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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월 25일에 시험을 보겠습니다. 참고로 26일은 중요한 날이죠. 바로 마오쩌둥 주석의 생일입니다."

선생님의 청천벽력같은 한 마디에 같은 반 친구들이 술렁인다. 크리스마스가 공휴일이 아닌 중국에서는 흔한 풍경이지만 외국 친구들이 대부분인 반에서 울상이 된 얼굴이 많이 보였다. 미국 친구는 크리스마스 당일 끝내 참지 못하고 수업 중간에 선생님에게 "크리스마스를 보내러 갈 거예요!"라고 말하며 가방을 싼 뒤 홀연히 사라졌다.

한국과 다르게 학기가 대부분 1월 초에 끝나는 중국에서 많은 학생은 연말 분위기를 즐길 틈도 없이 공부에 전념해야 한다. 실제로 주변 대학교 친구 중 상당수가 크리스마스 당일에 기말고사 시험이 있었다. 자연스럽게 달콤한 크리스마스 계획을 짜던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이브는 밤새워서 공부해도 모자란 '시험 전날'로 전락하고 말았다.

중국은 경제의 급격한 발전과 함께 문화 또한 눈부시게 발전하며 세대 간의 문화적 격차가 크게 벌어지고 있다. 공휴일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기성세대에게 크리스마스는 그저 평범하게 출근하는 365일 중 1일일 뿐이다. 하지만 최근 외국 문화에 완전히 매료된 중국 젊은 층은 크리스마스를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분위기다.

트렌드에 맞춰 중국 번화가를 가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데 한창이었다. 초록, 빨강 형형색색 불빛이 길거리를 가득 물들였고, 북경으로 유학을 온 외국인들 또한 설레는 표정을 보이면서 길거리를 돌아다녔다.

 신장 위구르에서 찍은 프랑스 친구들 사진
 신장 위구르에서 찍은 프랑스 친구들 사진
ⓒ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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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나라의 크리스마스

더운 나라의 크리스마스 풍경은 어떨까? 추운 날씨를 틈타 평소 좋아하는 사람에게 데이트를 신청하고 손을 잡으며 풋풋한 감정을 느끼는 것은 크리스마스가 겨울인 나라의 풍경일 뿐이다. 코스타리카 친구들에게 크리스마스는 '연인의 날'이 아니었다. 바깥보다는 평소 가깝게 지내는 이웃들과 집에서 성대한 만찬을 차려놓고 함께 이야기를 나눈다고 하니, '가족의 날'에 가까웠다.

하루는 인도네시아 친구와 걸어가다 크리스마스 이야기가 나와 대화를 나누던 중 '화이트 크리스마스'라는 단어가 나왔다. 올겨울에도 서울은 많은 눈이 내렸다고 하니, 날도 더 춥고 바닥도 미끄러울 게 뻔하기 때문에 '눈'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나의 말에 친구는 대답했다. "태어나서 한 번도 눈을 본 적이 없어". 화이트 크리스마스도 지역에 국한된 이야기라는 사실에 다소 뻘쭘했다. 북경에도 눈이 아직 내리지 않았기 때문에 눈에 대한 친구의 로망은 여전히 간절하다.

 북경 남쪽 도시 텐진의 깔끔하고 유럽 풍의 거리 모습
 북경 남쪽 도시 텐진의 깔끔하고 유럽 풍의 거리 모습
ⓒ 신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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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인의 날 아니면 솔로 크리스마스

중국에서 크리스마스 문화가 발전해 간다고 '연인의 날'이라는 개념이 강해지는 느낌은 없다. 당연히 아름다운 불빛이 가득한 날이기 때문에 사랑하는 연인이 있다면 함께 놀러 나오겠지만, 굳이 연인이 없다고 패배감을 느끼고 우울해 하며 "꿩 대신 닭"이라는 심정으로 친구들과 약속을 잡는 친구들은 없었다. 외국 친구들 또한 파티 문화가 워낙 발달했기 때문에 다 같이 춤추고 술을 마시는 계획들이 주를 이루었다.

최근 한국은 '솔로'라는 단어가 굉장히 우울한 단어로 평가된다. '솔로 크리스마스'라는 단어는 연인이 없는 사람들이 방에서 나오고 싶지 않게 만들고 있다. 학교에 있는 수많은 나라 친구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한국에 존재하는 '솔로'의 부정적인 느낌은 많은 외국 친구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애인은 없으면 그냥 없는 것이고 자연스러운 것인데 그런 평가는 야박하다는 반응이었다.

하지만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애인이 있는 친구들로부터 다른 종류(?)의 한숨이 들려온다. '특별한' 날에 맞춰 '특별한' 무엇인가를 해야된다는 압박감에 한달 전부터 예약, 예매 전쟁은 기본이고, 그런 전쟁이 심하게는 연인의 능력을 평가하는 잣대로까지 뻗어 나가는 경우가 있는 걸 보며 행복하기 위한 날에 애인이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모두가 다소 병적인 증세를 겪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겼다.

요즘 외국에 있어 가장 행복한 것은 매스컴에 휩쓸리지 않다 보니 크리스마스, 연말, 연초가 다가와도 무엇인가에 휩쓸리듯이 강제로 느끼는 연말 느낌이 없다는 것이다. 차근차근히 한 해를 곱씹으며 조용하게 생각해보는 시간이 있어 행복하고,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반성하고 진정한 마무리를 할 수 있는 2017년의 마지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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