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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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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편 배달부처럼 새해 아침을 날아 와 
내 잠을 흔들었나 보다 
- 디카시 <이국의 새 한 마리>

또 새해 아침이 밝았다. 새해라고 지난해와 별반 달라질 것도 없지만 사람들은 새해에 대한 새로운 기대를 가지며 밤을 새워 힘 차게 떠오르는 태양을 맞으며 희망을 읽으려고도 한다. 새해에는 어디서 희망을 쓰고 읽을 것인가?.

3일 아침 숙소 아파트 계단에서 이웃 노인 분을 만났다. 그 분은 정주경공업대학교 영어과를 퇴임한 중국의 인텔리 노인에 속한다. 내 숙소 아파트 바로 맞은 편에 산다. 노후를 편안하게 사는 것 같아 보여 좋다. 간간이 만나면 영어로 중국어로 의사 소통을 하지만 깊은 대화는 나누지 못한다. 내가 영어도 중국어도 둘다 신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늘 만나면 내게 좋은 정보를 주려고 애를 쓰시는 것 같다. 가령 동네 구멍가게에서 과일을 사가지고 오다 만나면, 구멍가게 과일은 비싸니 과일전문가게에서 사면 굉장히 싸게 살 수 있다고 말하며 씩 웃어주신다.

오늘 아파트 계단에서 내가 "新年快乐" "Happy New Year"라고 말하니 활짝 웃어주신다. 내가 "新年快乐"라고 새해 인사를 하니 기분이 좋으신 듯했다.

정주경공업대학교 신년맞이 축제 不忘初心이라는 말이 보인다. 초심을 잃지 않고 새해에도 전진하자는 것. 중국의 축제는 의전도 웅장하다
 정주경공업대학교 신년맞이 축제 不忘初心이라는 말이 보인다. 초심을 잃지 않고 새해에도 전진하자는 것. 중국의 축제는 의전도 웅장하다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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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단지에 붙은 선행을 선양하는 포스트. 지난해 붙은 것이지만 아직도 온전하게 게시
 아파트 단지에 붙은 선행을 선양하는 포스트. 지난해 붙은 것이지만 아직도 온전하게 게시
ⓒ 이상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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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달리는 삼륜 전동자동차.
 아침을 달리는 삼륜 전동자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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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말 정주경공업대학에서 신년맞이 축제를 가졌는데, 중국에서의 의전은 아주 웅장하고 품위가 있게 늘 느껴진다. 대학의 내빈 소개와 함께 대학 총장의 엄숙한 오프닝 메시지는 무슨 정치 집회 같다. 그때 총장의 모습은 매우 근엄하고 카리스마도 느껴졌다.

그런데 연말 대학 외사처에서 외국인 교원들에게 선물을 준비했다고 들르라고 해서 갔더니 마침 복도에서 우연히 총장을 만났다. 얼마 전 개인적으로 인사를 나눌 기회가 있어서 알고 있던 터라 나를 보고 활짝 웃으며 "Happy New Year"라고 인사해서 참 따스하게 느껴졌다. 소탈한 이웃집 아저씨 같은 모습이어서 그랬을 것이다.

새해에도 아파트 단지에 계속 게시된 선행 모범자 포스트

내가 사는 아파트 단지에는 지난해부터 도덕적으로 모범을 보인 분들의 사진과 프로필을 적어 포스트 형식으로 게시해두고 있어서 참 인상적이었다. 한국에서는 경찰서에서 공개 수배하는 범죄자들의 포스트를 보기는 했지만 선행자들을 포상하고 그들의 선행을 널리 알리는 포스트를 본 적은 없었는데, 그 포스트들이 새해 들어서도 훼손되지 않고 깨끗하게 계속 게시되어 있는 것을 오늘 아침에도 봤다.

오늘 아침 정주의 거리에는 삼륜 전동차에 물품을 싣고 일터로 가는 분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아름답게 보였다. 거리 구멍가게에는 열심히 물건을 파는 사람들의 얼굴도 진지하였다.

새해의 희망과 행복은 거창한 정책이나 공약에서보다는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격의없이 따스하게 건네는 이웃의 작은 미소에서 단초를 열어갈 것이 분명하다.

덧붙이는 글 | 2016년 3월부터 중국 정주에 거주하며 디카시로 중국 대륙의 풍물들을 포착하고, 그 느낌을 사진 이미지와 함께 산문으로 풀어낸다. 디카시는 필자가 2004년 처음 사용한 신조어로, 스마트폰으로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형상(감흥)을 순간 포착(영상+문자)하여, SNS 등으로 실시간 소통하며 공감을 나누는 것을 지향한다.



태그:#디카시, #새해 ,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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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디카시연구소 대표로서 계간 '디카시' 발행인 겸 편집인을 맡고 있으며, 베트남 빈롱 소재 구룡대학교 외국인 교수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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