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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기획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나무다리에 서서 뒷산의 모양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 기획사업의 하나로 진행된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나무다리에 서서 뒷산의 모양에 대해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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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다. 한 해를 차분히 정리하며 새해를 설계할 수 있는 곳으로 간다. 몸과 마음의 기운을 맑고 깨끗이 한다는 소쇄(瀟灑), 한국 민간정원의 원형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소쇄원이다.

소쇄원은 조선 중종 때 벼슬을 포기하고 초야에 묻혀 살던 선비 양산보(1503-1557)가 풀 한 포기, 나무 한 그루, 돌멩이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만든 정원이다. 국가명승 제40호로 지정돼 있다. 전라남도 담양군 남면 지곡리에 있다.

소쇄원에서 특별한 프로그램도 진행되고 있다.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이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기획사업으로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지원한다. 지난 12월 16일 토요일에 시작됐다. 새해 3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 오전 10시, 오후 2시 두 차례 열린다.

겨울날 눈 내린 소쇄원 풍경. 아름다운 원림이 하얗게 덮여 선경을 연출하고 있다.
 겨울날 눈 내린 소쇄원 풍경. 아름다운 원림이 하얗게 덮여 선경을 연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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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하나로 마련된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제월당 앞에 모여서 소쇄처사 양산보로 분장한 강기욱 처사의 얘기를 듣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다.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하나로 마련된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제월당 앞에 모여서 소쇄처사 양산보로 분장한 강기욱 처사의 얘기를 듣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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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은 소쇄원을 제대로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겉으로 보이는 소쇄원의 아름다움만 보지 않고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 돌멩이 하나에 깃든 가치와 의미를 알아보고 공감한다. 예약한 여행객이 양산보가 살았던 1500년대 중반의 선비와 여성으로 분장과 옷차림을 하고 소쇄원을 돌아보며 공간에 대한 해석을 나누는 방식이다.

길라잡이도 소쇄처사 양산보가 한다. 양산보와 막역한 친구이면서 사돈지간이었던 하서 김인후도 함께 한다. 이들도 당시의 차림새를 하고 흥미진진하게 안내를 한다. 여행객들이 양산보와 김인후의 안내를 받으며 묻고 답하는 식으로 1시간 30분 남짓 진행된다.

양산보와 김인후 역할은 소쇄원을 제대로 아는 각계 전문가들이 맡는다. 양산보 역은 건축을 전공한 천득염 교수, 국문학을 전공한 임준성 교수, 동양철학에 조예가 깊은 서상일 훈장, 소쇄원 48영을 화폭에 담았던 하성흡 화백, 그리고 애일당의 강기욱 처사 등이 돌아간다.

김인후 역은 전문 배우들이 소화한다. 극단 '신명'의 정찬일, 극단 '깍지'의 김호준, 극단 '바람꽃'의 이정진 대표가 맡는다. 지난 12월 23일에 이어 30일에도 강기욱 처사와 정찬일 배우가 길라잡이로 나서 깊이 있는 통찰과 설명을 해준다.

소쇄원의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제월당 풍경. 지난 12월 23일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제월당으로 향하고 있다.
 소쇄원의 가장 위쪽에 자리하고 있는 제월당 풍경. 지난 12월 23일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제월당으로 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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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3일 열린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을 이끈 강기욱 처사(왼쪽)와 정찬일 배우(오른쪽). 강 처사는 소쇄처사 양산보로, 정 배우는 하서 김인후의 역할을 맡았다.
 지난 12월 23일 열린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을 이끈 강기욱 처사(왼쪽)와 정찬일 배우(오른쪽). 강 처사는 소쇄처사 양산보로, 정 배우는 하서 김인후의 역할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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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가자들의 옷차림도 고증을 통해 제작됐다. 소쇄원을 지을 당시의 의상을 고증해 복식전문가인 안명숙 광주대 교수가 만들었다. 광주 대인예술시장을 이끌었던 전고필씨가 기획부터 연출까지 총괄하고 있다.

프로그램도 짜임새 있게 구성됐다. 소쇄원의 실체에 가장 근접할 수 있도록 1548년 하서 김인후가 지은 '소쇄원 48영'을 토대로 임준성 광주여대 교수가 각본을 썼다. 소쇄원 48영은 소쇄원에 가장 심취했던 김인후가 소쇄원의 바람소리, 새소리, 물소리, 대숲, 광풍각, 제월당, 너럭바위, 연못 등 48가지를 주제로 쓴 시다.

