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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4월21에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후보시절 문재인 대통령
 지난 4월21에 열린 「제19대 대통령 후보 초청 성평등정책 간담회」에서 후보시절 문재인 대통령
ⓒ 한국여성단체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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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평등을 적극적으로 실현하는 대통령이 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올해 4월 21일 여성신문과 범여성계가 주최한 대통령 후보 초청 간담회에 참석해 지지를 호소하며 약속한 발언이다.

"블라인드 채용제와 여성·청년 고용의무 할당제를 도입해서 여성의 노동시장 진입을 촉진시키겠다. 성평등 임금 공시제도와 성별 임금격차 해소 5개년 계획 수립, 남녀 임금격차를 OECD 평균인 15.3% 수준으로 완화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하였다. 이날 문재인 대통령 후보는 5대 공약 성평등 실현 서약서에 서명도 하였다.

여성계와 여성노동계로서는 매우 감격스러운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3·8 조기 퇴근 시위 [3시STOP!]을 주도하며 성별 임금격차 문제를 한국사회 일자리 양극화의 핵심문제이자 중요 대선 의제로 채택되도록 노력한 순간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통령이 되었다. 과연 문재인 후보의 공약은 지켜지고 있는가? 여성노동 적폐인 성별 임금격차는 청산되고 있는가?
 
성별 임금격차는 성차별 노동 문제의 결정체

성별 임금격차는 여성의 저임금, 비정규직, 입직차별, 임신·출산시기 고용단절과 독박육아, 유리천장 등 한국 사회 가부장제와 신자유주의가 난마처럼 얽혀있는 성차별 노동문제의 결정체이다. '여성은 가사·양육이 본업'이기 때문에 노동시장에서 남성과 동등한 노동을 하지 않을 것이라 예측되며 당연히 남성보다 낮은 임금, 낮은 지위는 차별이 아니라는 인식이 지배적인 한국사회에서 성별 임금격차는 성차별의 핵심지표이다. 성별 임금격차는 '여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가부장제와 일자리 양극화가 씨줄, 날줄처럼 얽히면서 '82년생 김지영'처럼 여성을 억압하고 여성 수난시대를 강요하고 있다. 여성의 삶이 가부장제와 신자유주의에서 해방되어야 한국 사회는 변화될 수 있다. 이는 청산되어야 할 적폐이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 5개년 계획을 수립한다는 것은 한국사회 가부장제와 신자유주의가 여성노동자의 삶을 어떻게 '구조적 차별'로 이등시민화 하는지 명확하게 인식하며 성차별을 제거해 가는 것이다. 당연히 성별 임금격차는 몇 개의 개별 정책으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가족· 노동·복지 등 중요 사회정책에 젠더 관점이 개입되고 성평등이 정책 목표로 추진되지 않으면 도저히 풀 수 없는 문제이다.

과연 '82년생 김지영'의 실어증은 이제 회복되는 것인가? 기대가 됐다.
 
일자리 상황판에 '성별 임금격차 지표'가 없다

문재인 정부의 슬로건은 '국민의 나라, 정의로운 대한민국'이다. 국가를 위해 국민을 동원하는 형식적 제도상의 민주주의가 아니라 일상에서 국민이 주권을 행사하는 국민 중심의 민주주의 실현이 국가 비전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통령으로 취임하자마자 업무 지시 1호로 일자리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대통령 집무실에는 일자리 상황판이 설치되었다.

그런데 일자리 상황판에 성별 임금격차 지표가 없었다. 여성노동자회의 항의로 임금 격차 지표에 잠깐 포함되었지만 지금은 또 없어졌다. 일자리위원회가 발표한 일자리 로드맵에도 여성은 '경력단절 우려를 해소해야 하는 정책 수립 대상' 정도로만 한정될 뿐, 성별 임금격차 해소 5개년 계획은 찾을 수가 없었다. 여성에게 일자리 문제의 핵심은 '모집-채용-업무배치-승진-퇴직'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의 성차별이기 때문에 고용에서의 성차별 시정을 최우선 과제로 다루어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나, '성별 임금격차' 의제는 '핵심' 문제로 다루어지지 않았다. 최저임금이 오르면 여성의 저임금 문제가 해결되고 비정규직 정규직화 정책이 자리 잡으면 여성비정규직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만이 떠돌 뿐이었다.

그러나 최저임금이 오른다고, 정규직화 정책이 시행된다고 여성이 저임금으로, 비정규직으로 편입되는 성차별적 노동구조가 개선되는 것은 아니다. 유리천장, 승진 차별 문제가 개선되는 것도 아니다. 여성을 가부장제와 일자리 양극화를 유지시키기 위해 여성의 본업 운운하며 시간제 일자리 등 인력활용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각이 바뀌어야만 성차별적 노동구조, 성별 임금격차는 개선될 수 있다.
 
지속되는 성차별은 국가와 자본의 기획, 문재인 정부는 달라져야만 한다.

