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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복궁의 모습
 경복궁의 모습
ⓒ 김종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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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추석, 경복궁에 들렀다. 연휴가 길기도 했고, 무료 개장이라는 소식에 오랜만에 찾았다. 발 디딜 틈 없이 인산인해였다. 가족 단위의 방문뿐만 아니라 손을 꼭 잡은 연인들도 많았다. 또, 한복을 차려 입은 외국인도 제법 눈에 띠었다. 사람이 워낙 많아 질식할 정도였지만, 그래도 밝은 분위기가 반갑고 좋았다. 명절이라는 전통적인 기념일과 궁(宮)이라는 전통적 공간이 주는 분위기가 맞아떨어지기 때문에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그곳을 찾은 것이리라.

tvN <알쓸신잡>(알아두면 쓸데없는 신비한 잡학사전)에서 유희열은 어린 시절 경회루에서 스케이트를 타곤 했다는 추억담을 꺼내 놨다. 지금이야 문화재 보호 때문에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지만, 그래도 사람들은 쉽게 궁을 '구경'할 수 있게 됐다. 입장료를 내고, 제한된 선을 넘지 않는다면 말이다. 애시당초 그곳은 백성에겐 허락되지 않은 공간이었다. 궁이란 임금을 비롯한 왕족이 거처하는 집을 뜻하니 말이다. 감히 쳐다볼 수도 없는 곳이었다. 그래서 일까. 사람들은 그리도 궁을 찾는다.

 돌마바흐체 궁전의 외벽
 돌마바흐체 궁전의 외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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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복궁만이 아니다. 국외 여행을 가게 되면 꼭 그 나라의 궁을 찾게 된다. 프라하에 가면 프라하 성은 필수 코스이고, 파리를 가면 인근의 베르사유 궁전을 들리지 않을 수 없다. 화려함의 극치를 뽐내는 그곳은 당연히 아름답다. 찬란함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쩍 벌어진 입이 언제부터 그리 되었는지 알 길이 없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슬프다. 백성들이 발 붙일 수 없었던 공간, 하지만 백성들에 의해 지어졌던 공간. 백성의 피와 땀은 무엇을 위해, 무엇을 세운 것일까. 그런 생각에 자연스레 빠져든다.

이스탄불을 여행할 때도 궁을 빼놓을 수 없다. 톱카프 궁전과 돌마바흐체 궁전, 유명한 두 곳의 궁을 차례로 '구경'하면서 역시 만감이 교차했었다. 이국적인 건축의 화려함에 감탄하면서, 한편으로는 이 공간을 창조했을 터키의 백성들이 떠올랐다.

 아흐메트 3세의 샘과 톱카프 궁전 입구
 아흐메트 3세의 샘과 톱카프 궁전 입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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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카프 궁전 내부
 톱카프 궁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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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톱카프 궁전의 기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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톱카프 궁전(Topkapı Palace)

톱카프 궁전은 구시가지에 있다. 앞서 살펴봤던 아야소피아 박물관을 끼고 왼편으로 돌아 쭉 직진하면 얼마 지나지 않아 아흐메트 3세의 샘(이라는 이름의 정자풍의 건물)과 거대한 문을 맞닥뜨리게 된다. 문을 통과하면 왼편으로 아야이레네 박물관과 고고학 박물관이 보인다. 따가운 햇볕을 피할 수 있는 제1정원의 안락함에 취하기 십상인데,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이 중간 지점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도 좋다. 매표소 앞쪽에선 말을 타고 달리는 기마병의 모습도 볼 수 있다.

1467년에 완공된 톱카프 궁전은 돌마바흐체 궁전이 완공된 1856년까지 오스만 제국의 술탄들이 머물렀던 곳이다. 안쪽에서 바깥을 바라보면 푸른 빛의 바다가 펼쳐져 기분을 상쾌하게 만든다. 보스포루스 해와 마르마라 해가 만나는 곳에 자리잡고 있기 때문인데, 그 풍경들이 참으로 아름답다. 물론 단순히 뷰포인트를 위한 입지 선정은 아니었다. 방어를 위해서도 톱카프 궁전은 중요한 위치에 세워졌다. 톱카프가 터키어로 '대포의 문'이라는 뜻인 걸 생각해보면 이해가 쉬울 것이다.

