 정부 수립으로 봐야 하며, 그 때문에 건국의 공로는 정부 수립에 참여한 사람에게만 한정해야 한다는 대목이 있다.

바로 여기에서 건국절 주장의 본질이 드러난다. 이영훈씨는 조선이란 나라가 우리에게 빛나는 나라가 아니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이 논리는 "미개한 국가는 독립을 유지할 이유가 없으며, 강대국의 식민 통치를 받는 것이 낫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비록 조선이란 나라가 말기에 접어들면서 세도정치와 민씨 일가의 부패로 온전한 국가로서의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나, 그것이 조선이란 독립국의 멸망을 옹호하는 논리가 될 수는 없다.

독립운동가들의 힘으로 나라가 광복되지 않았으며 해방 이후에도 어떤 나라를 세울지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는 구절에서 이는 더욱 명확해진다. 한반도의 해방이 한국인의 자주적인 힘으로 이뤄지지 못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이 조국의 독립을 위해 한목숨을 초개처럼 버리고 의지만으로써 열렬히 투쟁한 애국정신을 폄하할 근거는 될 수가 없다. 인도와 필리핀도 독립 전쟁에서 승전을 거둬서 독립하지는 않았지만, 독립을 위해 헌신한 독립운동가들을 국부로 숭상하며 그들의 조국정신을 선양하는 데 조금도 돈과 열성을 아끼지 않는다.

어떠한 나라를 세울지에 대한 비전이 없다는 대목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와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등 자주 독립된 대한민국을 수립하기 위해 투쟁한 우리의 망명 정부와 독립세력을 부정하는 것과 동의어이다.

한국 임시정부는 1919년 4월 11일 임시헌장을 제정, 공포하면서 국호를 대한민국으로, 국체를 민주공화국으로 결정했으며, 1941년에는 건국강령을 제정해 독립 이후 대한민국을 건립해 나가는 과정을 차례로 제시했다. 건국강령은 정부 수립 당시 헌법 초안을 작성한 유진오 박사가 대한민국 임시정부 헌법과 함께 가장 많이 참조한 문헌 중 하나로 알려져 있으며, 이는 대한민국의 성립과 그 건국 정신이 독립운동에서 말미암음을 의미한다.

여운형의 건국준비위원회 또한 해방 공간에서 민초들의 자발적인 지지를 통해 형성된 인민위원회를 통해 지역의 치안과 물자 관리를 담당했으며, 미 군정의 요원조차 "건준을 해체한 것은 미국의 실책이다"라고 인정했을 정도로 자주독립 한국의 기틀을 닦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이러한 애국선열들과 민중의 열성을 부정하는 것은 곧 대한민국이라는 국체를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결국, 건국절 논쟁의 핵심은 대한민국의 건립이 국치 이래 전개돼 온 자주독립의 민주공화국 수립을 위한 독립운동을 바탕으로 이뤄졌다는 것을 부정하고 해방 정국에서 반탁·반공 운동을 한 세력에게만 건국의 정통성을 부여하려는 데 있다. 많은 이들이 이러한 사실을 간과해 핵심 문제에 부차적으로 딸린 건국 시기 논쟁에만 초점을 두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건국은 '사건' 아닌 '과정'으로 봐야 

대한민국 건국강령 1948년 건국절 논쟁의 핵심은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3.1운동 이래 전개된 독립운동이 아닌 해방 정국읩 반탁, 반공 세력에게 몰아주려는 데 있다.
▲ 대한민국 건국강령 1948년 건국절 논쟁의 핵심은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3.1운동 이래 전개된 독립운동이 아닌 해방 정국읩 반탁, 반공 세력에게 몰아주려는 데 있다.
ⓒ 독립기념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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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이란 용어는 무엇인가. 말 그대로 나라(國)를 세운다(建)는 의미이다. 그렇다면 나라를 세운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이 부분으로 넘어가면 '건국'의 개념은 실로 복잡해진다. 건국절 옹호 세력에서는 1948년 8월 15일을 대한민국 '탄생일', 즉 '생일'로 간주하려는 경향이 있다. 국가를 하나의 생명체로 보는 것이다. 그러나 국가는 인간과는 달리 일정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나오는 유기체가 아니다. 국가의 건설은 이보다 더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지 탄생한다.

아일랜드의 사례를 살펴보자. 아일랜드는 1916년 4월 24일 부활절을 맞이해 패트릭 피어스를 중심으로 부활절 봉기(Easter Rising)를 일으켰다. 이 봉기는 '아일랜드 공화국 임시정부'(Provisional Government of Irish Republic)의 이름으로 전단을 살포하면서 시작됐으나 일주일 만에 진압당했고 피어스를 포함한 지도부는 전부 총살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아일랜드의 민중들이 1918년 아일랜드 독립전쟁을 일으켰고, 1919년 1월 21일에는 독립파인 신페인당이 장악한 의회에서 독립선언을 한다. 이후 1922년 12월 6일 아일랜드 자유국이라는 이름으로 자치정부가 수립되나 영 연방에의 존속이냐 탈퇴냐를 놓고 공화파와 왕당파가 다시 내전에 돌입했고, 공화파가 승리함에 따라 1937년 12월 29일 공화국 헌법 제정을 거쳐 1949년 4월 18일 정식으로 공화국이 됐다.

이처럼 독립 봉기에서 시작해 공화국으로의 완전 독립에 이르기까지 아일랜드인들은 무려 30년이 넘는 세월을 투쟁했다. 그러나 아일랜드에는 공식적인 독립일이 없다. 2016년에는 부활절 봉기 100주년 기념행사가 성대히 베풀어졌으나 이날이 법적인 독립기념일로 지정되지는 않았고, 1919년 1월 21일 식민지 의회의 독립선언일을 국경일을 제정하자는 법률 제출도 여러 차례 있었으나 모두 통과되지 못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아일랜드의 독립은 한순간에 이루어진 것이 아닌, 길고 긴 과정을 거쳐 이뤄진 것이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프랑스, 중화민국, 필리핀, 멕시코 등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는 건국 시점이란 개념이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이 기념하는 것은 독립선언이나 혁명봉기 발발일과 같이 국가건설이 처음으로 시작된 날뿐이다. 독립이나 건국은 일 개의 사건이 아닌 과정이며, 행정적 사건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국가건설의 정신이라는 공통된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2018년 정부 수립 70년, 2019년 독립 기원 100주년

대한민국의 건설은 1919년 3월 1일 독립선언으로 시작해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으로 절정에 달했다. 그러나 이 30여 년의 기간 중 한 시점만을 건국 기점으로 산정하는 것은 독립운동 또는 정부 수립을 건국 과정에서 배제하려는 위험천만한 발상이다. 더욱이 남북통일이라는 민족적 과제를 남겨놓은 상태에서 '국가의 완성'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은 지나치게 섣부르다.

정부 수립 70주년도, 독립 선포 100주년도 모두 우리나라에 있어서 중요하다. 건국 시점을 섣부르게 결정하기보다는, 임시헌장 이래 100여 년간 이어져 오고 있는 헌법 이념인 삼일정신을 어떻게 구현하고 경축할 것인가를 심도 있게 고민하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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