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저축은행 신인, 손주형(204cm·센터) 선수

OK저축은행 신인, 손주형(204cm·센터) 선수 ⓒ 한국배구연맹


6연패의 늪에서 허덕이는 OK저축은행. 뮈라도 해보겠다고 했지만, 아무것도 뜻대로 되지 않았다.

'희망의 빛줄기'는 의외의 곳에서 고개를 내밀었다. 올 시즌 신인이자 장신 센터인 손주형(24세·204cm)이다.

현재 경희대 4학년인 손주형은 지난 9월 실시된 2017~2018시즌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 6순위로 OK저축은행에 지명됐다.

OK저축은행은 전체 2순위인 차지환(22세·201cm·인하대2)을 비롯 4명의 신인을 선발했다. 그러나 차지환만 출전 기회를 얻고 있다. 손주형은 동료들의 경기를 지켜만 봐야 했다.

그런 손주형에게도 기회가 찾아 왔다. 지난 16일 대한항공과 경기에서 프로 데뷔 후 첫 출전을 했다. 이전 경기까지는 출전 엔트리조차 포함되지 못했다.

될성부른 떡잎, 프로 데뷔 무대에서 맹활약

손주형은 이날 경기에서 1~2세트는 교체 멤버로 잠깐 투입됐다. 그러나 3~5세트는 박원빈(26세·198cm)과 함께 선발 주전 센터로 나섰다.

센터였던 김요한(33세·200cm)은 부진한 외국인 선수 마르코 대신 라이트로 자리를 이동했다.

손주형은 신인으로서 프로 데뷔 첫 경기임에도 인상 깊은 활약을 펼쳤다. 특히 3세트 후반 결정적인 순간에 대한항공 외국인 선수인 가스파리니(34세·202cm)의 공격을 블로킹으로 차단했다. 이어 '다이렉트 킬'까지 성공시키면서 연속 2득점을 올렸다.

OK저축은행이 외국인 선수가 빠진 상태에서 3세트 승리를 따낸 데는 손주형의 활약이 결정적이었다. 비록 경기는 패했지만, 손주형이 활력소가 되면서 5세트 막판까지 치열한 접전을 펼쳤다.

기록상으로도 손주형의 존재감은 증명된다. 이날 3세트부터 선발 출전했음에도 블로킹 1득점을 포함 6득점을 올렸다. 선발 주전 센터인 박원빈(5득점)보다 많았다. 특히 중앙 속공은 4득점과 함께 성공률 100%를 기록했다.

손주형은 올해 대학배구 리그에서도 될성부른 떡잎이었다. 경희대 주전 센터로 맹활약하며 대학 리그 블로킹 부문 전체 3위를 기록했다. 2위인 홍익대 전진선(22세·199cm)과 기록상 거의 동률이었다.

​장신임에도 몸놀림이 빠르고 상대 팀 세터와 공격진의 움직임을 간파하는 시야가 상당히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외국인 교체· 센터 전환 실패 '만회 카드'

 손주형(204cm·센터), 프로 데뷔 첫 경기 모습 -2017.12.16

손주형(204cm·센터), 프로 데뷔 첫 경기 모습 -2017.12.16 ⓒ 한국배구연맹


현재 OK저축은행의 센터진은 5명이다. 그동안 박원빈과 올 시즌 KB손해보험에서 트레이드로 이적해 온 후 센터로 포지션을 변경한 김요한이 주전 센터로 나섰다.

백업 센터로는 김정훈(36세·192cm), 한상길(31세·194cm) 그리고 손주형이 있다.

그러나 김요한의 포지션 변경은 현재까지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러면서 OK저축은행은 센터진에서 큰 약점을 보이고 있다. 블로킹과 속공 부문에서 7개 구단 중 최하위권이다.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고 경기를 뛰기 때문이다. 김요한은 2007~2008시즌 V리그 데뷔 이후 지난 시즌까지 10년 동안 레프트와 라이트 공격수로 활약했다. 나이도 적지 않다. 갑작스런 포지션 변경을 통해서 큰 역할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인 선수 교체 효과마저 부정적으로 흘러가고 있다. OK저축은행은 지난 1일 트라이아웃 전체 1순위로 선발했던 브람(29세·206cm·라이트)을 보내고, 마르코(31세·203cm·라이트)를 새로 영입했다.

