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러브 액츄얼리> 국내 재개봉 포스터.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돌아온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 국내 재개봉 포스터. 이번 크리스마스 시즌에 다시 돌아온다.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사골'이란 소리를 듣더라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재개봉하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은 영화 한 편이 오는 20일 돌아온다. 바로 <러브 액츄얼리>다. 영국 로맨스 영화의 명가 워킹타이틀이 만든 <러브 액츄얼리>는 2003년 11월 개봉 당시 영국 박스오피스 4주 연속 1위를 차지하며 6272만 달러를 벌어들였다. 그해 개봉한 영국영화 중 가장 흥행한 작품에 올랐다.

영화는 당시 4000만 달러의 제작비를 투여하여 전 세계 2억4000만 달러가 넘는 극장수입을 기록했다. 국내엔 2003년 12월에 개봉하여 당시 3주 연속 박스오피스 정상을 달리던 <올드보이>를 제치고 개봉 2주 차에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르며 188만 관객을 동원했다.

이 영화는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의 각본가이자 <어바웃 타임>을 연출해 국내에서 큰 사랑을 받았던 리차드 커티스 감독의 연출 데뷔작이다.

다양한 사람들의 다양한 사랑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영화 <러브 액츄얼리>에는 다양한 사랑 이야기가 나온다.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러브 액츄얼리>에는 다양한 사랑의 풍경들이 담겨있다. 영국의 노총각 신임 '수상'(휴 그랜트)은 관저의 식음료 담당관 '나탈리' (마틴 맥커친)의 엉뚱한 매력에 끌리고, 그 수상의 여동생 '캐런'(엠마 톰슨)은 남편 '해리'(앨런 릭먼)와 비서 미아(하이케 마카취일)의 은밀한 관계 알게 되면서 큰 슬픔에 휩싸인다. 그리고 '해리' 회사의 직원 새라(로라 린니)와 칼(로드리고 산토로)은 2년 7개월 3일째 고백을 못 하고 서로를 짝사랑하고 있다. 사랑했던 아내를 잃은 대니얼(리암 니슨)은 슬픔에서 차차 빠져나오며, 의붓아들 샘(토마스 생스터)의 짝사랑을 응원하며 조금씩 친해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동생과 바람 핀 여자친구(시에나 길로이)때문에 프랑스로 떠나 소설을 쓰고 있는 작가 제이미(콜린 퍼스)는 포르투갈 출신 가정부 오렐리아(루치아 모니즈)와 말이 통하지 않지만 묘한 호감을 느끼게 된다.

단짝 친구 피터(치웨텔 에지오포)의 아내 줄리엣(키이라 나이틀리)을 사랑하는 마크(앤드류 링컨)는 그녀에게 마음 숨기기가 쉽지 않다. 마약중독 빠졌었던 왕년의 록스타 빌리(빌 나이)는 뚱보 매니저의 보필 속에 신곡을 발표하여 1위를 차지하는 데 성공한다. 영국에선 '찌질이' 취급받던 콜린은 (크리스 마셜) 미국여행으로 전화위복을 노린다.

<러브 액츄얼리>의 가장 큰 특색은 다양한 사랑 이야기들이 단편을 나열하는 옴니버스식으로 펼쳐지는 것이 아니라 시간의 흐름 속에 교차로 배치되어 진행된다는 점이다. 영화는 거미줄처럼 얽히고설킨 인물관계와 복잡한 이야기 구조를 지니고 있지만 생생한 캐릭터들과 색깔이 분명한 에피소드로 이야기를 혼란스럽지 않게 전개한다.

그 속에는 신분과 국경을 뛰어넘은 사랑, 오랜 짝사랑 끝에 얻은 짧은 키스, 의붓 부자지간의 가족애, 위기를 뒤로하고 제자리를 찾아가는 부부, 스타와 매니저의 우정 등 다양한 사연들과 복잡한 사랑의 감정들이 앙상블을 이룬다. 그 사랑 이야기들을 퍼즐 조각처럼 모아서 완성하는 엔딩이 상당히 인상적이다. 그리고 그 과정을 소소한 웃음과 만들어내고 있어 한층 매력적이다.

