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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고리 3~4호기 핵발전소에 생산된 전기가 흐르는 경북 청도 삼평리. 크리스마스 이브인 24일 '삼평리 성탄예배'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많은 분이 청도 삼평리를 찾았다. 이날 예배는 송전탑 건설 때문에 망가진 마을공동체를 복원하기 위해 열렸다.

지난 2014년에 있었던 이른바 '삼평리 전투'는 끝이 났다. 하지만 삼평리엔 그 전쟁의 '아픈 결과'는 여전히 남아 있다. 송전선로 건설을 둘러싸고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로 마을공동체는 완전히 붕괴됐고, 서로 호형호제하는 사이가 원수가 돼 버렸다.

성탄절을 맞아 청도 삼평리 할매들이 더함교회 신도들과 대책위 활동가, 시민들과 성탄예배를 올리고 있다
 성탄절을 맞아 청도 삼평리 할매들이 더함교회 신도들과 대책위 활동가, 시민들과 성탄예배를 올리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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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은 구 마을회관 사용 문제에서 비롯되고 있다. 특히 송전탑 건설을 받아들인 대가로 찬성측 주민들에게 전해진 이른바 '마을발전기금'으로 마을복지회관이 들어서면서 마을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졌다. (관련 기사 : 마을회관을 지켜라, 삼평리 할매들의 외로운 '투쟁').

5억 원을 들여 부지를 매입해서 건설한 새로운 마을회관격인 복지회관이 올해 초 완공되자, 마을 이장을 비롯한 송전탑 찬성 측 주민들이 기존에 있던 마을회관을 매각하겠다는 일방적 선언을 한 것이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놓인 송전탑에서 신고리 3,4호기의 핵발전소 전기가 흐르고 있다. 삼평리 마을공동체를 붕괴시킨 주범이다.
 마을을 가로지르며 놓인 송전탑에서 신고리 3,4호기의 핵발전소 전기가 흐르고 있다. 삼평리 마을공동체를 붕괴시킨 주범이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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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송전탑 건설을 반대한 어르신들은 "한전의 '더러운 돈'으로 지어진 복지회관은 절대 사용할 수 없다"면서 기존 마을회관을 그대로 이용하고 있다. 그로 인해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이처럼 마을공동체는 여전히 찬반으로 나뉜 주민들 간의 갈등으로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사태로 빠져들고 있다.

성탄절을 맞아 삼평리에 평화를 기원하다

이런 상황에서 성탄절을 맞아 그간 삼평리 투쟁에 연대해 왔던 활동가와 시민들이 삼평리에 다시 모였다. 사랑과 평화의 상징인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면서, 삼평리 마을에 다시 평화가 도래하기를 희망하기 위함이다. 아직도 여전히 전쟁 중인 삼평리 주민들을 위로하면서 하루빨리 이 지옥과도 같은 사태가 해결되기를 간절히 바란 것이다.

청도 '더함교회'의 신도들과 함께 시작된 삼평리 성탄예배는 더함 귀요미들의 찬양과 율동, 바이올린 협주, 말씀 나눔, 더함이들의 찬양, 선물 나눔, 다 함께 기도 순으로 진행됐다.

청도 더함교회 신도들과 대책위 활동가, 시민들이 삼평리에 모여 성탄예배를 올리고 있다.
 청도 더함교회 신도들과 대책위 활동가, 시민들이 삼평리에 모여 성탄예배를 올리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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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님 대신 말씀 나눔을 해준 더함교회 우장한 운영위원은 삼평리 마을의 평화를 간절히 기원했다.

"삼평리 투쟁은 다 끝이 난 것이 아니냐, 이 시점에 굳이 우리가 갈 필요가 있느냐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아직도 여전히 송전탑 갈등 때문에 고통 받고 있는 할매들이 계시기에 우리는 이 자리에 설 수밖에 없었다. 하루빨리 마을의 갈등이 해결돼 삼평리에 평화가 찾아왔으면 좋겠다."

이어 마을 실상을 들려주기 위해 나선 이은주 전 부녀회장은 다음과 같이 마을의 상황을 전했다.

"할매들이 지난여름 다 쓰러져 가는 비닐하우스에서 생활하던 모습이 떠오른다. 우리 할매들은 절대로 복지회관을 이용하지 않는다. 박 이장은 마을 회관의 문을 닫아 걸기까지 했다. 할매들에게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이곳 마을회관이 우리 할매들의 집이다. 이곳에서 할매들 마음 편히 지내실 수 있으면 우리는 족하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할매들이 마음 편히 쉬게 될 수 있기를 정말 바란다."

삼평리 전 부녀회장이 마을회관을 둘러 싼 마을 갈등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삼평리 전 부녀회장이 마을회관을 둘러 싼 마을 갈등 상황을 설명해주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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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지금 삼평리 마을의 갈등의 핵심은 바로 마을회관 사용 문제다. 한전 때문에 두 개가 돼 버린 마을회관이 또 다른 갈등의 불씨가 되어 활활 타오르고 있는 것이다. 이 문제의 해결이 없으면 삼평리 마을공동체 회복도 요원해 보인다.

이날 '밀양 송전탑 반대 대책위'에서 온 한옥순 여사는 "청도 형님들을 보니 기쁘다. 그런데 또 마을회관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니 마음이 너무 아프다. 밀양과 청도는 형제다. 청도에서 불상사 생기면 반드시 달려올 것"이라며 연대 투쟁을 예고했다. 

