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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51일차 총파업 집회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참석해 MBC노래패와 합동공연을 했다. 공연 전 세월호참사 당시 영상과 MBC의 ‘전원구조’ 오보 뉴스영상이 상영되자 한 유가족이 손가락으로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전원구조 오보' 지금 들어도 고통 24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동 MBC사옥에서 열린 언론노조 MBC본부 51일차 총파업 집회에 세월호참사 유가족들로 구성된 416합창단이 참석해 MBC노래패와 합동공연을 했다. 공연 전 세월호참사 당시 영상과 MBC의 ‘전원구조’ 오보 뉴스영상이 상영되자 한 유가족이 손가락으로 귀를 막으며 고통스러워하고 있다.
ⓒ 권우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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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삶의 시간은 여전히 2014년 4월 16일에 머물러 있건만, 사방에선 새해맞이 인사로 분주해 한다. 또 한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밝았다고 한다. 결국 오늘이 어제가 된 것을 빼 놓고는 결코 달라진 것이 없는데, 또 다른 내일이 온다 한들 별로 달라질 것도 없는데, 뭐가 저리 신나고 호들갑까지 떨며 새롭다고 할까?

TV를 켜면 어떤 사람들은 동해 정동진에서, 또 다른 사람들은 산 정상에서, 아주 오래전에 우주 저편에서 빛났던 태양을 구경하느라 함성을 지르며 소망을 비는 모습을 쉽게 찾아 볼 수가 있다. 참사 이전엔 내게도, 그리고 먼저간 아들에게도 아주 익숙했던 행사였지만, 이젠  매우 낯선 풍경이 되어버린 새해맞이 행사를 보면서 또다시 많은 생각에 잠기게 된다.

나는 여전히 새해 아침 아들의 책상 앞에서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이란 낡은 단어로 또 다른 하루를 시작한다. 그리고 오늘은 이것을 위해 또 무엇을 파야할지 심각한 고민을 하게 된다.

"언론", 그래 "언론"이다. 새해 새날 아침에, 아침을 먹기 위해 TV를 틀고 나서야 오늘의 특별한 공격 과제가 떠올랐다.

내가 살아 숨 쉬고 있는 그날까지 세월호 참사 당일을 잊지 못하겠지만, 그 기억 한구석엔 언론과 관련한 기억만큼 또렷하게 남아있는 것은 없다. 아직도 활동 사진이 상영되는 것처럼 "국민의 소리 KBS"와 "만나면 좋은 친구 mbc 문화방송"의 속보 화면만은 영원히 잊을 수가 없다.

MBC의 11시1분26초 ‘학생전원구조’ 최초오보 자막
 MBC의 11시1분26초 ‘학생전원구조’ 최초오보 자막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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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사가 있던 날 공중파 속보 내용은 아주 잘 써진 "한편의 소설" 같았다. 

내가 이 참사 소식을 듣고 언론 보도를 처음 접한 것은 오전 10시 10분경으로 기억이 된다.

그들의 속보 내용은 대략 이렇다. 사고 원인으로 세월호가 '암초를 타고 넘은 것 같다'고 했다. 선장은 '퇴선 방송을 했다'고 했고, 안행부는 중대본을 꾸려 매우 적극적으로 사고를 수습하고 있다고 전했다. 해경과 군(육군+해군+공군), 소방, 상선, 민간어선 등이 합심하여 매우 입체적으로 구조 작업에 임하고 있다고 했다. 세월호는 부력을 유지하고 있어 1~2시간 안에는 침몰하지 않을 것이며, 함정이 세월호에 접안하여 구조하고 있다고 했다.

게다가 안개가 끼긴 했지만 파도도 높지 않고, 바람도 불지 않아 구조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이며, 바다의 수온도 높지 않아 승객들이 물에 뛰어 들어도 한두 시간은 버틸 수 있다고 했다.

120명이 구조되었고, 곧이어 190명이 구조되었다고 했다. 대통령은 '구조에 철저히 임하여 한 명의 인명 피해도 없도록 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단원고 학생이 전원 구조되었고, 곧바로 승객 전원이 구조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특공대가 투입되어 혹시 선내에 남아있을 승객들을 위해 엔진실과 기관실까지 철저히 수색하고 있다고 한다.

철저하게 속았다. 아들은 이미 죽어가고 있는데, 못난 애비는 전원 구조 소식을 듣고 기뻐했고, 지인들로부터 웃으면서 안부 전화까지 받았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매우 다행스럽게 못된 정권이 물러났고, 핵심 주동자들은 자신이 있어야 할 자리를 찾아서 먼 길을 떠났다. 그들에게 부역했던 왜곡된 언론인들도 하나둘씩 정리되기 시작했다. 새로 자리를 차지한 언론인들은 언론을 개혁하여 반드시 정상화시키겠다고 한다.

