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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6월 치러지는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6·13 지방선거)는 조기 대선 이후 첫 전국 선거로서 문재인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갖는 것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구도를 형성하기 위한 중간단계로 여겨지면서 중앙정치의 대립의 장으로 변질·왜곡될 가능성이 크다.

내년 지방선거는 중앙정부의 중간평가나 중앙 정치의 이슈 논쟁으로 지방선거의 본래 취지를 훼손되는 것을 차단하고, 자치와 분권을 실현하는 선거가 돼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 일자리 등 민생을 살리고, 지역주민의 생활과 밀접한 정책들이 제시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에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지방자치 및 분권전문가와 지역경실련이 함께 자치분권의 현안과 현장의 목소리를 매주 1회 칼럼으로 발표하여 지방자치를 다시 생각하고, 현안과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하고자 한다. - 기자말


'지방자치제도'는 제자리걸음

2018년 6월이면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다. 1995년 제1회 전국동시지방선거 이후 24년이 지났지만, 시민에게서나 전문가에게서나 지방자치가 잘 이루어지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 것은 극히 힘들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면서 지방분권과 지방자치를 강화하는 개헌 논의까지 진행되고 있을 만큼 아직도 '분권'과 '자치'를 '꿈'꾸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지방자치제도가 제대로 구현되지 못해온 핵심 원인에는 중앙에 편중된 '권한과 재정' 문제가 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제도 개선은 시급하고 중요한 일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지방자치제가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는 이유가 '권한과 재정' 문제 때문 만일까?

지금의 지방제치제도는 분명 한계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분권과 자치'가 국가운영의 대세인 현실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적지 않은 지역주민들이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이유가 이것만이라 보기는 어렵다. 중요한 다른 이유는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불신'이 아직도 지방자치제도 자체의 필요성에 대한 논란을 불러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지방자치제도의 성공적 정착을 위해서는 제도 자체에 대한 지역주민의 신뢰가 필수적인데 제도의 필요성마저 의문을 갖게 만드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다.

주민소환제
 주민소환제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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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님! 군수님! 의원님! 어디가십니까?

지방자치가 이루어져 온 지난 24년 동안 우리는 심심치 않게 이런 뉴스를 접해왔다. "○○시장(군수), ○○의원 구속" 강원지역 역시 전국의 여느 지역과 마찬가지로 비리혐의로 구속된 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상당수 배출해 왔다. 영동지역의 어느 시에서는 민선1기 시장부터 5기 시장까지 내리 구속되어 시장 직에서 물러난 사례까지 있다. 지역 분들께는 미안하지만, 가히 '지자체장 구속사의 금자탑'이라 할 수 있겠다. 시장. 도의원, 시의원에 그 가족, 친지까지 당장 인터넷 포털만 검색해도 구속된 지방정치인과 관련한 수없이 많은 기사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러한 '사람'의 문제는 지역주민에게 부끄러움과 분노의 감정을 일으키고, 이는 다시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연결되며, 종국에는 지방자치에 대한 외면으로 나타나 성공적인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매우 어렵게 하는 것이라면 지나친 이야기일까?

누군가는 얘기할 수 있다. 이러한 범죄행위가 지방자치제도 때문에 발생하는 것도 아니요 법에 따라 처벌하면 그만인 문제이지, 지역주민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불신해서도, 외면해서도 안 된다고. 하지만 이러한 '불신과 외면' 역시 '권한과 재정'의 문제만큼 지방자치제도의 정착을 가로막는 심각한 원인임은 분명한 사실이다. 시민의 입장에서 지방자치제도의 '권한과 재정' 문제는 상당한 공부와 이해를 필요로 하는 것이지만, 부패와 비리로 인한 '불신과 외면'은 즉각적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시민이 두렵지 않다

자치단체장은 올림픽 같은 메가 이벤트나 대규모 건설 사업을 추진한다. 지자체는 장밋빛 청사진을 늘어놓고 지역 언론은 이를 확대 재생산하고 의회에서는 덮어놓고 동의를 한다. 제대로 된 검증도 없이 진행된 사업은 실패하고 지자체는 빚더미에 올라앉는다. 재정 상황이 열악해진 지자체는 지역주민을 위한 기존 사업들을 축소한다. 가장 먼저 힘없는 취약계층이, 지자체로부터 사업을 따내야 하는 영세 사업자들이 피해를 받는다. 하지만 종국에는 지역주민 모두가 그 피해를 나누어 받는다.

