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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정홍 동시집 <맛있는 잔소리>.
 서정홍 동시집 <맛있는 잔소리>.
ⓒ 보리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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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매산 기슭에서 이웃들과 '열매지기공동체'와 '청소년과 함께하는 담쟁이 인문학교'를 열어 오고 있는 서정홍 시인이 동시집 <맛있는 잔소리>(보리출판사 간)를 펴냈다.

"아들아, 놀 시간도 없는데/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냐?/ 아이들은 놀려고 세상에 태어 났어/ 공부하려고 태어난 게 아니란 말이야/ 빨랑빨랑 책 덮고 나와/ 엄마랑 아빠랑 썰매도 타고/ 언덕에 올라 연도 날리고/ 숲속에 가만히 앉아 눈을 감고/ 바람소리 새소리 들어보고/ 바닷가에서 게도 잡고/ 싱싱한 가재도 먹고/ 별이 쏟아지는 해수욕장을 걸어 보고/ 아들아, 그만 자고 얼른 일어나!/ 일어나 보니 한밤중이다/ 꿈속이지만 …/ 그래도 기분이 좋다/ 맛있는 잔소리다"(동시 "맛있는 잔소리" 전문).

요즘 아이들은 학교며 학원에 다니기 바쁘다. 새해 첫날에도 '어떻게 하면 잘, 재미나게 놀기' 위해 계획을 짜는 아이들은 없을 것이다. 특히 부모들은 아이들을 어떻게 하면 공부를 더 시킬 것인지만 골몰한다.

얼마나 놀고 싶었으면 실컷 노는 꿈까지 다 꾸게 되었을까. 아이들이 '맛있는 잔소리'를 읽으며 "꿈속이니까 가능하지"라는 반응을 보이겠지만, 어른들이 이 동시를 읽고 "아이들은 그렇게 놀고 싶어 하는 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될 것 같다.

서정홍 시인의 시집에는 우리 주변 사람들이 등장한다. 할머니와 돌아가신 할아버지부터 아버지, 어머니는 물론이고 형과 동생, 유치원 선생님, 수녀님, 이모, 삼촌이 시의 주인공이 되어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 개와 염소, 달팽이, 지렁이도 나온다. 자연도 사람과 어울려 사는 하나의 '가족'인 것이다.

"형아, 우리 한 집에서 사니까/ 참 좋다!/ 같이 밥 먹고 같이 신나게 놀고.// 내가 하고 싶은 말을/ 동생이 다 했다"(동시 "마은은 하나" 전문).

"아버지 드릴 새참을 들고/ 산길 따라/ 산밭으로 간다/ / 오늘도/ 나는 혼자가 아니다/ / 내가 가는 곳마다/ 바람이 불고/ 새들이 날고/ 풀벌레가 노래 부른다"(동시 "혼자가 아니다" 전문).

"도시에 사는/ 고모네 개가 죽었대요/ / 내일 장례식이래요/ 빈손으로 그냥 가야 하나/ 조의금을 가지고 가야 하나/ 저녁 내내/ 아버지랑 어머니랑 다투는 데요/ / 아버지는/ '개도 정들면 사람보다 낫다고/ 조의금을 가지고 가야 해요'/ / 어머니는/ '아무리 그래도/ 개가 죽었는데 조의금이라니요'/ / 오늘, 어떤 결정이 날지/ 아무도 몰라요"(동시 "아무도 몰라요" 전문).

재미있다. 신문 기사에 나옴직한 '개 장례식' 이야기를 시로 끌어 왔다. '개 장례식'은 어떻게 치르는지 궁금해진다. 그리고 '개도 정들면 사람 보다 낫다'는 말에 공감이 간다. 또 조의금을 들고 갔는지도 그렇지만 '개 장례식'에 참석했는지도 궁금해진다.

"시험 칠 때마다 꼴찌라니?/ 너는 학교 가는 이유가 뭐니?/ / 엄마, 나는 학교에 친구들 만나러 가요/ 친구들과 밥 먹으러 가요/ / 공부는 언제 하니?/ 언제 하느냐고?/ / 학교에서 친구들 만나는 것도 공부고요/ 친구들과 같이 밥 먹는 것도 공부라니까요/ / 누가 그래?/ 누가 그런 쓸데없는 말을 해?/ / 화내면서 말하는 엄마한테는/ 절대 말하면 안된다고 했는데…"(동시 "비밀 지키기" 전문).

경남에서 한때 '무상급식 중단' 됐을 때, 사람들이 곧잘 했던 말이 '급식도 교육이다'는 말이 새삼 생각난다. '친구들과 같이 밥 먹는 것도 공부'라는 말을 많이 들었다.

주중식 전 거창 샛별초등학교 교장은 서문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모든 자리에서, 이 시집에 나오는 이들이 주고받는 말들이, 정겨운 우리말 이야기꽃으로, 마음 속에 활짝 피어나고 있잖아요"라 했다.

주 전 교장은 "나는 나이가 들어 지금은 할아버지지만, 다시 아이가 되어, 우리 손녀 손자 같은 아이가 되어, 이 시집을 읽고 또 읽으며, 아름답게 살아가는 길 찾아보겠어요"라 했다.

서정홍 시인은 시집 <58년 개띠> <아내에게 미안하다> <윗몸 일으키기>, 산문집 <농부 시인의 행복론> 등을 펴냈고, 전태일문학상(1992년)을 받기도 했다. 이번 동시집에는 신슬기 작가가 그림을 그렸다.


오마이뉴스 부산경남 취재를 맡고 있습니다.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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