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 영화 포스터

▲ <원더> 영화 포스터 ⓒ CGV 아트하우스,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 <스타워즈>를 좋아하고 게임 <마인크래프트>를 사랑하며 과학을 잘하는 소년 어기(제이콥 트렘블레이 분). 귀, 눈, 광대뼈, 턱뼈를 포함하여 얼굴의 기형을 특징으로 하는 상염색체 우성 선천성 장애인 '트레처콜린스 증후군'을 앓는 어기는 주변 사람들이 자기를 평범하게 바라보았으면 하는 마음이지만, 주위의 시선은 항상 차갑기만 하다. 아빠 네이트(오웬 윌슨 분), 엄마 이자벨(줄리아 로버츠 분), 누나 비아(이자벨라 비더빅 분)의 사랑을 받으면서 홈스쿨링을 하던 어기는 10살이 되던 해에 학교로 용감히 첫발을 내디딘다. 그러나 부딪히는 현실을 녹록지 않다.

영화 <원더>는 R.J. 팔리시오가 쓴 동명의 소설(국내에선 <아름다운 아이>로 2012년 출간)을 원작으로 삼는다. 그래픽디자이너로 일하던 R.J. 팔라시오는 영화 속 '어기'와 비슷한 여자아이를 아이스크림 가게 앞에서 만났던 경험을 바탕으로 소설을 완성했다고 한다. 편견이 만연한 세상에서 다른 사람에게 먼저 친절을 베풀면 조금씩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긍정을 이야기하는 <원더>를 작가는 이렇게 설명한다.

"나는 사람들이 기회가 있다면 옳은 일을 하고 싶어 한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막상 그런 상황에 놓이면 내면의 갈등과 맞서게 된다. 누구나 그럴 것이다. 그저 최선을 다해 맞서야 한다."

감독을 끌어당긴 힘

<원더> 영화의 한 장면

▲ <원더> 영화의 한 장면 ⓒ CGV 아트하우스,그린나래미디어(주)


영화 <원더>의 메가폰은 1995년 <더 포 코너스 오브 노웨어>로 선댄스 영화제 심사위원 대상 후보에 오르고, <렌트>(2005)의 각본, <미녀와 야수>(2017)의 각색, <월플라워>(2012)의 저자이자 연출을 맡았던 스티븐 크보스키가 잡았다. 그는 소설 <원더>를 읽는 순간 답이 나왔다고 말한다.

"내 아들이 태어났기에 이 책이 더욱 특별하게 느껴졌다. 책에서 날 끌어당겼던 부분은 내가 한 모든 선택이 나를 만든다는 것이었다. 내 선택으로 난 영웅이 될 수도, 돋보일 수도, 그저 나 자신이 될 수도 있었다."

남들과 다른 외모로 아픔을 겪는 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작품으론 데이빗 린치의 <엘리펀트 맨>(1980)이 유명하다. <원더>와 유사한 가족 영화를 찾는다면 쉐어에게 칸 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안겨주었던 피터 보그다노비치의 <마스크>(1985)도 떠오른다. 이들과 <원더>가 다른 점은 다양한 시점에 있다.

<원더> 영화의 한 장면

▲ <원더> 영화의 한 장면 ⓒ CGV 아트하우스,그린나래미디어(주)


<원더>는 어기에게만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여러 인물을 조명하며 다방면으로 묘사를 시도한다. 원작 <원더>는 어기와 주변 다섯 인물(비아, 서머, 잭, 저스틴, 미란다)의 시점이 교차하는 구성을 취했다. 영화는 주인공 어기, 어기의 누나 비아, 어기의 첫 친구 잭(노아 주프 분), 비아의 친구 미란다(다니넬 로즈 러셀 분)로 짜였다. 그들은 각각 챕터의 화자가 된다.

<어기> 편에선 어기가 얼굴을 감추던 헬멧을 벗으며 마주하는 우호적인 사람들과 적대적인 사람들이 등장한다. <비아> 편에선 가족에게 소외된 비아의 고민이 묻어난다. <잭> 편은 어기와 친구가 되었던 비밀이 밝혀지고, <미란다> 편은 비아와 절친한 친구였던 미란다가 왜 소원한 관계가 되었는지 들려준다. 어기에서 누나, 친구 등으로 이야기의 범위가 확장되며 영화는 점점 풍성해진다. 그 속에서 '관계'라는 우주가 형성하는 '기적'을 목격한다.

<원더>엔 영화 <스타워즈>와 연극 <우리 읍내>가 나온다. <스타워즈>의 캐릭터 츄바카, 다스시디어스는 극의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하고 유머를 제공하는 요소로 기능한다. 저작권에 까다롭기로 소문난 디즈니가 캐릭터 사용을 허락한 걸 보면 <원더>의 메시지에 깊이 공감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원더>의 마지막에 들리는 "평범한 사람은 없다"는 대사는 최근 <스타워즈> 작품들인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와 <스타워즈: 라스트 제다이>의 평범한 사람들이 세상을 구한다는 시각과 조응한다.

비아가 속한 연극반은 무대에 <우리 읍내>를 올린다. 극작가 손튼 와일더가 쓴 <우리 읍내>는 퓰리처상을 받은, 미국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미국 뉴햄프셔 주의 가상의 마을 '그로버즈 코너즈'에서 일어난 일을 3막의 형식으로 보여주는 <우리 읍내>는 우리가 일상이라 느끼던 평범한 시간이 실은 우리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순간이었다는 걸 역설적으로 다루었다.

긍정적인 묘사로 가득한 영화 <원더>

<원더> 영화의 한 장면

▲ <원더> 영화의 한 장면 ⓒ CGV 아트하우스,그린나래미디어(주)


<원더>는 <우리 읍내>를 빌려 삶의 작은 조각들이 만드는 '기적'을 찬미한다. 무대에서 오롯이 주인공으로 서는 비아를 통해 우리는 모두 기적의 존재라고 외친다. 제목이 <어기>가 아닌 <원더>인 이유는 여기에 있다. 어기만의 이야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원더>는 긍정적인 묘사로 가득하다. 어기의 가정환경은 남들보다 부유하고, 주위 사람들은 지나치리만치 착하다. 갈등은 쉽사리 봉합된다. 마치 디즈니 가족 영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비슷한 시기에 성장통을 다루었던 <몬스터 콜>과 비교한다면 과감함은 분명 덜하다.

<원더>의 가장 큰 미덕은 눈물을 강요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 '나'와 '너'라는 행성이 만나 관계란 우주를 이루고, 서로 기쁨과 슬픔을 주며 성장하는 과정을 사려 깊은 태도로 관찰할 따름이다. 미국의 한 매체는 <원더>를 "이것은 사회 전체의 이야기"라고 평가했다. 차별과 공존이 화두로 떠오른 오늘날, <원더>의 목소리는 더욱 각별히 다가온다.

원더 스티븐 크보스키 제이콥 트렘블레이 줄리아 로버츠 오웬 윌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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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당 24프레임의 마음으로 영화를 사랑하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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