48영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낸 것이 1755년 간행된 '소쇄원 목판원도'. 이것을 우암 송시열이 나무에 그리고 새긴 것이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다. 소쇄원 48영도 소쇄원 전경과 함께 여기에 새겨져 있다. 소쇄원 48영과 목판원도를 토대로 소쇄원의 가치를 하나씩 찾아보는 프로그램이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이다. 소쇄원의 진면목을 만날 수 있다.

소쇄원 48영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 1755년 간행된 ‘소쇄원 목판원도’. 당시 소쇄원 전경과 함께 소쇄원 48영이 새겨져 있다.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은 이 그림을 토대로 하고 있다.
 소쇄원 48영을 한 폭의 그림으로 담아 1755년 간행된 ‘소쇄원 목판원도’. 당시 소쇄원 전경과 함께 소쇄원 48영이 새겨져 있다.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은 이 그림을 토대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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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제월당 마루에 앉아서 편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다.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체험 프로그램 참가자들이 제월당 마루에 앉아서 편액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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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원의 겉모습만 본다면 10∼20분이면 대략 둘러볼 수 있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지난 12월 23일(토) 소쇄원에서 강기욱 처사와 정찬일 배우가 이끄는 프로그램을 따라 옛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돌아보니, 달랐다.

발길 닿는 곳마다 눈길이 오래 머물렀다. 옛 사람의 속내가 들여다보였다. 최소한의 인공으로 자연과 어우러지게 한 선인들의 지혜가 엿보였다. 시끄러운 세상을 등지고 자연으로 돌아간 옛 선비의 고고한 품성과 풍류도 느껴졌다.

양산보·김인후와 함께 신발을 벗고 방이나 마루에 앉아 정원을 돌아보는 느낌도 남달랐다. 소쇄원의 가장 위쪽에 자리한 제월당에 앉아 담소를 나누고, 소쇄원의 중심인 광풍각에서 사랑방 손님이 돼서 듣는 대숲소리와 바람소리가 한층 정겨웠다. 대봉대와 어우러진 흙담 '애양단'과 봉황 즉 태평성대를 이룰 군주를 기다린다는 '대봉대'도 그랬다.

계곡에서 흘러내려온 물이 다섯 굽이를 이뤄 흐르는 오곡문과 통나무 수로도 어여뻤다. 하나하나에 담긴 은유의 미학이 엿보여 더 멋스러웠다. 옛 주인의 감각에 감탄사를 연발하며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광풍각 앞에서 소쇄처사로 분한 강기욱 처사의 얘기를 듣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다.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광풍각 앞에서 소쇄처사로 분한 강기욱 처사의 얘기를 듣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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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월 23일 오후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하나로 마련된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대봉대 앞 연못가에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지난 12월 23일 오후 대한민국 테마여행 10선의 하나로 마련된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대봉대 앞 연못가에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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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에 가족끼리 참여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족끼리 타임머신을 타고 양산보가 살았던 450여 년 전으로 떠나는 것이다. 당시의 분장과 옷차림을 하고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민간정원을 거닐며 인문학 체험은 물론 오래도록 남을 가족사진까지 남길 수 있어서다. 저렴한 가족 나들이로 코스로 제격이다.

체험은 유료로 진행된다. 성인은 1만5000원, 청소년은 1만2000원이다. 여기에는 점심값과 의복비, 분장비가 포함돼 있다. 점심도 안빈낙도를 구가한 처사밥상으로 차려낸다. 박진석 박사와 장인자 평촌마을 부녀회장이 함께 개발한 밥상이다. 밥상에 쓰이는 그릇도 충효동 도요지의 분청사기를 재현한 이은석·김영설 도예가의 작품이다. 유료라지만, '거저'라 해도 무방할 듯 싶다.

지난 12월 23일 오후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소쇄원 대밭을 배경으로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새해 3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두 차례 열린다.
 지난 12월 23일 오후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프로그램에 참가한 여행객들이 소쇄원 대밭을 배경으로 서서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 프로그램은 새해 3월 23일까지 매주 토요일에 두 차례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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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 ‘소쇄처사 양산보와 함께 걷는 소쇄원’ 체험 예약은 소쇄원 누리집(www.soswaewon.co.kr)을 통해 하면 된다. 당시 옷차림과 분장 등의 이유로 한 번에 5명으로 제한하고 있다.



태그:#소쇄원, #소쇄처사, #양산보, #하서 김인후, #대한민국 테마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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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찰이 일상이고, 일상이 해찰인 삶을 살고 있습니다. 전남도청에서 홍보 업무를 맡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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