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판타지오가 최근 대표이사 해임 등 내홍을 겪고 있다.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판타지오가 최근 대표이사 해임 등 내홍을 겪고 있다. ⓒ 판타지오


최근 국내 굴지의 연예기획사 판타지오가 내홍을 겪고 있다. 지난해 12월 28일자로 기존 나병준 대표이사가 해임되고 워이지에 단독 대표이사 체제로 재편됐기 때문이다.

판타지오 임직원들로 구성된 판타지오 비상대책위원회는 지난 2일 "나대표의 즉각 복귀 및 중국계 대주주의 비정상적인 경영 개입 중단을 요구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며 단체 행동에 나서기 시작했다.

이른바 '판타지오 사태'는 현재 중국계 자본 유입이 활성화된 2018년 한국 연예계의 명암을 고스란히 드러내는 사건이다. 이 글을 통해 상황이 이렇게 악화된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고 해결책은 없는 것인지 모색하고자 한다.

중국 자본의 50%대 지분 확대, 경영권 방어에 실패

회사 내부의 구체적인 속사정은 외부인이 제대로 알 수 없다. 일단 겉으로 드러난 객관적인 수치(지분 변화)만을 놓고 살펴보자. 판타지오는 지난 2008년 NOA 엔터테인먼트로 출발해 2011년 지금의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한 후 2014년 코스닥상장사였던 에듀컴퍼니와 합병해 우회 상장에 성공했다.

지난 2016년 10월 중국 JC그룹의 한국 계열사인 골드파이낸스코리아가 사보이 E&M 등이 소유한 지분 27.29%를 300억 원에 인수, 판타지오의 최대 주주 자리를 거머쥐게 된다. 2017년 7월 320억 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골드파이낸스코리아의 지분율은 27.29%에서 50.07%로 확대됐다. 반면 이로 인해 창업자이자 기존 나병준 대표이사의 지분은 9%에서 6%대로 축소됐다.

이러한 지분 변동 추이만 놓고 보면 나 전 대표가 애초부터 경영권 방어를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는 것을 쉽게 알 수 있다. 법인의 경영권을 확실히 확보할 수 있는 50%의 지분을 이미 중국 업체가 쥐고 있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이미 어느 정도 예견된 일로 보인다.

좋지 못한 회사 재무 지표, 대표 이사 교체의 빌미 제공

 판타지오는 서강준, 김성균, 강한나 등 배우 및 아스트로, 위키미키, 헬로비너스 등 아이돌 그룹 등이 속한 중견 기획사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판타지오는 서강준, 김성균, 강한나 등 배우 및 아스트로, 위키미키, 헬로비너스 등 아이돌 그룹 등이 속한 중견 기획사다. (홈페이지 화면 캡처) ⓒ 판타지오


게다가 판타지오의 최근 3~4년 사이 재무 지표 역시 좋은 상황이 아니었다. 아직 2017년 결산이 이뤄지지 않은 관계로 2014년부터 2016년까지의 내역만 살펴보겠다.

2014년말 기준 판타지오의 연결재무기준 매출액은 126억 원, 영업손실 42억 원, 당기순손실은 무려 271억 원에 달했다. 2015년말 기준 연결재무기준 매출액은 231억, 영업이익은 9억으로 회복세를 보였지만 2016년말에는 매출액 217억 원, 영업손실 36.5억 원, 당기순손실 37.6억 원으로 다시 악화되었다.

여기에 그룹 아스트로, 헬로비너스, 위키미키 등이 속한 자회사 판타지오 뮤직은 이미 자본 잠식 상황에 거액의 적자를 기록 중이다. 일반적인 주식회사에선 대주주 측에 의해 대표이사 교체 수순을 밟기 마련이다. 회사의 주가는 지난해 1월 5일 주당 1900원을 찍은 후 연일 하락세 끝에 2017년 9월 26일 1020원의 반토막 수준까지 내려왔다가 올해 1월 현재 1300원대를 유지 중이다.

게임에 이어 연예계에도 진출한 중국 자본, 자칫 투기성 변질 우려


이미 2000년대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중국 자본의 한국 게임사 지분 인수는 이제 흔한 일이 되었다. 중국 최대 업체 텐센트, 아워팜 등이 국내업체들인 넷마블게임즈, 웹젠 등의 지분을 인수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과시한 지 오래다.

그리고 몇 해 전부턴 중견 연예 기획사들이 지분 투자, 인수 합병의 대상이 됐다. 2016년 심 엔터테인먼트, 예당 엔터테인먼트는 중국 업체들이 지분을 확보하면서 각각 화이브라더스, 바나나컬쳐로 법인명을 바꾸고 현재에 이르렀다. 몇몇 중국 업체들은 등은 아예 한국 내 법인 직접 설립을 통해 국내 연예계 진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지금도 몇몇 업체들의 M&A 매각 인수 추진설이 꾸준히 나돌고 있는 만큼 중국 자본에 의한 한국 연예기획사 인수 붐은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일부에선 중국 자본 유입이 안정적인 회사 성장을 기하는 목적보다는 단기적인 투기성 목적, 소위 단물만 빼먹기 위한 게 아니냐는 우려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과도한 투자 유치, 오히려 화를 부를 수도

한중 합작 혹은 중국 지분 투자로 회사를 꾸려가던 일부 소규모 회사의 경우, 최근 2년 새 불어닥친 한한령(限韓令, 한류 금지령)으로 인해 중국 측 합작사의 이탈을 겪는 사례도 속속 등장했다. 지난해 한중합작 그룹 믹스(MIXX)처럼 중국업체의 철수로 해체하거나 신규 그룹 론칭을 준비하다가 중도에 엎어지는 일 역시 마찬가지다.

여타 산업 대비 불확실성이 팽배한 한국 연예산업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결국 자본력 싸움이 성패를 가르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이 과정에서 자금 확보가 쉽지 않은 중소업체의 입장에서 중국 자본은 큰 힘이 될 수 있지만 '판타지오 사태'에서 볼 수 있듯, 경영권이 넘어갈 정도로 과도한 규모의 투자 유치는 자칫 칼이 되어 돌아올 수도 있다.

회사 몸집을 불리려고 큰 고민 없이 중국 자본과 손을 잡았다간 오히려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획사를 운영하는 이들의 현명한 판단이 요구되는 실정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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