밀양 송전탑 대책위에서 온 한옥순 여사가 연대 발언을 마친 뒤 삼평리 할매들에게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밀양 송전탑 대책위에서 온 한옥순 여사가 연대 발언을 마친 뒤 삼평리 할매들에게 선물을 증정하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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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주 사드 대책위에서 온 정진석씨 또한 강력한 연대 투쟁을 다짐했다.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져 못 살겠다. 왜 할매들이 마을회관을 이용할 수 없게 하는가. 마을회관을 사용 못 하게 하면 그때는 우리가 나설 것이다. 우리가 마을회관을 지키러 달려올 것이다."

마을공동체 회복을 위해 청도군이 문제해결에 나서야 

이처럼 마을회관 문제를 둘러싸고 새로운 '전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주민과 주민들 사이에 충돌이 발생할 수 있는 안타까운 상황이다.

청도군의 지혜로운 대처가 절실해 보이는 지점이다. 이은주씨의 말처럼 "한전의 송전탑 건설 계획을 받아들인 것이 바로 청도군이고, 그런 청도군의 결정에 의해서 삼평리 마을이 이같이 고통 받고 있으니 청도군이 문제 해결에 나서야" 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청도군은 "마을회관 문제는 마을의 고유 재산이기 때문에 군이 나서서 이래라 저래라 할 수 없다"는 기존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마을공동체가 풍비박산 나고 있는 문제에 청도군이 뒷짐을 지고 구경만 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성탄절을 맞아, 청도 삼평리의 평화를 희망하는 성탄예배가 삼평리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열리고 있다.
 성탄절을 맞아, 청도 삼평리의 평화를 희망하는 성탄예배가 삼평리 마을회관 앞마당에서 열리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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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도 345kV 삼평리 대책위' 서창호 집행위원장은 청도군의 무책임을 강하게 성토했다.

"청도군의 존재 이유를 되묻지 않을 수 없다. 군이 있는 것은 군민을 위해서다. 군 때문에 군민이 이토록 고통받고 있는데 군이 나서서 않는 것은 너무 무책임한 처사다. 청도군의 책임을 반드시 물을 것이다." 

"삼평리 할매들을 더 이상 고통으로 내몰지 마라"

한편 이날 행사에는 어르신들의 그림 작품들도 전시됐다. 어르신들 심리치료의 일환으로 그림 그리기가 진행됐고, 그렇게 완성된 작품이 내걸린 것이다.

삼평리 마을회관 마당에 전시된 할매들의 그림 작품, 이 그림 그리기를 통해 할매들의 송전탑 트라우마가 많이 치료됐다.
 삼평리 마을회관 마당에 전시된 할매들의 그림 작품, 이 그림 그리기를 통해 할매들의 송전탑 트라우마가 많이 치료됐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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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치료를 함께 진행한 대책위 활동가 뚤린씨는 "난생 처음 그림을 그려 본 할매들은 아이처럼 기뻐했고 그것으로 많은 위안을 받았다. 할매들의 응어리가 너무나 큰 것 같다"며 심리치료의 과정을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할매들은 지난 9년 동안의 송전탑 건설 반대운동 과정에서 오는 스트레스로 고통을 겪은 데다가 마을회관 사용 문제로 노심초사 하다 보니 트라우마가 상상 외로 커서 심리치료를 받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심리치료의 배경을 설명했다.

대책위 활동가 뚤린 씨가 할매들의 그림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대책위 활동가 뚤린 씨가 할매들의 그림 작품에 대해서 설명해주고 있다.
ⓒ 정수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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뚤린씨의 설명처럼 치료 덕분에 어르신들은 다소 여유를 되찾은 듯 보이지만, 마을회관 사용 문제로 또 다시 심리적 갈등을 겪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마을회관 사용 문제가 잘 매듭이 지어져야 하는 이유다.

"할매들을 더 이상 고통으로 내몰지 말아 달라. 송전탑 건설 문제는 청도군의 책임이 크다. 그러니 청도군이 책임지고 이 사태를 해결해 달라."

뚤린씨의 간절한 호소다.

삼평리 마을회관 너머로 한전에  의해서 건설된 송전탑이 보이고, 송전선로도 내결렸다. 평화롭던 청도 삼평리 마을공동체를 풍비박산 낸 주역이다. 현재 신고리 3,4호기 핵발전소 전기가 흐르고 있다.
 삼평리 마을회관 너머로 한전에 의해서 건설된 송전탑이 보이고, 송전선로도 내결렸다. 평화롭던 청도 삼평리 마을공동체를 풍비박산 낸 주역이다. 현재 신고리 3,4호기 핵발전소 전기가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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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기자는 대구환경운동연합 활동가입니다. 송전탑 건설 문제로 마을공동체가 풍비박산 난 청도 할매들의 외로운 싸움에 연대하고 있습니다. 청도 삼평리의 평화를 간절히 빕니다. 이 기사는 지역뉴스 매체인 <평화뉴스>에 함께 실립니다.



태그:#청도 삼평리, #송전탑, #성탄예배, #마을공동체, #마을회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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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은 깎이지 않아야 하고, 강은 흘러야 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공존의 모색합니다. 생태주의 인문교양 잡지 녹색평론을 거쳐 '앞산꼭지'와 '낙동강을 생각하는 대구 사람들'을 거쳐 현재는 대구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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