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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을 먹으러 온 길고양이 흰둥이. 가끔 저런 표정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 보곤 한다.
 밥을 먹으러 온 길고양이 흰둥이. 가끔 저런 표정으로 물끄러미 나를 바라 보곤 한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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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한의 강추위가 이어지면서 길고양이들도 추위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날씨가 영하로 떨어지면 먹이가 부족한 길고양이들은 추위와 배고픔을 견디지 못해 죽는 경우도 많다. 임소영 홍성길고양이보호협회 대표는 "날이 추우면 새끼 고양이들부터 하나 둘 죽어간다"고 말했다.

이번 겨울은 유난히 춥다. 초입부터 혹독한 영하의 강추위가 이어지고 있다. 고양이는 인간보다 체온이 2도 정도 높다. 혹독한 영하의 날씨는 고양이들에겐 최악이다. 38도의 체온을 유지해야 하는 고양이들에게 체온 유지는 먹이 활동 못지않게 중요하다.

겨울이 시작되기 전 이미 처가 근처에 살고 있는 길고양들을 위해 집을 만들어 놓았다. 고양이들의 이름은 에이미와 흰둥이이다. <오마이뉴스>에도 여러 번 소개가 되었던 바로 그 아이들이다. 종이와 스티로폼 박스를 이용해 고양이 집을 만드는 것은 매우 간단하다. 인터넷에서 '길고양이 집'이란 키워드로 검색하면 정보를 쉽게 구할 수 있다.

고양이 집은 계단 아래 빈 공간에 놓았다. 평소 에이미와 흰둥이가 자주 드나들던 곳이다. 비닐하우스 용 보온 덮개로 바람을 막아 주었다. 고양이들은 소리에 민감하다. 계단 아래는 비교적 따뜻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사람이 자주 드나드는 곳이라 고양이들이 불편해 할 수도 있어 보였다. 

그래서 주말을 이용해 이 아이들을 위한 제2의 은신처를 마련해 주었다. 집 뒤쪽 창고에도 고양이 집을 놓아 둔 것이다. 낮잠을 좋아하는 고양이들이 낮에는 제2의 은신처에서 지내다가 밤이 되면 따뜻한 계단 아래로 돌아오라는 의미에서다. 물론 고양이들이 내 뜻을 알아 줄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고양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기 위해 제 2의 은신처에는 고양이 마약이라고까지 불리는 '캣잎'을 넣어 놓았다. 나름 유인책을 쓴 것인데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제 남은 것은 이 두 마리의 길고양이가 이번 겨울을 무사히 보낼 수 있도록 물과 사료를 나눠 주는 일 뿐이다.

외관은 스티로폼, 내부는 종이 박스를 넣어 만들었다. 바닥에 단열재를 깔아 보온 효과를 높였다. 내부에 옷이나 담요는 넣지 않았다. 습기가 차면 오히려 보온성이 떨어진다는 정보가 있어서다.
 외관은 스티로폼, 내부는 종이 박스를 넣어 만들었다. 바닥에 단열재를 깔아 보온 효과를 높였다. 내부에 옷이나 담요는 넣지 않았다. 습기가 차면 오히려 보온성이 떨어진다는 정보가 있어서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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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고양이와의 인연을 '묘연'이라고 한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에 나타난 두 마리의 길고양이. 이 아이들을 끝까지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 같은 것은 없다. 아니, 그런 마음을 갖지 않으려고 노력 중이다.

다만 그들이 지금 내 앞에 존재하고 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있다. 두 마리의 길고양이를 위해 무언가 할 일이 있다는 것 자체가 즐겁다. 그런 마음을 즐기는 것이 자연스럽게 '묘연'을 이어 가는 길이 아닐까 싶다.

두 마리의 길고양이도 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좋아 하는 것 같다. 에이미와 흰둥이는 내 차가 보이면 어디선가 나타나 나를 반긴다. 물론 내가 가까이 다가가면 두 마리의 고양이들은 한걸음 뒤로 물러서며 '밀당'을 한다. 그런 모습이 참 귀엽다.

부디 이 작고 귀여운 생명체들이 혹한의 겨울을 무사히 잘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와 길고양이들의 인연이 지금처럼 내년에도 그 후년에도 계속 이어지길 원하기 때문이다.


태그:#길고양이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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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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