지역사회의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조례로 정한 규제들이 있다. 관련 업자들은 이러한 조례를 고치고자, 또는 유리한 조례를 만들고자 노력한다. 의회는 규제를 완화-폐기하거나 신설 한다는 조례를 입법 예고를 한다. 시청홈페이지에, 관보에 보이지 않게. 공청회 역시 관련자들을 위주로 한 요식행위로 진행한다. 민감한 내용의 표결은 비밀투표로 진행한다. 이는 주민생활에 직접 영향을 주기도 하고 혈세 낭비로 이어지기도 한다. 결국 불특정 다수의 지역 주민이 개정된 조례로 인한 피해를 알게 모르게 감수하게 된다.

무리한 사업추진에 따른 혈세낭비나, 주민편익을 해치는 행위는 물론이고 폭력과 욕설이 난무하는 차마 눈뜨고 볼 수 없는 추태 역시,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으로서 막중한 책임을 져야할 사안이다. 하지만 지역주민이 피해를 감수하는 동안 이들은 어떠한 책임을 져 왔는가?

사람의 문제, 허술하게 작동하는 제도의 문제

지난겨울, 촛불혁명을 지나오면서 국가의 정상적인 감시와 견제의 기능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을 때, 어떠한 상황이 발생하는 지를 우리 모두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국회가 감시와 견제의 제 역할을 못하고, 사법기관이 범죄에 눈감으며, 언론이 정론을 외면해 왔을 때, 우리는 국정농단 사태를 목도해야 했고, 춥고 긴 겨울 동안 촛불을 들어야 했다.

지방정부 역시 마찬가지이다. 지방의회가 감시와 견제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때, 시민사회가 무관심할 때, 지역 언론이 나태할 때, 부패와 비리의 범죄들이 싹을 틔우는 것이다. 결국 감시와 견제를 위한 법적, 사회적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할 때 정부차원이나 지자체차원의 부패와 비리의 범죄들이, 지역주민의 복리를 망각한 의사결정들이 자행되어 온 것이다.

그러나 우리의 제도, 특히 지방자치제 하에서의 각종 견제 장치들은 사람이 일으키는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물론이고 책임을 묻기도 역부족이라는 것이 지금까지의 경험으로 증명되고 있다. 여야를 막론하고 지역 입후보자의 자질과 역량까지 충분히 검증하고 있다 볼 수 없을 정도로 정당의 후보자 검증은 신뢰할 수 없다. 의회의 감시 견제 기능은 어떠한가. 정파와 지역구, 심지어는 개인의 이해에 따라 행동하는 한계를 수없이 보아오지 않았는가? 주민감시를 보장하는 제도들은 또 어떠한가. 작동되는 사례조차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로 유명무실 한 것이 현실이다.

주민소환제도, 시민이 주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음 선거에서 이상적인 지역정치인이 등장하기를 손가락이나 빨며 기다릴 수밖에 없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지자체장이나 지방의회 의원들의 부패와 비리로 인한 범죄, 그리고 지역주민의 공공복리를 뒷전으로 한 무책임한 의사결정에 대하여 확실한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제도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바로 주민소환제이다. 이 법은 지방자치에 관한 주민의 직접참여를 확대하고 지방행정의 민주성과 책임성을 제고함을 목적으로 한다. 하지만 현행 주민소환제는 주민소환투표를 실시하기위한 청구인 서명 기준을 충족하기 매우 어렵기 때문에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이 때문에 2007년 제도시행 이후 실제로 주민소환투표를 진행한 것은 8차례, 개표까지 이어진 경우는 단 두 차례에 불과할 정도로 효용성이 매우 떨어져 현실적으로 제도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권용범 춘천경실련 사무처장
ⓒ 경실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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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주민을 두려워하지 않는, 지역주민의 공공복리는 뒷전인 지자체장과 지방의원을 지역주민이 직접 견제할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제도가 주민소환제도이다. 이 제도가 효과적으로 작동해서 그 본연의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까다로운 조건을 완화 해주는 것이 바로 '사람'으로 인해 발생하는 지방자치제도 자체에 대한 '불신'을 걷어 내는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주민소환제도가 언제든 작동할 수 있도록 손보는 일은, 선거 때 지역주민의 공복(公僕)을 자임하다가 당선 이후 돌변하는 지자체장과 지방의원들에게 시민이 주인임을 계속해서 상기시킬 수 있는 계기를 만드는 일일 것이다.



태그:#경실련, #지방자치, #칼럼, #권용범, #주민소환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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