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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가는 이 길은 너무나 행복합니다.
세상에 하나 뿐인 당신 위해서 내 모든 걸 바칠 겁니다.
사는 동안 당신만을 내 인연으로 엮어 놓고서
영원이 당신만을 사랑합니다.
죽도록 사랑합니다. 너무나도 행복합니다.
나는 나는 당신 좋아요.

- 홍성재 <당신 좋아요>

 가수 홍성재씨와 그의 아내 김복희씨
 가수 홍성재씨와 그의 아내 김복희씨
ⓒ 한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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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 뒤에서 아내의 비명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돌리자 아내가 있는 자리에 커다란 불길이 일고 있었다. 뛰어 갔다. 불길 안에 아내가 있었다. 아직도 아내의 비명 소리가 또렷하게 귓가에 맴돈다. 그 일로 삶의 모든 것이 손바닥 뒤집듯 바뀌었다. 돌아갈 수 있다면 그 전날, 아니 한 시간 전이라도 돌아가고 싶다. 아직도 모든 것이 내 잘못만 같다. 옷을 태운다던 아내를 말렸어야 했는데…. 2014년 4월 26일은 잊혀지지도, 잊을 수도 없는 날이다.

그날은 유독 일이 많았다. 갑상선기능항진증으로 수술을 받은 아내 김복희씨의 수술 경과가 나오는 날이었다. 또 요새 한 쪽 귀가 들리지 않는다며 검사를 받은 늦둥이 아들 민기의 검사 결과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두 병원으로부터 연락이 왔다. 다행이 아내의 수술 경과는 좋았다. 하지만 좋아할 틈도 없이 아들의 검사 결과가 나왔다. 앞으로 한 쪽 귀가 들리지 않을 거라는 통보를 받았다. 아내 김씨는 속상한 마음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가뜩이나 몸도 성치 않은 아내가 걱정돼 억지로라도 끌고 나가 식사를 했다.

늦은 시각, 집으로 귀가 했다. 그때까지 울적한 마음이 남아 있던 아내는 버릴 옷들을 태운다고 했다. 홍씨가 우사에서 여물을 주고 있을 무렵 그때 사고가 일어났다. 아내 김씨는 실수로 휘발유를 부었고 순식간에 불길에 휩싸였다. 아내의 비명소리를 들은 홍씨는 달려와 물을 아내에게 부었다. 불길은 꺼졌지만 아내의 온몸이 거뭇거뭇했다. 그는 먼저 아내 옷을 갈아입혔다. 홍씨는 "그 당시만 해도 아내의 정신이 깨어 있어 화상이 심한 줄 몰랐다"며 "아내 옷을 갈아입힌 것이 실수였다"고 말했다.

다시 보니 아내의 화상이 심각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는 정신을 잃었다. 119에 신고했고 병원으로 이송됐다. 그때부터 시작됐다. 8일이 지나서야 아내가 깨어났고 계속해서 수술이 이어졌다. 16개월 넘게 입원해 있는 동안 매일 같이 우강 집에서 서울 병원까지 오갔다.

어린 아들이 있기에 병원에서 지낼 수도 없었다. 또 1년에 두 차례 이상 피부를 이식하는 대수술을 진행해야 했다. 며칠 전에는 화상으로 붙어버린 얼굴과 목의 살을 잘라내고 피부를 이식하는 수술을 받았다. 홍씨는 "전의 얼굴이 보이지 않을 정도로 화상이 심각하다"며 "하지만 얼굴 수술은 성형에 속해 보험비로 충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덧붙여 "속상해 하는 아내를 볼 때마다 안쓰럽다"며 "아내의 상처를 치료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의 얼굴을 찾아주기엔 경제적 형편이 녹록지 않은 실정이다. 전만 해도 세화 건축을 운영하며 40~50두의 소까지 키웠다. 또 1억1000만 원에 호가하는 캠핑카도 있을 정도로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

하지만 지금 남은 소는 고작 5마리 뿐이다. 캠핑카 역시 절반 가격에 급매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치료를 더 해야 하는데 수술비 마련이 쉽지 않다"며 "지금까지 치료와 수술에 들어간 돈만 해도 4억 원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제는 사소한 것도 쉽지 않다. 화상 흉터에 상처치료밴드를 붙여야 하지만 보험에서 지원해 주는 것은 아내가 입은 화상의 면적에 비해 매우 부족한 상황이다.

하지만 홍씨네 가족은 희망을 잃지 않고 있다. 지난해 무명가수로 활동하는 친구 한성준 씨와 제일프로덕션의 김진환 대표가 홍씨네 집을 찾았다. 아내 김씨를 본 두 사람은 안쓰러운 마음에 노래 <당신 좋아요>를 홍 씨에게 선물했다. 그 전까지 마을행사에서 종종 MC를 보던 홍씨에게 좋은 기회가 됐다. 선물받은 곡으로 한 달에 두 차례 노래교실 무대에 오르고 있으며 이 노래교실은 케이블 OBS WTV와 리빙TV, 복지TV로 방영되고 있다. 또한 유투브를 통해 볼 수도 있다.

아내는 최근 새로운 꿈을 꾸고 있다. 웃음치료사에 도전하기 위해 책을 구입하고 시간이 될 때마다 공부하고 있단다. 홍씨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며 "그 전에 많은 봉사를 해왔는데 앞으로도 꾸준히 활동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불러주는 곳이 있다면 언제든 찾아가 사람들에게 희망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당진시대에도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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