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무술년 새해 첫날 각종 언론에는 6월 지방선거와 관련한 여론조사 결과 기사가 쏟아졌다. 대체적인 조사 결과는 더불어민주당 우세로 보도되고 있다.

일부조사에서는 그동안 전통적으로 보수 우세지역이었던 부산과 울산, 경남의 민주당 우세 결과가 보도되기도 했다. 하지만 '무응답' 또는 '모름' 답변도 30%나 돼 침묵하는 유권자의 결과를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상태다.

과연 지난 1년간의 촛불혁명은 철옹성이었던 '보수' 영남지역의 선거 판세를 뒤흔든 것일까? 지난 10여년 간 일상적으로 행해오던 동선을 따라 울산지역 분위기를 살폈다. -기자 말

그야말로 '옛날식 이발소'에는 10년째 여전히 <조선일보>가

 2017년 12월 24일 울산 중구 원도심에서 열린 제12회 중구눈꽃축제모습.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이곳에서는 촛불집회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
 2017년 12월 24일 울산 중구 원도심에서 열린 제12회 중구눈꽃축제모습. 전통적으로 보수성향이 강한 이곳에서는 촛불집회 이후 어떤 변화가 있을까?
ⓒ 중구청

관련사진보기


2017년 12월 30일 오후 4시쯤 울산 중구 복산동의 한 이발소. 기자가 10년째 이용하는 곳으로 이발사 혼자 손님의 머리를 깍고 면도를 해주는, 그야말로 옛날식 이발소다. 머리를 감고 말리기까지 한 사람 당 50분 가량 시간이 소요되지만 가격은 10년 전과 같이 1만원이다.

30분간 차례를 기다린 기자가 마침내 이발 의자에 오르자 거울에서는 입구에 또 다른 손님이 들어오는 모습이 보였다. 이제 기자의 이발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손님은 2명으로 늘었다. 그만큼 머리를 깎는 기자의 마음도 불편해졌다.

이곳에 오면 늘상 보는 모습이지만 10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 이발소 탁자에는 일간지 <조선일보>와 주간지 <일요서울>이 놓여 있었다. 이날 거울로 비치는 <조선일보> 1면 제목은 '세계는 北 압박하는데… 통일부TF(태스크포스)의 역주행'이다.

앞서 기다리다 잠시 읽어본 기사 내용은 "문재인 정부가 박근혜 정부의 '개성공단 전면 중단'과 이명박 정부의 '5·24 대북 제재 조치'가 절차적 정당성 없이 대통령의 일방적인 지시로 이뤄졌다고 비판하는데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 천안함 폭침 등에서 비롯됐다는 점은 언급하지 않았다"며 현 정부를 비판하는 내용이었다.

손님 중 한 명이 이 기사 내용을 시작으로 최근 논란이 된 박근혜 정부의 위안부 이면 합의 내용까지 거론하며 "이제 와서 외교적인 문제를 파헤치면 어쩌자는 것이냐"고 화를 냈다. 이발사도 "(문재인 대통령이) 너무하다"고 장단을 맞췄다. 이 두 사람과 또래인 60대 중반으로 보이는 또 다른 손님은 "솔직히 위안부 이제 그만하면 안 되나, 당시 약소국이 강대국에 당하는 것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머리를 깎고 면도를 하는 내내 이어지던 문재인 대통령과 현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는 세 사람의 목소리는 기자가 머리를 감을 때쯤에서야 잠잠해졌다. 이곳에서 한 달에 한번꼴로 수년째 비슷한 대화내용을 들어온 기자는 '이곳은 여전히 변함이 없구나'하는 생각에 이르렀다.

돈을 지불하고 나가던 기자는 "세 분이 아는 사이냐"고 한마디만 물었다. 그러자 이발사는 "이곳(울산 중구 복산동) 토박이 친구들이다"고 소개했다.

다음날인 31일 저녁 6시쯤 중구 반구동 시장내의 한 막걸리집. 이곳에서는 송년회를 하려는 지인 6~7명이 술잔을 주거니받거니 하면서 대화를 이어가고 있었다. 화기애애하던 분위기는 일행 중 한 명이 문재인 정부의 정책을 비난하면서 험악해졌다.

60대 후반으로 보이는 한 남성이 "수의를 입은 박근혜 대통령을 보면 눈물이 난다. 이렇게 정치 보복을 해도 되는가"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자 경북 문경이 고향이라는 50대 초반의 여성은 "현 정부가 정치 보복에 치중하고 있다. 5년 뒤 자신들도 당하게 될 것"이라며 함께 격분하는 모습을 보였다.

일행 중 50대 남성 한 명이 "박 대통령 잘못도 큰데..."라고 반론을 제기하다 재반론이 나오자 전체적인 분위기에 눌려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아는 사람이 있어 옆 좌석에서 잠시 인사를 나누러 합석했던 기자는 이들의 대화에 한 마디 말도 못한 채 10여분간 머리만 끄덕이다 자리를 떠야 했다. "역시 변함이 없구나"라는 생각이 또다시 들었다.

자리가 파한 31일 저녁 9시쯤, 울산 남구 공업탑로터리 커피숍에서 울산석유화학공단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40대 후반의 지인을 만났다. 자신이 "진보도 보수도 아니"라고 한 그는 "내년 선거에서는 울산에도 큰 변화가 있을 것이다. 보수정치가 거의 몰락하는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비단 이 남성뿐 아니라 근래 기자와 만난 30~40대 층에서는 거의가 "촛불 민심으로 말미암아 이번 지방선거는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앞서의 예처럼 뿌리 깊은 지역 정서를 다시 한번 확인한 기자의 뇌리에는 '정말 변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떠나지 않는다.

그렇다면 여론조사 전문가들은 현재의 지역 정가 분위기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여론조사 기관인 울산사회조사연구소 문호승 소장은 "부산을 비롯한 울산에서도 촛불민심과 문재인 대통령의 높은 지지율로 중도 보수층이 중도 진보층으로의 전환으로 나타나고 있다"면서 "조직력에서는 한국당이 앞서지만 범진보층의 결집 여부에 따라 6.13지방선거는 초접전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댓글1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울산지역 일간지 노조위원장을 지냄. 2005년 인터넷신문 <시사울산> 창간과 동시에 <오마이뉴스> 시민기자 활동 시작. 사관과 같은 역사의 기록자가 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