다양한 스토리만큼이나 다양한 배우들을 보내는 재미도 쏠쏠하다. <브리짓 존스> 시리즈의 휴 그랜트와 콜린 퍼스로 시작하여 리암 니슨, 빌 나이, 엠마 톰슨, 키이라 나이틀리 등 영국의 인기 배우들이 포진하고 있다. 당시엔 무명에 가까웠지만, 지금은 톱 배우로 성장한 배우들도 눈에 띈다. 미국 드라마 <워킹 데드> 시리즈의 앤드류 링컨과 <노예 12년>의 치웨텔 에지오포, <메이즈 러너>의 토마스 생스터 등을 찾아볼 수 있다. 게다가 특급 카메오도 등장한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스와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시퍼이다. 이들은 잠시 화면을 채우는 정도가 아니라, 절묘하게 등장하여 영화의 분위기를 더욱 살려낸다.

놓쳐선 안 될 명장면 그리고 아쉬움

 <러브 액츄얼리>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인 '스케치북 프러포즈' 신.

<러브 액츄얼리>의 최고 명장면 중 하나인 '스케치북 프러포즈' 신.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크리스마스와 잘 어울리면서, 음악과 어우러진 로맨틱한 장면들도 놓쳐서는 안 된다. 우선 두 개의 공연 장면이 있다. 결혼식장에서 울려 퍼진 감미로운 'All You Need Is Love' 공연 장면과 조애나(올리비아 올슨)가 학예회에서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부르는 장면은 영화의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한층 증폭시킨다. 무엇보다 놓쳐서는 안 되는 장면은 캐럴 속에서 선보이는 전설적인 마크의 스케치북 프러포즈가 아닐까?

하지만 이 '러블리'한 영화에도 아쉬운 점이 있다. 극의 분위기에 맞지 않게 미국을 조롱하는 장면들이다.

영화에서 영국에 방문한 미국 대통령을 '나탈리'에 집적대는 호색한 인물이자 영국을 위협하는 독선적인 권력가로 그리며 미국 대통령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인다. 영화 속 미국 대통령은 성 추문으로 시끄러웠던 빌 클린턴과 두 차례나 전쟁을 일으킨 조지 워커 부시 대통령을 조롱하기 위해 합쳐놓은 인물이다. 게다가 미국 대통령에게 일침을 가하는 휴 그랜트의 모습을 통해 당시 이라크 파병으로 '부시의 푸들'이란 소리를 들었던 토니 블레어 영국 총리를 비판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사랑을 주제로 삼고 있는 이 영화에 당최 이해가 안 되는 인물이 하나 있는데 바로 '콜린'이다.

영국에서 '찌질이' 취급을 받는 '콜린'이 미국 술집에 가자마자 3명의 미국 미녀들을 단숨에 사로잡아 3명과 함께 잠자리에 드는 에피소드가 있다. 이 장면에서는 미국 여자들을 너무 헤프게 그리고 있다. 이 두 장면은 은근히 미국을 깔보는 영국 우월주의를 나타내고 있어 거북하게 느껴질 수 있다.

<러브 액츄얼리>의 뒷이야기들

 콜린 퍼스가 연기한 에피소드는 실제 감독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콜린 퍼스가 연기한 에피소드는 실제 감독이 겪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다. ⓒ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콜린 퍼스가 연기한 작가 제이미가 프랑스에서 말이 잘 통하지 않는 포르투갈 가정부 오렐리아(루치아 모니즈)와 사랑에 빠지는 에피소드는 바로 감독이 겪은 이야기이다. 오렐리아가 바람에 날려 호수에 뿌려진 원고들을 건지기 위해 호수에 뛰어드는 장면과 매일 그녀를 차로 데려다주며 말없이 음악만 듣는 에피소드는 실제 감독이 결혼 후 프랑스 별장에서 만난 예쁜 포르투갈 아가씨와의 이야기들이다. '미스터 빈'으로 유명한 로완 앳킨스가 등장하여 백화점에서 손님은 급한데 오랫동안 포장하는 장면도 감독이 뉴욕에서 겪은 이야기를 영화에 담은 것이다. 참고로 영화에는 감독의 장모가 단역으로 출연하기도 한다.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찾아보면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라는 해설과 함께 영국의 히스로 공항 입국장에서 보이는 오프닝이 인상적이다. 연인과 가족들의 애정 넘치는 상봉 장면을 잡아냈다. 이 장면은 실제 히스로 공항에서 1주일간 몰래 촬영한 뒤, 당사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동의 서명을 받은 신이다.

커티스 감독은 1970~1974년에 수상을 지냈던 에드워드 히스가 22살짜리 여자와 사랑에 빠지는 상상을 하며 이 작품을 구상했는데 그 수상역은 휴 그랜트가 맡았다. 영화 후반 'All I Want For Christmas Is You'를 열창하며 강한 인상을 남긴 올리비아 올슨은 200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러브액츄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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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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