1987년에 제정된 남녀고용평등법은 올해로 30주년을 맞이하였다. 2007년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로 개정되었으니 일·가정양립 정책이 국가 정책으로 시행된 지는 올해로 10년째이다. 그러나 법 시행 이후 국가 정책은 성평등을 진전시키기보다 오히려 후퇴시키는 기제로 작동했다. 이는 성별 고용격차와 성별 돌봄격차가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서 알 수 있다.
  
표1. 성별 고용격차· 돌봄격차· 대학진학율 비교
단위 (%)
 
경제활동
참가율
비정규직
비율
시간제
비율
가사노동*
자녀돌봄*
가사
노동**
대학진학율
성별
임금격차

48.4('06)
50.2('16)
41.8('10)
41.0('16)
39.3('10)
50.1('16)
231분('99)
204분('09)
84분('99)
93분('09)
263분('07)
151분('14)
80.8('05)
73.5('16)
61.5('06)

71.6('06)
71.1('16)
27.1('10)
26.4('16)
16.1('10)
24.5('16)
19분('99)
26분('09)
13분('99)
20분('09)
21분('07)
17분('14)
83.3('05)
66.3('16)
64.1('16)

(출처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여성가족패널조사(2016), 그 외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여성가족부, 2017)
 
위 표를 보면 대학진학율은 2005년에 비해 여성이 남성을 앞지르고 있다. 그러나 여성 고용의 질에 전혀 반영되지 않고 있다. 일단 10년 동안의 여성 고용률 중가가 1.8%에 불과한데다 여성 비정규직 비율은 남성보다 훨씬 높고 그 격차가 줄어들지도 않고 있다. 그런데 여성 비정규직 내에서 질 낮은 시간제 일자리는 급증하여 남성 비정규직은 4명 중 1명이 시간제라면 여성은 2명 중 1명이 시간제이다.

돌봄 격차를 보면 2014년 기준 여성은 여전히 1일 2시간 30분을 소요하는 반해 남성은 17분에 불과하다. 무려 9배 넘게 여성이 더 일하고 있다. 보건사회연구원의 자료를 보면 10년 동안 남성의 가사· 자녀 돌봄시간은 14분 증가에 그쳤다.

위 통계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정책' 의 가치와 철학이 무엇이며 그것을 실현하는 정책방향이 무엇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한국 사회는 국가가 주도하여 본질적으로 여성을 질 낮은 일자리에 배치하며 언제든지 쓰고 버릴 수 있는 일회용 노동력으로 활용해왔음을 알 수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물어야 한다. 성별 임금격차 해소 5개년 계획 수립 공약이 왜 실종되었는가?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 30주년에 왜 법률이 있고 정책도 있는데 여성고용의 질은 나빠지기만 하는가? 노동시장의 성차별은 왜 개선되지 않고 있는가? 여성을 위한다는 정책은 누구의, 무엇을 위한 정책이었는가?
 
성별 임금격차 해소 5개년 계획 수립, 공약을 이행하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7년은 1년 내내 여성노동자의 목소리로 뜨거운 한 해였다. 4300여 일을 싸우고 있는 KTX 여승무원의 투쟁을 비롯해서 한샘 성폭행 사건에 대응한 '여성에겐 모든 기업이 한샘이다' 기자회견, 직장 내 성희롱 사업주의 의무 조치 강화 법률 개정, 성심병원 간호사 성희롱 공론화,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에서 여자라는 이유로 점수조작까지 해가며 떨어트린 입직차별, 사회서비스 돌봄노동자 최저임금준수 투쟁 등 차별에 반대하고 여성으로서 노동자로서 존엄을 지키고 평등을 향한 목소리는 그 어느 때보다 뜨거웠다.

또한, 문재인 정부 공약사항인 성별 임금격차 해소 촉구와 거버넌스 구축을 요구하며 여성 노동 적폐 청산을 위한 대응활동 역시 활발했다. 일자리위원회에 '성평등 고용환경 조성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할 것을 촉구하며 여성고용대책이 '여성을 대상으로 한' 대책이 아니고 '여성을 위한 대책'도 아니며 노동시장의 성차별을 제거하는 '성평등' 대책이어야 함도 드러냈다. (일자리위원회는 간담회에서 내년 2월 '성평등 고용분과' 설치를 약속하였다.)
 
여성에게 일할 권리가 주어진다고 시민권이 보장되는 것이 아니다. 최저임금 미만의 시간제 일자리에 허덕이고 가사·양육의 이중 삼중의 고통에 시달린다면, 인격이 말살되고 직장 내 성폭행, 성희롱에 말도 할 수 없다. 그것은 일할 권리가 주어진 것이 아니다. 이제는 한국 사회 전반의 성차별을 청산하고 온전한 노동권 · 시민권 확보를 위해 성평등 노동정책을 추진할 때이다. 문재인 정부는 성별 임금격차 해소 5개년 계획을 수립하겠다는 공약을 이행해야 한다.

덧붙이는 글 | 임윤옥 한국여성노동자회 상임대표가 쓴 글입니다. 이 글은 한국여성노동자회 기관지 <일하는여성>에 공동게재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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