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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교육감 페이스북에서 갈무리함.
▲ 민병희 강원도교육감 민병희 교육감 페이스북에서 갈무리함.
ⓒ 이무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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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초등 1~4학년 오후 3시까지 방과후수업을 의무로 하자"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가 초등학교 1~4학년들에게 오후 3시까지 방과후 수업을 의무로 하는 방안을 내놓았다. 초등학교 낮은 학년 수업이 오후 한두 시쯤에 끝나면서 돌봄을 받지 못하는 문제가 크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한다.

초등학교 1~2학년은 대개 오후 1시, 3~4학년은 오후 2시, 5~6학년은 오후 3시쯤 정규 수업이 끝난다. 이에 많은 아이들이 부모가 돌아오는 저녁 때까지 학원을 돌거나 혼자 보낼 수밖에 없는데, 저출산위는 방과후 수업을 의무로 하면 그런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단순하게 보았다.

그러면서 우리나라 초등학교 연간 수업 시간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인 802시간보다 170시간이나 적은 632시간이라면서 지금까지 학생들이 골라서 듣던 방과후 수업을 모두가 의무로 받게 하자는 의견을 냈다. 방과후 수업을 의무로 하면 방과후 수업의 질이 고르게 높아져 사교육 수요도 크게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았다.

방과후수업, 말부터 모순이다!

하지만 정말 그러한가. 오후 3시까지 방과후 수업을 의무로 했을 때 드는 예산은 덮어놓고라도 '방과후 수업'이라는 말부터 모순이다. '방과후'라는 말은 '그날 하루에 하도록 정한 수업이 끝난 뒤'라는 뜻이다. 끝났다고 해놓고 의무로 학교에 붙들어놓고 공부를 또 시키겠다니 '0교시 수업'이나 '야간자율학습'처럼 해괴한 말이다. 아이들을 위한다고 입발린 소리를 하면서 정작 아이 삶은 몰라라 하는 꼴이다.

더욱이 초등학교 1~2학년 아이 특성을 병아리눈곱만큼도 배려하지 않았다. 1~2학년이면 여전히 손발을 놀려 꼼지락대고 몸으로 부대끼며 놀면서 세상을 헤쳐 가는 법을 배울 나이다. 그런 아이들을 죄다 책상머리에 끌어다 앉혀놓고 뭐도 가르치고 뭐도 가르치고 끝도 없이 가르치겠다니 이게 제정신으로 하는 소리인가. 사교육을 나무라면서 공교육이 쭐래쭐래 사교육을 닮아가겠다는 선언이나 마찬가지다. 그나마 그 사이 시간을 타서 놀던 아이들마저 틈을 콱 막겠다는 소리다. 

민병희 교육감, 놀이밥이 대안이다!

이에 '놀이밥 100분 만들기'라는 대안은 솔깃하면서도 함께 생각해볼 가치가 크다. 민병희 교육감은 지난 26일 초등학교 낮은 학년 아이를 둔 초등학교 학부모의 하교 시간을 연장 요구에 "수업과 자율학습, 돌봄으로 학생들을 학교 안에 가두는 것은 맞지 않다"고 하면서 '놀이밥'을 그 대안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말은 낮은 학년 아이들이 높은 학년 아이들보다 한두 시간 앞서 끝나서 '돌봄 공백'이 있다고 한다면 한두 시간을 놀이밥으로 채우자는 뜻이다. 이를테면, 낮은 학년 아이들 삶을 고려하여 아침 시간에 놀이밥 30분, 쉬는 시간을 10분에서 20분으로 늘려 놀이밥 40분, 점심 시간 60분에서 90분으로 늘려 놀이밥 30분 하는 식으로 하면 높은 학년 아이들이 학교 끝나는 시간에 맞춰 낮은 학년 아이들도 끝나게 된다.

무엇보다 낮은 학년 때는 머리보다는 눈, 코, 입, 귀, 손, 발 따위로 만나는 경험이 그 어느 때보다 귀한 때다. 오죽하면 발도로프 교육에서 "아이들은 자신에게 손이 있다는 사실을 반드시 알아야 한다"고 했겠는가. 아이들은 온몸으로 찧고 까불고 뒹굴고 뛰어오르고 춤추고 노래하고 손발을 놀려 두들기고 깎고 빚어내고 만들고 주무르면서 세계와 몸으로 부대끼며 주체로서 자연환경에 적응하고 둘레 사람들과 관계를 맺어 간다.

머리만 키우는 교육은 반쪽짜리 교육이다. 거짓 교육이요 반생명 교육이요 노예 교육이다. 충분히 놀아본 다음에 아이들은 추상과 관념의 세계로 나아간다. 자연스런 귀결로 학교는 아이를 붙들어 가두어 놓기만 하는 곳이 아니라 마음껏 세상을 만나게 하는 곳이 되어야 한다. 머리만 키우는 곳이 아니라 몸과 마음이 함께 자라는 곳이 되어야 한다. 그러자면 '방과후 수업'이 절실한 것이 아니라 놀이밥이 절실하다.

2015년 5월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어린이는 놀이로 행복을 누릴 권리가 있다는 <어린이놀이헌장>을 발표한다. 하지만 그 실천은 어떠한가. 말그대로 문서로만 머무는 게 아닌가 싶다. 아이를 목매기염소처럼 끌어다 방과후교실에 앉힐 궁리만 하지 말고 어떻게 하면 '놀 친구'와 '놀 시간'과 '놀 곳'을 만들어줄까 고민해야 한다. 그게 어른이 할 일이다. 그래야 아이들이 행복하고 부모가 행복해지고 온 나라가 행복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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