톱카프 궁전은 고고학 박물관이 있는 제1정원과 도자기 전시실, 주방, 하렘으로 구성된 제2정원과 알현실과 보물관이 있는 제3정원, 바그다드 쾨시퀴(정자) 등 3개의 쾨시퀴가 있는 제4정원으로 구성돼 있다. 궁전은 웅장할 것이라는 기존의 선입견과는 달리 전체적으로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좋았다. 벤치에 앉아 마르마라 해를 바라보는 그 평온한 시간들이 이스탄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행복했다.

 1. 돌마바흐체 궁전 앞 시계탑
2. 돌마바흐체 궁전 입구
3. 돌마바흐체 궁전 내부
 1. 돌마바흐체 궁전 앞 시계탑 2. 돌마바흐체 궁전 입구 3. 돌마바흐체 궁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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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마바흐체 궁전(Dolmabahce Palace)

술탄 압뒬메지트 1세는 톱카프 궁전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이유로 새로운 궁전을 세우도록 명령한다. 1843년부터 1856년까지 공사가 이어졌고, 그리하여 돌마바흐체 궁전이 탄생했다. 보스포루스 해협을 따라 길게 뻗어 있는 이 궁전은 사이즈가 톱카프 궁전의 그것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다. 홀이 43개, 방이 285개, 발코니가 6개, 목욕탕이 6개나 된다고 한다. 톱카프 궁전을 다녀온 뒤라 그런지, 돌마바흐체 궁전의 규모는 훨씬 더 압도적이었다. 술탄 압뒬메지트 1세가 궁전을 옮기고 난 후 얼마나 만족했을지 알 듯 했다.

돌마바흐체 궁전은 외곽에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어서 찾아가기 까다로울 수 있다. 트램을 타고 이동한다면 카바타쉬 역(종점)에서 내려 5~10분 남짓 걸으면 되고, 탁심 광장 부근에서 이동한다면 40번(혹은 40T, 42T) 버스를 타면 된다. 필자의 경우에는 돌마바흐체 궁전 근처에 숙소를 잡아둔 터라 도보 이동이 가능해 불편이 없었다. 오전에 돌마바흐체 궁전을 둘러본 후, 오후에 루멜리 히사르(Rumeli Hisarı)나 베벡(Bebek)로 옮겨가는 걸 추천하는데, 하루가 꼬박 필요한 일정이라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한다.

 돌마바흐체 궁전 내부
 돌마바흐체 궁전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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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돌마바흐체 궁전 내의 미술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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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도 말했던 것처럼 돌마바흐체 궁전은 워낙 크기가 커서 구석구석 둘러보려면 엄청난 체력을 요한다. 가뜩이나 여행에 지쳐있던 터라 굉장히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안쪽에 위치한 미술관에서는 그림을 보다가 잠시 의자에 기대 잠이 들기도 했다. 그렇게 체력을 보충해가며 고군분투해야 했던 곳이다. 돌마바흐체 궁전 관람은 가이드 투어로만 가능한데, 한국어 지원이 되지 않아 원활한 이해가 어려워 아쉬웠다. 하지만 베르사유 궁전을 참고한 그 호화로움은 눈으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화려함을 좇는 건 인간의 본능적 욕망일까. 아니면 권력의 속성일까. 나도 인간인지라 그 건축의 웅장함과 아름다움에 눈이 현혹되고, 입을 잔뜩 벌린 채 감탄한다. 그러라고 만들어 놓은 곳이니까. 그렇게 화려함에 취해 있는 동안 잠깐이나마 정신을 차려 그 공간의 의미를 되새기곤 한다. 이 궁전을 만들기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와 땀을 흘렸는지 말이다. 지금이라고 다를까. '권력'이라는 달콤한 알맹이를 취하고, '공간'을 차지하고 앉아 있는 사람들은 누구인가.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김종성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wanderingpoet.tistory.com)와 <직썰>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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