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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생활불편신고' 앱
 행정안전부가 운영하는 '생활불편신고' 앱
ⓒ 행안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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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원도 원주에 사는 아파트 주민 A씨는 지난 9월 지하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내리던 중 한 중년 남성 B씨로부터 멱살을 잡히고 욕설을 듣는 봉변을 당했다. 당황한 A씨는 B씨에게 "대체 누군데 이러냐"고 화를 냈고 B씨는 "니가 신고해서 벌금 수십만 원이나 물었다"며 따져들었다.

그제서야 A씨는 얼핏 감이 왔다. A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아파트 장애인 주차장에 불법 주차한 차량들이 점점 늘어나자 올 2월부터 행정안전부(행안부)가 운영하는 '생활불편신고' 어플을 이용해 관할 기관에 신고를 해왔다.

불법주차 신고했다가 멱살잡이 봉변... 왜?

'생활불편신고' 어플은 쓰레기 방치, 도로 파손, 불법주차 등을 발견하면 전화나 대면 없이도 스마트폰을 이용해 신고할 수 있다. 신고 내용은 지역 관할구역 행정기관에 통보되어 처리되며 그 결과까지 알려준다.

A씨는 신고를 하면서도 마음이 편치 않았다. 신고 대상자가 다름 아닌 오랫동안 보고 지내야 할 동네 주민들이기 때문이었다. 혹여나 자신이 신고자라는 걸 알기라도 하면 이웃 간에 얼굴을 붉히고 보복을 당할까 불안했다.

하지만 A씨는 신고한 사람 신분은 절대 노출 안 된다는 '익명 제보' 답변을 믿었다.

그런데 자신이 신고한 당사자가 눈앞에 나타나 멱살을 잡으며 위협하자 A씨는 무척 당황했다. 이후 A씨는 자신이 신고한 것을 어떻게 B씨가 알았는지 궁금했다. "담당 공무원이 알려줬나?" 아니면 "누가 찍는 걸 봤나" 등 온갖 추측이 머릿속을 맴돌았지만 집히는 게 없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신고자는 A씨 본인이었다. 이웃 주민 B씨는 장애인주차장 불법주차로 몇 차례 신고를 당해 수십만 원의 벌금을 물게 되자, 신고자를 찾겠다며 주차위반 고지서에 동봉된 사진의 촬영 일자와 시간 분 초를 눈여겨 봤다.

이후 B씨는 차량 블랙박스를 살폈고, 아파트 관리 사무소에 도난 핑계를 대고 지하 주차장 CCTV를 열람한 결과, 신고자가 이웃 주민 A씨임을 알아냈다. 이렇게 멱살잡이를 당한 A씨는 이후 생활불편신고 어플을 사용하지 않게 됐다.

행안부의 '생활불편신고' 어플이 처음부터 이랬던 것은 아니었다. 기존에는 불법 주정차 차량을 휴대폰으로 찍은 다음 어플에 첨부해 신고하는 방식이었다. 때문에 신고를 당한 불법 주차 차량 소유자는 신고 사진이 언제 촬영됐는지 알 수 없었다.

그러나 정확한 시간을 알 수 없자 벌금을 부과당한 당사자들이 위변조 의혹을 제기하며 반발하는 사례가 늘었다. 심지어 자신에게 앙심을 품고 오래 전의 사진을 가지고 위변조 해 신고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결국 행안부는 사진 첨부 방식을 바꿨다. 2017년 8월 31일부로 불법주정차 신고시 이미 찍어놓은 사진은 첨부할 수 없도록 변경했다. 반드시 신고 어플을 실행 시킨 상태에서만 현장 사진을 찍어 첨부하도록 바꾼 것이다. 이렇게 변경된 후로 사진에는 촬영 연월일은 물론 시간과 분, 초 단위까지 상세히 기록됐다. 그리고 불법주차 당사자에게 그대로 증거사진으로 보내졌다.

행안부는 위변조 시비를 없앤다는 취지였지만 결과적으로 신고자의 신원을 특정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하게 된 것이다. 요즘 같이 차량마다 블랙박스가 달려 있고, 곳곳에 CCTV가 설치돼 24시간 촬영되는 현실에서 촬영 일자와 시간만 알면 신고자를 찾아내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때문에 사용자 사이에는 신고 어플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불법주정차 신고시 첨부된 사진의 정보는 행정 기관이 근거 보관을 위해 보관하고, 과태료 부과시 첨부되는 사진에는 촬영 월 정도의 최소한의 정보만 담아야 한다는 것이다.

행안부 "이미 알고 있지만... 관계 부처와 협의해 검토"

행안부 역시 개선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었다. 행안부 생활공간정책과 관계자는 전화 통화에서 "우리는 신고가 되는 것을 위치기반 서비스로 지역 지자체에 뿌려주는 것인데 과태료나 계도하는 것은 각 지자체에서 시행한다"고 밝히고 "그러나 경찰청에 물어보니 현행도로교통법과 시행규칙에 과태료 부과시 위반일시가 명확하게 기재가 되도록 되어 있어 그런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경찰청 쪽에서도 이런 문제가 몇 번 나왔다고 들었는데 현 제도에서는 어쩔 수 없다, 만약 보복 우려가 있어서 개선이 필요하다고 하는 경우에는 위반일시 관련법령 등 개선 방안을 경찰청 관계 부처와 협의해서 장기적으로 검토해 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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