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때부터 킬러'라 불리는 파이터가 정유년 마지막 대회를 통해 부활을 노린다.

UFC 웰터급 공식랭킹 8위 카를로스 콘딧은 오는 31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네바다주 라스베가스의 T-모바일 아레나에서 열리는 UFC 219대회 메인카드 첫 경기에서 웰터급12위 닐 매그니와 격돌할 예정이다. 작년에만 2패를 당하며 1년 넘게 옥타곤을 떠나 있었던 콘딧은 끈질긴 파이팅 스타일로 많은 역전승을 만들어 냈던 '좀바형 파이터' 매그니를 상대로 재기를 도모한다.

UFC 219 대회는 올해 마지막 넘버링 대회답게 격투팬들의 관심을 끄는 매치가 대거 포진돼 있다. 메인 이벤트로 배치된 크리스 사이보그와 홀리 홈의 여성 페더급 타이틀전은 사이보그의 독주여부와 함께 현존하는 최강의 여성 타격가를 가리는 대결이 될 전망이다. '무패 파이터'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는 3연승의 상승세를 타고 있는 라이트급 4위 에드손 바르보자를 상대로 2년1개월 만에 재기전에 나선다.

'스턴건' 김동현에게 생애 첫 패배 선사했던 장본인

 콘딧(왼쪽)은 '스턴건' 김동현에게 파이터 인생의 첫 시련을 안겼던 상대다.

콘딧(왼쪽)은 '스턴건' 김동현에게 파이터 인생의 첫 시련을 안겼던 상대다. ⓒ UFC.com


지난 2002년 만19세의 나이로 프로 격투가로 데뷔한 콘딧은 멕시코와 미국,일본의 중소단체를 오가다가 2007년부터 WEC에서 활동했다. 당시 WEC는 세계적인 강자들이 대거 포진돼 있던 경량급에 비해 웰터급 이상의 체급에는 상대적으로 선수층이 얇았다. 덕분에 콘딧은 WEC 데뷔 2경기 만에 WEC 웰터급 챔피언에 등극했할 수 있었다.

WEC 웰터급 챔피언으로 3차 방어까지 성공시킨 콘딧은 UFC와 WEC의 합병으로 옥타곤을 밟았다. 옥타곤 데뷔전에서 마틴 캠프먼을 상대로 접전 끝에 판정으로 패한 콘딧은 제이크 엘렌버거와 로리 맥도널드, 댄 하디를 차례로 꺾고 3연승 행진을 달렸다. 그리고 2011년7월 콘딧은 UFC 진출 후 5연승 행진을 달리고 있던 떠오르는 동양인 선수를 상대했다. 한국인 최초의 UFC 파이터 '스턴건' 김동현이었다.

이 경기에서 김동현은 경기 초반 콘딧을 테이크다운시켰지만 콘딧은 곧바로 일어나며 김동현을 당황시켰고 1라운드 중반 플라잉 니킥에 이은 파운딩으로 김동현에게 격투기 데뷔 후 첫 패배를 안겼다(물론 KO패 역시 처음이었다). 이후 닉 디아즈까지 판정으로 제압한 콘딧은 웰터급 잠정 챔피언에 오르며 극강의 챔피언으로 불리던 조르주 생 피에르에게 도전할 수 있는 권리를 획득했다.

2012년 11월 호기롭게 생피에르에게 도전한 콘딧은 노련한 챔피언의 경기운영에 밀려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했다. 콘딧은 이어진 조니 헨드릭스전에서도 레슬링에서 확연한 레벨 차이를 보이며 판정으로 패했다. 타격대 타격으로 정면대결을 걸어오는 상대에겐 강하지만 레슬링이 강한 그래플러에겐 손수무책으로 당하는 콘딧의 약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레슬링이 장기였던 김동현의 패배가 다시 한 번 아쉽게 느껴지는 순간이기도 했다).

UFC 진출 후 첫 연패를 당한 콘딧은 2013년 8월 자신에게 옥타곤 데뷔전 패배를 안겼던 캠프먼에게 4라운드 KO승을 거두며 설욕에 성공했다. 그리고 2014년 3월 현재 UFC 웰터급 챔피언이 된 타이론 우들리와 경기를 가졌다. 하지만 콘딧은 2라운드 2분 만에 우들리의 레그킥에 맞고 무릎 부상을 당하며 KO로 패했고 1년이 넘는 공백을 가져야 했다.

콘딧은 끈질긴 파이터 매그니 상대로 '킬러 본능' 발휘할까

 '명승부 제조기'로 불리던 콘딧은 최근 7경기에서 2승5패의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명승부 제조기'로 불리던 콘딧은 최근 7경기에서 2승5패의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 UFC.com


재활을 마친 콘딧은 과거 생피에르와 타이틀전을 치렀던 브라질의 베테랑 타격가 티아구 알베스를 상대로 재기전을 치렀다. 콘딧은 난타전을 걸어온 알베스의 안면을 엉망으로 만들며 2라운드 종료 닥터스톱KO승를 거뒀다. 콘딧의 무자비한 타격에 알베스의 코뼈가 부러지면서 경기를 속개시킬 수 없는 상황이 된 것. 화려한 복귀 신고식을 치른 콘딧은 2016년1월 당시 챔피언이었던 로비 라울러와 생애 두 번째 타이틀전을 치렀다.

레슬링이 강한 그래플러에게 고전하던 콘딧은 타격가 라울러를 상대로 대등한 승부를 펼치며 선전했다. 물론 경기 막판 라울러의 러쉬에 KO직전까지 몰리며 판정으로 패했지만 콘딧의 강력함을 확인하기에는 더 없이 좋은 승부였다. 하지만 콘딧은 그 해 8월 미들급에서 내려온 UFC 최강의 주짓떼로 데미안 마이아를 상대로 1라운드 1분52초 만에 리어네이키드 초크에 걸리며 10년 만에 서브미션 패배를 당했다.

마이아전 패배 후 은퇴에 대해 언급했던 콘딧은 1년 넘게 경기를 치르지 않으면서 조금씩 격투팬들에게 존재감이 작아졌다. 언제나 상위권에 위치했던 공식 랭킹도 8위까지 하락했고 콘딧의 자리는 스티븐 톰슨, 콜비 코빙턴,하파엘 도스 안요스 같은 새로운 선수들이 차지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은퇴의 길로 가는 듯했던 콘딧이 UFC219에서 1년 4개월 만에 매그니와의 경기가 잡혔다.

콘딧의 재기전에서 가장 중요한 관건은 역시 '킬러본능' 회복여부. 전성기 시절 상대의 타격을 두려워하지 않는 저돌적인 압박으로 수 많은 상대를 쓰러트렸던 콘딧이 1년의 공백에도 특유의 스타일을 유지하고 있을지는 미지수다. 콘딧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부분은 상대인 매그니가 통산 19승 중 서브미션 승리가 3번에 불과할 정도로 콘딧이 껄끄러워 하는 그래플러 스타일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는 점이다.

콘딧은 최근 7경기에서 2승5패를 기록하고 있을 정도로 파이터로서 하향세가 뚜렷하다. 그럼에도 여전히 많은 격투팬들은 콘딧의 부활을 기다리고 있다. 콘딧은 끊임없는 압박과 피니쉬율 93.3%를 자랑하는 킬러 본능, 그리고 패배를 두려워하지 않는 불굴의 투지로 격투기의 원초적인 재미를 느끼게 해주는 매력적인 파이터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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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219 카를로스 콘딧 내추럴 본 킬러 닐 매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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