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팝 쪼개듣기'는 한국 대중음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담아내는 코너입니다. 화제작 리뷰, 업계 동향 등 다채로운 내용을 전하겠습니다. [편집자말]
매년 연말에는 지상파 3사의 각종 시상식과 행사가 연이어 치러진다. '가요' 부문은 시상식 제도를 폐지했지만 3사 모두 올해 가요계를 총 정리하는 특집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각종 방송사고, 아이돌 가수 위주 출연으로 자주 비판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연말 특집 가요 프로그램은 여전히 가수들에게 선망의 무대다. 물론 이맘 때 연말 공연을 하므로 굳이 안 나와도 되는 톱스타들도 있겠지만 말이다.

특집쇼에 등장하는 출연진은 대략 60여 팀이다. 2~3개 프로그램에 등장하는 가수들도 있다 보니 실제론 40여 팀 안팎의 가수들이 무대에 서는 셈이다. 어찌되었건 간에 출연진 리스트에 이름을 올린다는 건 올해 대중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는 증거다. 어떤 가수에겐 매년 당연히 참석하는 자리지만 훨씬 많은 숫자의 가수들에겐 그림의 떡이자, 꿈의 무대다.

흔하디 흔한 무대, 어느 누군가에겐 선망의 자리  

'청춘시대2' 한승연, 청춘 설레게할 하트 배우 한승연이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jtbc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청춘시대2>는 '청춘시대' 1년 뒤 셰어하우스 벨에포크에 다시 모인 윤진명, 정예은, 송지원, 유은재와 새로운 하메 조은의 청춘 셰어라이프를 그린 작품이다. 25일 금요일 오후 11시 첫 방송.

배우 한승연이 지난 8월 22일 오후 서울 영등포의 한 웨딩홀에서 열린 JTBC 금토드라마 <청춘시대2> 제작발표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 이정민


많은 신인 아이돌 그룹은 인터뷰에서 MBC에브리원 예능 프로그램 <주간아이돌> 출연과 더불어 연말 가요시상식 무대에 서고 싶다는 희망을 피력한다. 그러나 기회를 얻는 건 결과적으로 대중들의 사랑을 받는 소수의 사람들이다. 연말 무대에 오르는 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일본 열도를 휩쓸며 많은 인기를 얻었던 걸그룹 카라. 2007년 데뷔 당시 카라는 잠깐 주목 받았지만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다. 방송 출연이라곤 매주 게임 전문 프로그램 고정 출연이 전부였던 멤버 한승연은 훗날 "연말 숙소에서 비빔라면 2개 먹으며 다른 가수들 등장하는 시상식 보면서 눈물 흘렸다"고 회상했다. 무명 가수였던 시절 무대에 서지 못하고 동료 가수들의 멋진 모습을 텔레비전으로 지켜보는 건 큰 아픔이자 상처였다. 비단 카라뿐만 아니라 수많은 아이돌 그룹 멤버들이 비슷한 경험을 고백했다.

10년 무명의 어려움을 딛고 한류 스타로 우뚝 선 가수 황치열도 사정은 다르지 않았다. 그러나 황치열은 이제 당당히 음원차트 1위를 차지하고, KBS 2TV 예능 프로그램 <아이돌 리부팅 프로젝트-더 유닛>에서는 멘토 자격으로 등장해 누군가의 꿈을 돕는 역할도 하고 있다.

Mnet 예능 프로그램 <프로듀스 101-시즌2 >를 통해 데뷔해 올해 가장 뜨거운 신인 그룹이 된 워너원의 상당수 멤버들도 마찬가지다. 황민현은 그룹 뉴이스트로, 하성운은 그룹 핫샷으로 데뷔했었지만 많은 이들에게 관심 받지 못했다. 또 수년 넘게 고시원만 여러 곳 전전했다는 윤지성도 있다. <프듀2 > 출연 당시 소속사도 없이 출연했던 김재환도 지금의 모습을 스스로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워너원, 여심 도둑들! 워너원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SBS가요대전>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워너원이 25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SBS가요대전> 포토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이정민


아프지마 청춘, 당신의 꿈을 응원합니다

어느 분야든 매년 새 얼굴들이 쏟아진다. 대부분 스타를 꿈꾸며 등장하지만 현실은 상상과 다르기 마련이다. 데뷔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어렵게 데뷔를 한다고 해도 음악방송에 얼굴을 비추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다. 이들에게 연말 특집 프로그램 출연은 그저 남의 이야기 일 수밖에 없다. 이제는 '예능인'이 더 잘 어울리는 래퍼 데프콘은 지난해 발표한 음반 <맹금류>에 담긴 '아프지마 청춘'에서 한때의 유행어 '아프니까 청춘이다'를 역설적으로 비틀었다.

'야! 나도 아플 때가 되게 많았어.
근데 포기 안 했다. 무조건 버텨 그러면 이겨. 아프지마 청춘!
(중략)
이런 걸 고생이라 말하고 싶지만
이내 난 잘 될 거라 나를 위로하지 않았고 더 잘 되려고 노력했어.
그게 맞아 더.
아프니까 청춘이란 말은 쉽지! 청춘이 아프면 그 다음은 어디일지.
위로가 안 되는 그 말은 하지 마요!

빛나야 할 때가 지금이니까요.' - 데프콘 <맹금류> '아프지마 청춘' 중에서

빛나야 할 때는 지금이지만, 아직 그 빛을 제대로 보지 못한 이들에겐 올 한해가 인생의 쓰디 쓴 한 페이지일지도 모른다. '강한 자가 살아 남는게 아닌, 살아 남는 자가 강한' 현실이다. 이와중에도 꿈을 위해 노력하는 청춘에게 필자와 같은 기성세대로선 그저 '버티고 포기하지 말라'는 말 밖에 해줄 수 없다는 현실이 솔직히 속상할 따름이다.

하지만 현재의 어려움이 언젠가 좋은 결과로 이어질 거라는 작은 희망을 품고, 열심히 땀흘리는 누군가에게는 아낌 없는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연말 화려한 공연을 TV로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이름 모를 연습생, 무명 가수 중 누군가가 내년 이맘때엔 대중들의 주목을 받는 무대의 주인공이 되길 응원한다. 여러분, 지난 한 해 수고 많았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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