"언론개혁과 언론 정상화"

모든 것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는 내 입장에서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고, 무엇이 달라지지? 나쁜 놈들은 철저히 증거를 인멸한 후 그 자리를 떠났을 터이고, 남아있는 잔존 세력들은 어떻게든 불리한 증거를 없애려고 노력할 것인데... 그래, 그래도 새로운 마음으로 개혁하겠다고 나서는 자들을 또 순진하게 한번만 더 믿어보자. 어쩌면 내가 원하는 증거들을 그들에게서 받아낼 수 있을지도 몰라... 이런 이루어질 수도 없는 허튼 희망을 새해 아침에 가져 본다.

나는 세월호 참사와 관련한 매우 많은 증거를 거대 언론들이 가지고 있다고 확신하고 있다. 참사 당시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는 외신을 비롯하여 매우 많은 언론사들이 파견되어 있었고, 그들은 그곳에서 인권을 무시한 무차별적인 취재를 진행한 바가 있다.

또한 그곳에는 목사라는 신분으로, 피해자의 삼촌, 이모부, 고모부라는 가족 관계를 사칭한 사람들이 유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매우 많은 못된 짓들을 하고 있었다. 그들의 얼굴은 고스란히 언론의 카메라에 잡혀있을 것이고, 그것만 공개된다면 이 참사의 진상규명은 분명히 진실 앞에 성큼 다가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나는 확신하고 있다.

"전원 구조"만이 오보가 아니었다.

언제부터인가 나는 참사 당일 속보 속엔 "불결한 악의적 의도"가 숨어 있었다고 믿고 있다. "암초에 부딪힌 것 같다는 사고 발생 원인부터, 구조세력(해경, 군(해군, 육군, 공군),소방...)이 동원되고 출동하고 구조하는 과정, 선장의 '퇴선명령', 120명 구조, 190명 구조, 대통령 지시사항 하달, 단원고 학생 전원구조, 승객 전원 구조"에 이르는 과정까지 어떤 프레임이 사전에 잘 짜여 있었다는 의혹을 솔직히 지울 수가 없다. 필요한 부분은 과장되고 불리한 부분은 축소되고, 또 어떤 부분은 창작되었던 것이 참사 당일 속보 내용이었다.

해당 방송사들은 1000리 밖 바다 위에서 발생한 사고에 대한 속보를 내보내고 있는 시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오보는 충분히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책임 있는 방송사라면 한 박자 늦은 방송은 할 수 있어도, 거의 모든 부분에 대한 오보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구조내용 전반에 대한 오보를 전했고, 전체적인 측면에서 볼 때  KBS와 mbc가 크게 다르지 않았다. 서로 다른 방송사가 동시에 동일한 내용으로 오보를 전할 확률은 '0'에 가깝다고 나는 판단한다. 누군가가 끊임없이 잘못된 구조 내용을 전달해 주었거나, 어느 한쪽의 것을 계속해서 베껴 쓰기 하지 않는 한 있을 수 없는 현상이라 해야 할 것이다.

세월호 희생자들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있는 최승호 사장 등 MBC 경영진
 세월호 희생자들에 무릎 꿇고 사과하고 있는 최승호 사장 등 MBC 경영진
ⓒ 성하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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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은 반성하고 속죄해야만 한다.

적어도 이 나라 언론들은 세월호 참사 피해자와 피해자 가족에게 마음의 빚이 있어야 하고, 반드시 속죄해야만 한다. 그리고 그것은 분향소에 있는 희생자 영정 앞에서 할 것이 아니라, 국민들을 향하여 방송을 통해 공개적으로 해야만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보유하고 있는 세월호 참사 관련 중요한 증거물인 영상물 전부를 제2기 특조위에 제공해야만 한다.

또한 잘못된 취재와 보도를 하게 된 경위 및 악의적 왜곡 보도를 자행했던 이유, 청와대의 외압과 관련한 부분 등을 솔직하게 고백해야만 한다. 이것이 없다면 그들이 진행하는 개혁은 진정한 개혁이 아니며, 온전한 적폐 청산이라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은 새롭게 출발한다고 스스로 다짐했고, 달라지는 모습을 보아 달라고 국민들을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달라진 진정한 모습은 스스로 곪은 환부를 도려내는 것이고, 새로운 피를 수혈하여 공정한 방송을 진행할 때 국민들은 그들을 진심을 인정할 것이다. 장도를 떠나는 그들의 앞날을 축원은 하지만 그들의 변화 또한 계속해서 지켜 볼 것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사람들의 양심과 진심을 다시 한 번 믿어보겠다.

덧붙이는 글 | 일반인들은 "전원구조"만이 오보라고 믿고 있다. 하지만 시작 부터 끝까지 거의 모든 부분이 오보였다. 왜 그랬는지 언론인들이 자기 고백을 했으면 한다.



태그:#세월호 참사, #언론보도, #왜곡보도, #언론개혁, #세월호 속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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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평범한 회사원 입니다. 생각이 뚜렷하고요. 무척 객관적이라 생각합니다.

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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