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명의 시민기자가 개의 기사를 작성하였습니다. 시민기자 전환하기
【오마이뉴스는 개인의 일상을 소재로 한 생활글도 뉴스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개인의 경험을 통해 뉴스를 좀더 생생하고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습니다. 당신의 이야기가 오마이뉴스에 오면 뉴스가 됩니다.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아이를 키우면, 어른들끼리는 경험하기 힘든 낯선 일들을 겪습니다. 오직 육아하는 이 때만, 부딪칠 수 있습니다. 애 키우는 동안 나를 흘려보내는 것 같아 좌절감에 글을 씁니다. '너희만 크냐? 엄마도 같이 크자'는 마음으로 펜을 들었습니다. 아이와 함께 성장하기 위해 육아일상 속 메세지를 담아 글을 씁니다 - 기자말

 엄마, 아빠, 딸 모두 편히 책 읽는 시간. 함께 행복하다.
 엄마, 아빠, 딸 모두 편히 책 읽는 시간. 함께 행복하다.
ⓒ 최다혜

관련사진보기


"어머니, 종자 개량은 안 되나봐요~"

둘째가 태어난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일이다. 큰 아이가 동생 스트레스로 친구들을 해코지할까봐 늘 노심초사였다. 등원길에 원장 선생님께 여쭤보았다. 그랬더니 '종자 개량은 안 된다'며 장부처럼 호쾌한 표정으로 껄껄 웃으셨다. 엄마, 아빠가 큰 소리 낼 줄 모르니 큰 아이도 친구 괴롭힐 줄 모른다는 말씀이셨다. 그 후, 한 참 동안 머리에 맴 돌았다.

'내 종자는 어떤 종자인가.'

"엄마는 24시간 내내 켜져 있는 광고와 같다. 1000번 이상, 2000번 이상 반복되는 광고처럼 말이다. 이 때문에 엄마의 영향력은 엄청날 수 밖에 없다. - <EBS 마더쇼크> 중"

아이는 24시간 엄마를 보고 있었고, 무의식 속에 나를 소비했다. 더욱이 '종자'는 바꿀 수도 없다는데 내 종자의 정체를 밝히려고 아이를 가만히 뜯어보았다. 아이가 거친 말 모르고 고운 말 쓰면 흐뭇했고, 바닥에 퍼져 앉아 책 속에 파묻혀 있으면 나도 행복했다. 남편과 내가 잘 하고 있다는 메시지로 여겼다.

어느 날, 유아 비만에 대한 기사를 읽었다. 유아 비만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질 확률이 높다는 요지였다. 비만을 가늠할 수 있는 BMI 계산법이 있었다. 설마하는 마음으로 키와 몸무게로 계산했다. 아뿔싸! 아슬아슬했다. 방심하고 더 먹으면 곧장 과체중이었다. 아이의 큰 키와 매 끼니 복스럽게 먹는 모습을 보며 은근한 자부심을 느껴왔다. 하지만 생각을 바꿔야 아이를 건강하게 키울 수 있었다.

그 후, 아이를 볼 때마다 볼록 나온 딸의 배만 눈에 들어온다. 작은 동산이 봉긋 솟아 있는 모양이었다. 그럴 법도 한 게 아이는 또래 아이들에 비해 왕성하게 놀지 않는다. 자리에 앉아 하는 블럭놀이, 그림그리기, 책 읽기, 소꿉놀이를 즐겼다. 또 자주, 많이 먹는다. 빵은 주식이 아니라 후식이고 간식이었다.

 후식으로 빵을 먹는다. 살찌는 아이를 탓할 수 없다. 부모가 먹고 싶어 꺼낸 빵이었다.
 후식으로 빵을 먹는다. 살찌는 아이를 탓할 수 없다. 부모가 먹고 싶어 꺼낸 빵이었다.
ⓒ 최다혜

관련사진보기


아, 이 모든 것은 안 움직이고 먹성 좋은 부모의 종자였다.

나와 남편은 스포츠를 즐기지 않는다. 특히 난 더 심해서 남편이 등산을 가자고 하면 기겁하고 손사레 친다. 절대절대 등산 반대! 즐기며 하는 유일한 '운동'이 산책이다. 나들이를 가도 조금 걷다가 카페에 들어간다. 커피만 시키지 않는다. 꼭 달콤 촉촉한 케이크를 곁들인다. 식사 후에도 과일, 빵, 초콜렛을 후식으로 먹는다. 그 결과, 내 BMI도 매우 아슬아슬하다.

'먹성 좋고 안 움직이는 종자' 개량할 수 있을까

 과자, 빵을 후식으로 먹던 식습관을 고쳐보려 한다. 시작은 가볍게, 달콤한 과일이다.
 과자, 빵을 후식으로 먹던 식습관을 고쳐보려 한다. 시작은 가볍게, 달콤한 과일이다.
ⓒ 최다혜

관련사진보기


아이가 달라졌으면 하는 부분은 정확히 나의 약점이었다. 첫째로는 날 위해서, 다음으로 아이도 더 건강해지기 위해 달라져야 했다.

큰 아이와 아침 체조를 시작한 지 일주일 정도 되었다. 자고 일어나면 작게라도 함께 몸을 푼다. 스트레칭, 국민체조, 깡깡총 체조, 새천년 건강체조를 짬뽕해서 되는 대로 한다. 한참 자는 둘째가 깰까봐 조심스럽게 팔다리를 휘젓는 게 마임을 하는 모양새다.

하다보니 발전해서 오늘은 터널놀이, 태권도 연습까지 곁들였다. 한바탕 몸을 풀면 딸도 나도 즐겁다. 엄마와 같이 대근육 놀이를 일주일 정도 즐겼더니 전보다 더 움직이며 논다. 여전히 사부작거리는 놀이를 더 즐기기는 하지만 말이다.

후식도 없애거나 밀가루보다 자연식으로 바꾸고 있다. 그동안 참 많이 먹었다. 날씬한 부모들은 더 먹고 싶어도 배부르면 절제하는데 우리 부부는 그렇지 못 했다. 달콤한 유혹에 매번 졌다. 그리고 우리가 먹으니 아이도 먹었다. 같이 살찌고 있었다.

아이를 거울 삼아 2018년 목표를 세웠다. 하루 한 번 체조하기, 그리고 밀가루 줄이기. 아이도, 나도 더 건강해지고 올챙이 같은 두 모녀의 배도 조금은 들어가길 바라본다. 그리고 대대손손 이어지던 '먹성 좋고 안 움직이는 종자'를 우리 세대에서 개량해보려 한다.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책 읽고, 글 쓰고, 사랑합니다. 책 좋아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는 세상을 꿈 꿉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