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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장시간 노동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대선 때 모든 후보들이 연간 평균 노동시간을 1800시간대로 낮추겠다고 했지만, 무제한 장시간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근로기준법 59조 폐기조차 국회에서 쉽사리 합의를 이루지 못하고 있다.

노동시간 문제를 이렇게 회사나 사업장마다 맡겨놓아야만 할까? 법적으로 노동시간을 규제한다면 얼마나, 어떻게 가능할까? 한국보다 연간 300~400시간 적게 일하는 다른 나라의 노동시간 기준은 어떻게 돼 있을까? 이런 질문에 답하기 위해, 외국의 노동시간 관련 기준을 한국 현황과 비교해보는 연재를 시작하려고 한다. 

교대제, 노동시간 양적 규제, 휴일과 휴가 규정, 모성 보호와 노동시간 등 다양한 주제로 해외 사례와 비교하여 한국의 규제가 어느 수준인지 확인하고, 나아갈 방향을 짚어본다. - 기자 말

사례 ①. 독일 뮌헨의 시내버스 운전사인 볼프강씨는 오늘 7시간만 운전하고 퇴근한 뒤 내일부터 3일 연속 쉬어야 해서, 아우크스부르크에 있는 부모님 댁에 갈 예정이다. 원래는 1주일에 45시간만 운전해야 하는데, 지난주는 휴가 간 사람이 있어서 특별히 6일간 56시간(나흘은 9시간, 이틀은 10시간) 운전했기 때문에, 법적으로 이번 주는 34시간 이상 운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례 ②. 포천~영등포 구간의 경기 시내버스 운전사인 최만근씨는 새벽 4시 30분 집에서 자가용을 운전해 버스 영업소로 간다. 가서 돈통도 챙기고, 시간표도 본 뒤 5시 30분 첫차 운전을 시작한다. 1회 약 3시간 정도 걸리는 구간을 하루 5~6회 운행해 보통 1일 18시간 운전한다. 오후 22시 30분에 막차 운전을 마치고, 자가용을 운전해 자정쯤 집에 들어간다. 만근이 15일인 격일제 근무이지만, 사람이 부족하기도 하고 월급도 부족해 3일 연속으로 근무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 심한 경우 1달에 19~20일 할 때도 있다. 요새 들어 버스 사고가 이슈가 되어 긴장을 더 하지만, 그래도 장시간 운전으로 졸린 건 의지만으로 해결이 안 된다.

'노동자 무제한 이용권'이 있는 한국의 운수업

최근 졸음운전에 의한 사고 등으로 버스운전 노동자들의 장시간 노동 실태가 알려지고 있다. 2015년 가톨릭대학교와 사회건강연구소가 연구한 한국노총의 '버스 운전노동자의 과로 실태와 기준 연구'에 의하면, 사례 ②의 최만근씨와 같은 경기 시내버스 운전 노동자의 95.7%가 1일 15시간 이상, 76.3%가 1주 56시간 이상 운전하고 있으며, 경기 광역버스도 이와 비슷하다. 그런데 택시는 더 길다. '택시노동자 건강실태 및 직업병 예방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에서 발표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택시 노동자들은 1달 평균 26일 일하며, 1주 평균 72시간, 1달 평균 312시간으로 초장시간 노동을 하고 있다.

운수업 노동자들이 모두 장시간 노동을 하는 데는 '노동자 무제한 이용권'이라 불리는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가 있어서다. 게다가 택시는 거기에 더해 근로기준법 제58조에 의해 소정근로시간을 적용해 회사마다 일부 차이는 있지만, 공식적으로 일한 시간은 하루 평균 약 5시간씩으로 간주되어, 일하는 시간마저도 도둑맞고 있다.

