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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중국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 정부청사를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오전 중국 충칭시 대한민국 임시 정부청사를 방문해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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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16일 중국 충칭 시에 소재한 중경 대한민국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대한민국 건국의 뿌리이며 법통이다"며 임시정부에서 이어져 오는 민주공화국의 정통성을 강조하였다.

문 대통령은 중경 임시정부 청사를 방문한 자리에서 2019년을 3.1운동 100주년, 대한민국 건국 100주년이 되는 해로 규정하며 임시정부 기념관을 조속히 건립할 것과 중국 대륙에 산재한 독립운동 유적지를 보존하겠다고 언급하였다.

대한민국 출발 시점을 놓고 사학계와 보수 정당 간의 기싸움이 십여 년 이상 지속되는 가운데 나온 문 대통령의 '1919년 대한민국 건국' 발언은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기원을 다시금 확인했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제헌 헌법은 기미삼일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그 독립 정신 위에 민주공화국을 재건한다고 명시하였으며, 현행 헌법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을 승계하여 대한민국 건국의 정통성을 밝히고 있다.

그러나 1919년 기원을 주장하는 측에서 대체로 내세우는 근거는 헌법 조항과 이승만 당시 대통령의 건국 통보문, 그리고 제1공화국 정부에서 사용한 대한민국 연호 등으로 극히 제한되어 있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한민족 역사상 최초의 헌법이라 할 수 있는 대한민국 임시헌장을 제정, 반포하여 근대 민주입헌의 길을 연 것은 엄연한 사실이다. 하지만 임시정부의 성립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1919년 기원론의 핵심을 제대로 읽지 못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다.

그렇다면 1919년에 대한민국이 출발했다는 논리는 어떻게 성립되는 것인가? 이 자리를 빌어 1919년 기원론의 본질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본 글에서는 논란이 되는 용어인 '건국' 대신 국가의 출발점, 정통성을 의미하는 '기원'으로 단어를 대체한다.)

건국절의 본질

지난 십여 년간 지속되어 온 건국절 논쟁의 원 핵심은 대한민국의 창건 시점이 아닌 국가 정통성이 누구에게 있느냐의 문제였다. 2006년 뉴라이트 경제학자인 이영훈은 <동아일보>에 "우리도 건국절을 만들자"라는 칼럼을 실었다. 이 칼럼의 내용은 "해방은 우리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며, 독립운동가들은 어떠한 나라를 세울지에 대한 비전을 마련하지 못했다"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입장은 2008년 이명박 정부에서 건국 60년 기념사업 추진 당시 문화체육관광부(당시 장관 유인촌)에서 발행한 건국절 홍보 책자에서 더욱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이 책자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가 실려 있다.

임시정부는 자국의 영토를 확정하고 국민을 확보한 가운데 국제적 승인에 바탕을 둔 독립국가를 대표한 것은 아니었고 실효적 지배를 통해 국가를 운영한 적도 없다. 이런 점에서 민주주의의 실제 출발 기점은 1948년 8월 대한민국 건국이라고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을 건국한 공로는 48년 8월 정부수립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몫으로 돌리는 것이 마땅하다. - 2008년 건국절 홍보 책자 중

바로 여기에서 건국절 주장의 본질이 드러난다. 대한민국 임시정부는 한민족을 대표하는 망명 정부 조직이 아니며, 한국인의 민주주의는 1948년 8월 15일 정부 수립 이후에 도입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더하자면 건국절 논리에서의 대한민국 건국운동은 독립운동과 별개로 해방 이후 정부수립 이전까지의 반탁, 반공 운동에 한정된다.

건국절에 반대하는 측에서도 대한민국의 출발을 1948년으로 보는 경우가 간혹 존재한다. 물론 한반도 내에 대한민국이란 국호로 통치기구가 등장한 것은 1948년 8월 15일이 맞다. 이날에 우리는 온전한 자주독립국가의 지위를 되찾게 되었고, 그에 따라 1948년을 건국으로 보는 것도 결코 틀린 주장은 아니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의 시작은 국민주권의 시작과 관련이 있으며, 이는 최종적으로 시민주권의 발현이 언제 있었느냐로 귀결이 된다.

