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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정은 노년의 삶마저도 아름답게 만든다."

이런 생각을 하게끔 한, 인생을 참 멋지게 살아가고 계시는 분을 만나 행복했다. '나도 저렇게 살 수 있을까, 저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이 들만큼.

독서모임 '풍경소리' 야외수업이 한 회원의 부모님 집에서 있었다. 울산에서 경주 넘어가는 길목인 척과에 있는 전원주택이었는데 정원이 아주 근사했다. 정원 중간에 연못을 만들고 연못 속에는 우리나라 국토의 모양을 만들어 놓았다. 독도를 상징하는 물개 형상의 돌까지 있었다. 그리고 아버님의 나라사랑이 얼마나 지극한지 우리나라 땅 모형 중간에 국기봉을 설치하고 태극기를 달아 놓으셨다. 정원 옆에는 아이들을 위한 그네와 텃밭이 있었다. 그것도 부러웠지만 그것보다 더 부러운 것이 아버님의 노년의 삶이었다.

연세가 80이 넘었지만 아직 건강하셨고 나이보다 훨씬 젊어보였다. 자식들을 전부 예쁘게 키웠고 나이가 들었어도 여전히 당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시는 모습이 정말 좋아보였다,

농소초등학교를 졸업하신 지 66년째 되는 날, 90대인 선생님을 모시고 동기회를 했다고 한다. 아마 전무후무한 일이 아닐까 싶다. 얼마나 멋지고 아름다운 모습인가.

안내문이 너무 멋져 몇 구절만 소개하기로 한다.

- 농소 초등학교 21회 모임 안내-
"할매야, 할배야 졸업식 하러 가자."
"졸업장 받아 들고 다시 한번 울어보자. 그리고 얼라 되자."

안내문 내용도 직접 아버님이 작성하셨단다. 세상의 어떤 문학 작품이 이런 멋진 표현을 할 수 있으랴? "얼라"란 말은, 아기의 경상도 사투리로 요즈음은 거의 사용하지 않는다. "얼라" 이 한 마디 만으로도 충분히 가슴이 벅찼다. 난 말보다는 글이 익숙해 그렇게 감동하고도 그 표현을 아버님께 제대로 해드리지 못해 굉장히 죄송했다. 아니 너무 감동해 말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90 넘은 선생님이 제자에게

"너희들이 왜 이렇게 되었느냐? 그땐 너희들이 졸업한다고 울었지만 너희 모습을 보니 오늘 내가 다시 눈물이 나는구나."

라고 말씀하시며 눈물을 뚝뚝 흘리셨다고 한다. 제자들이 늙어버린 모습이 그리도 선생님에게는 아픔이었던 것이다. 세월의 무상함도 느끼셨을 테지만, 제자들의 모습을 보고 선생님이었던 자신의 인생이 결코 헛되지 않았다는 감격도 그 눈물 속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았을까?

이토록 아름다운 동기회. 세상 어디에서 볼 수 있으랴. 내년에도 내 후년에도 계속 이 아름다운 모습들이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란다. 아버님도 이후로도 오랫동안 인생에서 조퇴하지 않기를 바란다.(먼저 돌아가신 친구 분들을 조퇴했다고 아버님은 표현하셨다.) 그리고 80이 넘은 노년의 삶이지만 이토록 열정적으로 삶을 가꾸어 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자식들의 지인들을 위해 기꺼이 정원을 빌려주시고 함께 어울려 놀아도 주시는 모습에 반해 '나도 나이가 들면 저렇게 살아야지'하는 생각을 했다. 


거창한 이야기가 아닌 생활 속에 벌어지는 소소한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들꽃은 이름 없이 피었다 지지만 의미를 찾으려면 무한한 의미를 찾을 수 있습니다. 그런 들꽃같은 글을 쓰고 싶네요.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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