운수업 노동 시간에 대해 더 엄격한 국제 기준

다른 나라들도 과로 운전을 하고 있을까? ILO(국제노동기구), EU(유럽연합)과 같은 국제기구와 독일, 핀란드, 영국, 일본, 미국 등 대부분의 나라에서 최대 운전시간을 제한 및 최소 휴게·휴식시간 보장을 법적으로 규정하고 있다. 국제 기준을 살펴본 결과 대부분 1일 최대 운전시간은 9시간 혹은 10시간, 1주 최대 운전시간은 평균 45~48시간이며, 최소 11시간 내외의 연속 휴식시간을 보장한다.

 

한국
ILO
제153호 협약,(1979)
EU
운전시간규칙(EC/561/2006)
1일 운전시간
근로기준법 제59조(근로시간 및 휴게시간의 특례)에 의해 근로자대표와 서면 합의를 한 경우 근로시간 및 휴게시간 제한 없음.

휴식시간 제한 없음.
9시간 초과할 수 없음.
(연장 노동시간 포함)
9시간을 초과할 수 없음.
단, 1주에 2번까지 10시간으로 연장 가능.
1주 운전시간
48시간 초과할 수 없음.
평균 45시간 초과할 수 없음.
특정 1주에 56시간까지 연장 가능하나, 연속 2주간 총 90시간 초과할 수는 없음.
노동시간
-
1일 10시간, 1주 평균 48시간을 초과할 수 없음.
특정 주에 60시간까지 연장 가능하나, 4개월 이상 기간 평균 주 48시간 초과할 수 없다.
(EU 도로운송업노동시간지침 2002/15/EC)
휴게
연속 4시간 이상 운전할 수 없음.
4시간 30분의 운전시간 동안 45분 이상 휴식해야함.
1일 최소 연속 휴식시간
최소 연속 10시간.
제161호 권고(1979)에서는 최소 연속 11시간.
최소 연속 11시간,
분할 시엔 총 12시간 이상(연속 3시간/최소 연속 9시간)

<표> 한국, ILO, EU 비교. '버스업종의 일자리 창출과 노사 갈등 해소 방안 연구'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2014. 보고서 <표 Ⅱ-1>을 재구성 함. 

별도의 제·개정 작업 없이 EU 회원국에 직접 적용되는 EU 규칙에 따르면 운전시간은 1일 최대 9시간, 1주 평균 최대 45시간이며, 기타 다른 업무를 모두 포함한 노동시간도 1일 최대 10시간, 1주 평균 최대 48시간으로 제한된다. 여러 사정으로 인해 특정 1일, 특정 1주의 운전 시간을 연장했으면, 2주간 90시간을 맞춰야 해서 그다음 주의 운전시간을 줄여야 한다. 4시간 30분 운전 동안 최소 45분의 휴식과, 근무 간 간격인 1일 연속 휴식시간도 최소 11시간이 보장된다. 이 규정 하에선 한국처럼 18시간 운전은 아예 불가능하고, 서울 시내버스와 같은 1일 2교대 근무 정도만 가능하다. 

노동시간 특례제도 폐지 및 ILO협약 비준 등을 통한 운전 시간 단축

운전은 지속적인 집중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집중력의 약화는 상황대처 능력의 저하 및 사고 등으로 이어져 운전 노동자뿐 아니라 시민의 안전에 영향을 준다. 그러므로 운전 노동자의 노동시간은 일반적인 노동보다 더 짧아야 하고, 휴게 및 휴식시간은 더 길어야 한다.

한국에서 이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근로기준법 제59조 폐지가 그 첫 단추로서 필수적이다. 이와 함께 시내 및 광역버스 공영제 실시와 택시의 근로기준법 제58조 소정근로시간 적용 제외, 사납금제도 개선 등의 제도적 노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ILO협약 비준과 이행을 공약으로 걸었던 문재인 정부는 ILO 협약 제153호(도로운송업의 노동시간과 휴식시간에 관한 협약, 1979)를 비준하고, 최소한 ILO기준은 지키는 법적 제도적 노력을 해야 한다. 노동시간 특례제도 폐지 및 임금 축소 없는 운전 시간 단축이 운전 노동자의 건강 증진 및 시민의 안전을 도모할 수 있는 최선의 길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이이령 기자는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회원으로 직업환경의학과 전공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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