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철비

ⓒ (주)NEW


올해 초, 충무로는 장밋빛 전망으로 들떠 있었다. 작년에 개봉한 한국영화 중 천만 관객을 돌파한 작품은 연상호 감독의 <부산행>이 전부였다. 하지만 <곡성> <아가씨> <동주> <내부자: 디 오리지널>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가 골고루 흥행에 성공했기에 2017년 한국영화의 기상도 또한 맑은 편이었다. 특히 <군함도> <택시운전자> 두 작품은 당연히 천만 관객을 넘어야 한다는 이야기도 심심찮게 나왔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군함도>의 역사 왜곡 논란이 흥행 부진으로 이어졌고,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바탕으로 한 <남한산성>은 평단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대중들에겐 많은 선택을 받지 못했다. 길었던 추석 연휴의 끝 무렵, 입소문을 타고 <범죄도시>가 예상외의 약진을 하긴 했지만 분명 작년에 비교하면 많이 아쉬운 결과였다.

2017년이 며칠 안 남은 지금, 현재 극장가는 한국영화의 삼파전으로 뜨겁다. <신과 함께: 죄와 벌> <강철비> <1987> 이 세 작품이 주인공이다. 그 중, 오늘 이야기를 할 영화는 양우석 감독의 <강철비>다.

웹툰 원작을 영화로

 강철비

ⓒ (주)NEW


<강철비>는 웹툰 <스틸레인>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다. <스틸레인>은 김정일 사후 쿠데타가 발생하고, 대통령의 조카인 동시에 청와대 행정관인 박재익이 전쟁 발발을 막기 위한 노력이 중심 내용이다. 영화는 북한 쿠데타라는 큰 설정은 유지하지만, 세부적 설정이 많이 바뀌어서 나온다. 북한 최고 권력자가 행사 중 폭격으로 중상을 입은 후, 북측 요원 엄철우(정우성)와 함께 남쪽으로 피신하는 설정으로 바뀌었다.

<강철비>의 원작 제목이자 영문 제목 'Steel Rain'은 'MLRS'(다연장 로켓 시스템·Multiple Launch Rocket System)의 별칭이다. 1991년 MLRS에 막대한 피해를 본 이라크군이 Steel Rain이란 말을 처음 부른 후 널리 퍼지게 됐다. 극 중 개성공단에 떨어져 막대한 피해를 준 무기가 바로 이것이다. 또한, 한자는 다르지만, 남북한 주인공의 이름이 모두 곽철우(곽도원), 엄철우(정우성)로 동명이다. 두 명의 철우는 서로 협력하며 전쟁을 막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즉, '강철비'는 일촉즉발의 한반도의 위기상황과 협력과 평화를 지향해야 하는 중의적 의미인 셈이다.

한국영화에서 북한은 익숙한 소재였다. 직접 한국전쟁을 다룬 것뿐 아니라, 픽션을 통해 북한이란 존재를 등장시킨 경우도 많았다. <쉬리> <공동경비구역 JSA>는 북한은 단순한 절대 악이 아닌 존재로 잘 묘사한 작품이다. <강철비>는 두 모범사례를 착실하지만, 자신만의 방식으로 소화한 모습이 눈에 띈다.

작중 북한 쿠데타가 일어나 북한 정권이 군부로 넘어갔을 때, 한반도는 전쟁의 위기에 휩싸이게 된다. 소규모의 총격전부터 꽤 큰 소대 단위의 전투, 미사일 투하 등 다양한 전투장면이 나오는데, 필자의 생각으로는 전쟁 액션만큼은 최근 한국영화 중에 가장 두각을 나타낸 작품이라 생각된다. 그리고 이런 액션을 완성할 수 있던 요인에는 정우성이라는 배우의 저력이 존재했기 때문이라 보인다.

우리는 '같은 편'

 강철비

ⓒ (주)NEW


자칫하면 식상할 뻔했던 남북한 주인공 공조에서도 엄철우와 곽철우의 케미는 반짝반짝 빛이 난다. <의형제> <공조> 등, 이미 다수의 한국영화에서 남북한 주인공의 협력을 통해 스토리를 풀어나가는 모습이 등장했다. <강철비>는 두 남자의 개성을 죽이지 않는 방식으로, 오히려 끈끈함을 배가시킨다. 이다. 한쪽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 다른 한쪽은 북한군 특수요원이지만, 결국 철우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한 가정의 아버지이자 남편이다. 곽철우가 엄철우에게 신뢰를 보여주자 엄철우 또한 마음을 열고, 두 명의 철우는 한반도 핵전쟁의 위기를 막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자세히 보면 <강철비>에서는 절대 악의 존재가 등장하지 않는다. 이 문장은 오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조금 자세히 짚고 가겠다. 북한 쿠데타를 일으킨 군 장성들은 나름대로 자신의 신념과 북한의 안위를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다. (절대 북한체제에 대한 옹호니 오해 없길 바란다) 그리고 정말 강렬한 임팩트와 엄청난 생존력으로 엄철우를 위협하는 북한 요원 최명록(조우진) 또한 명령에 충실한 군인이다. 그렇기에 죽음을 맞이한 최명록의 시신에 엄철우는 코트를 덮어준다. 서로 다른 대북관을 가진 현 대통령과 차기 대통령은 각자의 신념으로 전쟁을 막기 위해 노력한다. 관객에게 가치판단을 할 기회를 준다는 점은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영화를 끝까지 본 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계속되는 북한의 무력도발에 의해 전쟁의 공포가 무뎌졌을 뿐, 우리에겐 아직 내재한 전쟁 공포가 살아있다고 말이다. 남북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이 되지 않는 이상, 이 공포는 절대로 사라지지 않은 것이다.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될 일들만 담은 영화 같다"며 "관객들도 직접 느껴봤으면 한다"던 시사평론가 정관용씨의 말처럼 <강철비>는 잊혀졌던 공포감을 다시 상기시키며, 결국 해결책은 남북의 진정성 있는 대화라는 사실을 역설한다. 안 본 관객들이 있다면, 이 글을 보고 영화를 보기를 추천한다. 영화 속 곽철우의 대사로 글을 마무리한다.

"손 줘봐! 우린 같은 편이야. 같은 편." (엄철우가 수갑 때문에 국수를 먹기 힘들어하자 곽철우가 자신의 손과 철우의 손에 수갑을 채우며 하는 대사)

사족을 하나 추가하자면, 양우석 감독의 전작인 <변호인>처럼 <강철비> 또한 여운이 남들 대사와 장면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작품에서 필자가 뽑은 장면은 자칫하면 지나갈 수 있던 부분이지만, 문제 해결을 위해선 결국 협력과 신뢰가 필요하단 것을 드러낸 부분이라 생각해서 뽑게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춘천지역 주간지 <춘천사람들>에서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강철비 정우성 곽도원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림대학교 미디어커뮤니케이션 학부에서 글쓰기 동아리 Critics를 운영하고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를 하고있습니다. 춘천 지역 일간지 춘천사람들과도 동행하고 있습니다. 차후 참 언론인이 되는 것이 목표입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