민족공동체와 민주주의적 주권에서 바라보는 1919년 기원론

대한민국은 민족공동체의 본질적 주권에 의거하여 대한제국과 그 연속성이 인정된다.
▲ 대한민국 3년 1월 1일 임시정부 신년축하식 대한민국은 민족공동체의 본질적 주권에 의거하여 대한제국과 그 연속성이 인정된다.
ⓒ 우리역사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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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19년 기원론의 핵심은 '국민공동체'와 '국민주권'에 있다. 이중 국민공동체는 'Nation(네이션, 국가)'으로 언급되며 근대 국민국가 형성의 초석으로 간주된다. 우리나라가 독립운동을 하고 주권을 되찾았을 때 그 주체는 국민공동체, 즉, 한민족이었다. 이는 대한민국 창건의 주춧돌이 한국인임을 나타낸다. 타국도 이와 마찬가지로 국민공동체가 최초로 형성된 시점, 예를 들어 최초의 국가가 탄생한 시점을 건국기념일이나 독립기념일로 삼곤 한다.

이러한 국민공동체는 자연권인 '본질적 주권'(Real Sovereignty)를 지닌다. 이 본질적 주권은 1758년 스위스의 법학자 바텔(E. de Vattel)이 출간한 <국제법>(Law of Nations)에서 최초로 언급됏다. 이 개념에 따르면 주권은 본질적으로 사회 공동체(민족)에 속한 공적 권위이며 각 개인이 그 사회 공동체의 자연권인 주권을 의회나 일 개인에게 양도하여 그를 '파생적 주권'을 지닌 주권자로 만든다.

이 본질적 주권을 바탕으로 하여 발포된 것이 1917년의 대동단결선언으로, 융희 황제(순종)의 주권 포기 선언은 곧 한민족 공동체로의 주권 환원이기 때문에 국제법상의 주권 개념에 의거하여 민주독립정부를 수립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어진다. 실제로도 국제법상 식민 지배 및 내전 등으로 인한 주권 행사 불능은 '주권이 없'다로 간주되지 않고 '주권 행사의 일시적 보류'(Suspension of Operation)으로 여겨진다.

이러한 뜻을 받들어 1919년 3월 1일 한국인은 세계 만방에 한국의 독립과 자유민임을 선언하였고, 이를 통해 1910년 이래 행사가 보류되었던 파생적 주권이 민족공동체로 환원하여 민주공화국을 수립하고자 하는 주권행사(독립 선포)로 이어진 것이다. 그리고 대한제국과 대한민국은 본질적 주권에 기하여 국가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1919년 기원론은 바로 이러한 주권론와 국가의 동일성에 초점을 둔 것이다. 1948년 정부 수립 이후 연호를 제정할 당시 국회에서 단기 연호를 사용할 것을 주장한 의원들조차 대한민국의 출발점이 1919년임을 부정하지 않았던 것은 바로 이러한 인식에서였다.

1948년 대한민국의 성립은 '1919년 대한민국 성립'이 바탕

우리 역사에서 대한민국은 두 번 성립됐다. 첫째는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질적 주권을 바탕으로 대한제국의 연속선에서 독립을 선언하여 국민대회를 갖고 대한민국이란 국호와 임시정부를 만들어 반포한 것이고, 둘째는 파생적 주권을 정식으로 행사하는 대한민국 정부를 수립한 것이다.

이때 전자의 대한민국은 국민공동체(Nation)를 의미하고, 후자의 대한민국은 통치기구(State)를 의미한다. 1919년 독립 선언을 통해 만민공동회 이래 조선인들의 마음 속에 내재된 민주공화국을 향한 열망이 표출되었고, 이를 통해 한국인은 제국의 신민에서 민국의 국민으로 다시 태어나게 되었다. 통치기구로서의 대한민국은 1919년 형성된 국민공동체로서의 대한민국 위에서 이루어졌고, 이는 1919년과 1948년간의 연속성 내지 동일성을 부여한다.

1919년 기원론의 의미는 우리 민족의 국맥이 끊기지 않은 상태에서 자주적으로 독립을 선언하여 국가 건립의 초석을 닦았다는 데 있다. 이 논리를 뒷받침하는 제헌 국회의원 조국현 선생의 발언으로 글을 마무리한다.

「…우리나라에는 주권이 하루라도 비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무오년까지 융희 12년이라고 쓰고 기미년부터 대한민국 원년이라 하는 것이 역사가의 정필이올시다. 

이것은 곧 미국의 워싱턴이 영국 정부에 향하여 독립을 선언한 지 4년 만에 독립을 완성하였으나 독립을 완성한 그해를 기원으로 하지 않고 독립선언한 그해부터 기원하였고 그해 7월 4일만을 독립기념일로 정한 예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30년 전 민족운동만을 가지고도 상해의 임시정부가 없었다 하더라도 우리는 민족 정기를 봐서 민국 30년을 써야 옳을 일이거늘 상해에서 임시정부가 있어 가지고 대내 대외적으로 행세하고 왜적에게 선전포고를 정정당당히 한 우리의 정부이올시다.」



태그:#대한민국, #임시정부, #건국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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