브람이 나름 잘하고 있고 시간이 갈수록 나아질 여지가 있음에도, 국내 선수들의 부진에 대해 경각심을 주고 분위기 전환을 위해 교체를 단행했다.

그러나 마르코는 그런 기대를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있다. 지금까지 4경기에서 55득점을 올렸다. 경기당 평균 13.7득점으로 공격 성공률은 40.5%다. 외국인 선수로서 미약한 수준이다.

교체를 당한 브람보다 크게 뒤쳐진다. 시즌 중간에 왔기 때문에 적응 기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브람보다 타점, 득점력, 기술 등 모든 면에서 뒤진다는 인상을 주고 있다. 브람은 12경기에서 250득점(평균 20.8득점)을 기록했다.

'장신 센터 성공' 가능성... OK저축은행 희망 돌파구

국내 선수의 전반적인 부진과 외국인 선수 교체가 난관에 봉착하면서 OK저축은행은 최하위로 주저앉았다.

무엇보다 지난 11월 21일 대한항공에 승리한 이후 6연패에 허덕이고 있다. 어디선가 새롭게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연패의 터널은 더 길어질 수 있다.

그런 시점에서 손주형의 가세와 활약은 '가뭄의 단비'가 아닐 수 없다. 신장과 나이 면에서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OK저축은행은 현재 라이트 포지션에서 높은 득점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센터진에서 속공과 블로킹으로 득점력을 끌어올려야 한다. 그래야 라이트나 레프트도 제 기량을 발휘할 시간적 여유와 공간이 생긴다.

손주형의 꾸준한 출전과 성장이 필요한 이유이다. 어쩌면 OK저축은행이 연패를 탈출하고 반등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의 돌파구라고 할 수 있다.

센터진 외에 다른 곳에서 더 나아질 여지가 딱히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김세진 감독도 팀의 가장 아쉬운 부분으로 블로킹 약화를 꼽아 왔다.

남자배구 국제경쟁력 향상, '손주형 성장' 필요

손주형이 주전 센터로 자리를 잡고 성장하는 것은 한국 남자배구의 미래를 위해서도 중요하다.

현재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에 200cm 넘는 센터가 한 명도 없기 때문이다. 이는 국제경쟁력 하락과도 깊은 관련이 있다.

전 세계적으로 배구 강국은 물론 아시아 강호들까지 국가대표팀 센터진에 200cm 넘는 선수가 한 명도 없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사실상 유일하다. 장신화 부분에서 특히 센터진에서 한국은 세계 최하위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미 세계 강팀들은 주전 센터 평균 신장이 205cm를 넘어섰다. 단순히 신장만 큰 게 아니다. 초장신이면서도 단신인 한국 센터진보다 블로킹, 스피드, 파워, 테크닉이 더 뛰어나다.

한국도 하루 빨리 203~210cm대 선수 중 국가대표 주전급 센터가 나와야 한다. 손주형은 현재 한국 남자배구에서 5번째로 큰 장신 선수다.

프로배구와 대학배구를 통틀어 우리카드 김은섭(29세·211cm), 대한항공 천종범(27세·210cm), 삼성화재 정준혁(25세·208cm), 현대캐피탈 박준혁(21세·205cm)에 이어 5번째다. 이어 KB손해보험 전진용(30세·203cm), 현대캐피탈 김재휘(25세·201cm) 등이 200cm 넘는 장신 센터군을 형성하고 있다.

안타깝게도 이 중에 현재 소속팀의 주전 센터로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는 선수가 없다. 손주형의 V리그 안착과 성장 가능성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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