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CN 주말 드라마 <나쁜 녀석들2: 악의 도시>

OCN 주말 드라마 <나쁜 녀석들2: 악의 도시> ⓒ OCN


OCN 주말 드라마 <나쁜 녀석들2: 악의 도시>가 갈수록 흥미롭다. 이 드라마는 김상중·마동석 등이 출연한 <나쁜 녀석들>(2014)의 속편인데, 전편과 연결점은 별로 없다. 전편의 주인공 김상중은 살짝 얼굴만 비칠 뿐이다. 드라마의 배경 역시 서울이 아니라 서원시라는 가상공간이다. 연결고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시즌2를 이해하려 구태여 전편을 찾아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공통점이라면 전편과 마찬가지로 <나쁜 녀석들3>의 분위기가 무척 어둡다는 점이다. 서원지검 이명득 검사장(주진모)은 우제문 검사(박중훈)에게 현성그룹 조영국 회장(김홍파)에 대한 수사를 지시한다.

이때 이 검사장은 조 회장이 배상도 서원시장(송영창)에게 인서동 재개발 청탁과 함께 거액의 뇌물을 건넸고, 이후 이 일을 맡은 관련자들이 모두 의문의 죽음을 당했다는 정보를 전달한다. 우 검사는 3년 전에도 조 회장 수사에 참여했다가 실패한 아픔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엔 조 회장을 반드시 잡아넣겠다고 단단히 벼른다.

드라마의 얼개는 참 익숙하다. 정관계를 주무르는 재벌 회장, 그를 잡겠다고 나서는 검사, 그리고 그 뒤로 펼쳐지는 보이지 않는 손의 음모 등등. 그간 한국 영화와 드라마에서 익숙하게 써먹었던 대립구도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전혀 식상하지 않다. 무엇보다 매 회차 마다 시대 변화를 실감케 하는 대사가 거침없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31일 오후 방송된 6화에서 서원지검 반준혁 차장검사(김유석)는 이명득 검사장이 우제문 검사를 부추겨 조영국 회장 제거를 시도했다는 사실을 알아낸다. 그래서 반 검사는 조 회장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검찰에 출두하라고 설득한다. 그러자 조 회장은 싸늘한 어조로 이렇게 말한다. 조 회장의 대사는 지난 정권 시절 비선실세를 권력서열 1위라고 적었다가 화를 당한 한 수사관의 일을 떠올리게 한다. 

"제가 미쳤습니까? 거기 들어가면 어떻게 되는지 뻔히 아는데. 비선실세 혼내주라고 문건 만든 사람을, 문서 유출로 징역살게 한 데 아닙니까, 거기가?"

드라마에서 나온 대사, '이게 나라냐!'

앞선 회차를 살펴보자. 2화에서 우제문 검사는 조영국 회장의 행동대원이었던 주재필의 신병을 확보해 강도높게 추궁한다. 주재필은 우 검사에게 조 회장이 배 시장에게 뇌물을 건넸다고 털어 놓는다.

"회장님과 배 시장이  계속 해먹었다. 계속 해먹을 생각이었고 근데 검사님네 지검장이 치고 들어오니까. 이거 까발려서 문제 만드느니 엎자. 그래서 죽인 거다. 나중에 귀찮아질까 봐."

이 말을 들은 우 검사는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참지 못한고 이렇게 응수한다. 그런데 분노에 차서 내뱉은 말 한 마디가 우리 귀에 무척 익숙하다.

"뼈빠지게 낸 세금이 조영국 아가리로 갔고 그걸로 현성을 키웠다? 이게 나라냐!"

이뿐만 아니다. 4화에서 우제문 검사는 이명득 검사장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 조직을 향해 그야말로 핵직구를 날린다.

"우리 검찰이 왜 이렇게 욕을 먹는지 알아요? 진짜 의리가 뭔지 몰라서 그래. 어려운데서 어려운 일 하는 검사 도와주고 서포트 해주는데 의리인데, 더러운데서 더러운 일하는 검사 감싸주고, 그걸 의라고 생각하고. (중략) 그거 의리 아냐. 제식구 감싸기지. 그거 우리끼리 다 해먹자는 겁니다!"

이밖에도 광화문 촛불 집회 현장에서 익히 들었던 구호들이 거침없이 나온다. 대사를 들으면서 촛불 집회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어 좋다.

주연배우들의 연기도 일품이다. 주인공 우제문 검사로 분한 박중훈의 연기는 이전과 확 달라졌다. <투캅스>나 <할렐루야> 등에서 봤던 까불까불한 모습은 찾아볼 수 없다. 외모와 연기력 모두 중후해진 느낌이다. 이명득 검사장 앞에서 조영국을 붙잡아오겠다고 결기를 보이는 대목에서는 전율마저 인다.

조영국 회장 역을 맡은 김홍파의 연기 역시 명불허전이다. 김홍파는 영화 <내부자들>, 드라마 <귓속말>에서도 악덕 재벌회장 역으로 나왔는데, 자주 악역을 맡으면서도 매번 다른 연기를 보여준다. 주진모, 양익준, 노진평, 지수 등 박중훈의 뒤를 받치는 조연들의 연기도 볼만하다.

드라마는 액션, 메시지는 '법'

 OCN 주말 드라마 <나쁜 녀석들2: 악의 도시>

OCN 주말 드라마 <나쁜 녀석들2: 악의 도시> ⓒ OCN


그러나 드라마의 설정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우제문 검사는 조영국 회장 수사를 앞두고 3년전 실패를 곱씹는다. 3년 전 조 회장은 우 검사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었다.


"검사님, 다음부터는 날 잡아넣으려면 펜 잡는 놈말고 칼 잡는 놈 데려와야 할 겁니다."

우 검사는 이 말을 되뇌이며 스스로 나쁜 놈이 되겠다고 마음먹는다. 뿐만 아니라 팀을 꾸릴때도 세상 때가 가득 묻은 사람만 골라 데려온다. 팀원 가운데 가장 때묻지 않은 노진평 검사(김무열)은 우 검사의 방식을 이해 못한다. 이러자 우 검사는 무뚝뚝하게 내뱉는다.

"나는 사람 믿고 일 안 해. 사연 믿고 일하지."

뿐만 아니라 액션신이나 드라마 속 검찰 수사관의 폭력성은 과도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드라마는 법을 말하는 것 같다. 쉽게 풀이하면, 법이 정하는 선을 넘어서는 안 된다는 메시지를 던진다는 말이다. 5화에서 신주명 수사관(박수영)이 우 검사에게 건네는 말 속에 드라마의 주제가 압축돼 있다고 본다.

"부장님은 검사, 저는 수사관. 우리 같은 사람들이 무슨 일 하면 사람들이 공권력이라 부르잖아요. 공권력이 법 생까고 다이렉트로 사람 죽이고 하면 안 되는 거죠. 우리 같은 사람들은요 칼맛 보면 안돼. 맛 드럽게 없고 그래도 세상에서 법이 제일 맛있구나 그러고 살아야지, 안 그래요?"

시대상황을 압축한 대사와 배우들의 농익은 연기가 이 드라마를 보며 느끼는 가장 큰 재미다. 아직 열 번의 이야기가 더 남았다. 우 검사와 조 회장의 갈등을 부추긴 장본인이 이명득 검사장이라는 점이 드러난 만큼, 앞으로 어떤 반전이 펼쳐질지 궁금하다. 막힌 속을 확 뚫어주는 듯한 돌직구 대사 역시 기다려진다.

나쁜 녀석들 박중훈 이게 나라냐 김홍파 비선실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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