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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양 위로 단양군 매포읍 시멘트 공장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 거대한 시멘트 공장의 굴뚝이 뿜어내는 연기 석양 위로 단양군 매포읍 시멘트 공장에서 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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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 공장. 저 굴뚝, 저 연기. 53년째 단양팔경 아름다운 단양의 산을 폭탄으로 부수어 시멘트를 만들어 온 국토를 시멘트 덩어리로 뒤덮는 저 공장의 저 굴뚝. 저 골리앗 같은 저 굴뚝은 오늘도 쉼없이 온갖 폐기물 쓰레기를 태운 연기를 내뿜고 있다.

50년 넘도록 폭격을 받아 파헤쳐진 산이 아프다 못해 죽어간다. 물과 공기가 오염되고 나니 사람들도 병들고 아프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수군거리기만 할 뿐 누구 하나 나서서 말 하는 이가 없다. 가장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공장 주변 주민들과 농민들이 현수막을 몇 개 내걸 뿐 이상하리 만큼 조용하다. 이 침묵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단양과 제천, 영월 3개 시군에 다섯 개의 공장이 있다. 단양군 매포읍에 한일, 성신, 현대, 제천시 송학면에 쌍용시멘트, 영월군에 아세아 시멘트. 단양과 제천 네 개 시멘트 공장 시멘트 생산량이 전국 생산량의 70퍼센트가 넘는다. 가히 전국의 콘크리트 건물과 도로, 다리, 아파트와 주택 대부분이 단양 시멘트로 지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박정희 정권이 제1차 경제개발계획을 시작하며 차관을 들여와 단양에 시멘트 공장을 지어댔다. 우리나라 경제개발계획의 한 축인 토건공화국은 시멘트와 함께 시작된 것이다.

지난 50여 년 하루도 쉼없이 산은 파괴되어 돌가루로 변해 고열에 구워져 시멘트 포대에 담겨 전국으로 흩어져 집과 건물, 도로와 다리, 댐이 되었다. 그 세월 동안 600미터가 넘는 산이 300미터로 주저앉았다. 단순히 높이만 낮아진 것이 아니라 마구 파괴되고 파헤쳐지고 부서진 것이다. 단양읍내 패러글라이딩 활공장으로 인기가 높은 양백산에 오르면 시멘트 공장들이 파괴한 산들이 한 눈에  들어온다. 끔찍하기도 하지만 인간이 자연에 가한 폭력의 민낯에 부끄러움과 죄의식이 가슴이 찢어진다.

환경운동연합 단양지휘(준) 회원이 단양군 단양읍 성신양회 교차로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단양지휘(준) 회원이 단양군 단양읍 성신양회 교차로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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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보다 못해 시멘트공장 앞에서 환경운동연합 단양지회(준)와 전국농민회 총연맹 (전농) 단양군농민회가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우선 단양팔경 제1경인 도담삼봉 앞에 시멘트 분진으로 오염된 도로 청소부터 하라는 가벼운 잽을 공장에게 날렸다. 도담삼봉을 지나면 단양 시가지가 나온다. 단양의 얼굴이나 마찬가지인 첫 도로가 대형 화물트럭이 휘날리는 분진 때문에 숨을 쉴 수 없다는 간단한 시위였다.

파헤쳐지는 산, 오염된 물과 공기로 인해 단양군민들은  파괴되는 자연과 같은 운명에 처해 신음하고 있다. 또한 환경운동가 최병성 목사님이 지속적으로 제기한 "폐기물을 원료와 연료로 쓰며 중금속 오염 시멘트로 전국민을 아프게 만드는 쓰레기 시멘트" 같은 근본적 문제가 히말라야산만큼이나 높이 쌓여 있다. 

우선 당장 할 수 있고 해결할 수 있는 쉬운 것부터 하자는 취지로 농민과 군민이 나섰다. 공장측은 대경실색하며 군청에 전화를 한다, 시위 계획에 대해 파악한다 하며 분주했다. 공장 직원들이 청소를 잘하겠다고 약속을 하며 이제 시위를 그만 나오거나 다른 공장 앞에서 해달라는 부탁도 했다.

지난 8일 아침 혹한의 날씨에도 불구하고 기습 시위를 하고는 농민헌법 단양군민대회를 준비하느라 시멘트 공장 앞 일인 시위를 잠시 쉬었다. 공장측은 한편으로는 안도하고 다른 한편으로는 좌불안석이었을 것이다. 언제 시위가 시작될 지 모르는 것만큼 불안한 것이 어디 있으랴?

나순결 충북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단양군 매포읍의 한 시멘트 공장 인근 도로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시멘트 분진도로 퇴진하라! 나순결 충북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이 단양군 매포읍의 한 시멘트 공장 인근 도로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유문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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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민헌법 단양군민대회 대회날 충북 녹색당 나순결 공동운영위원장이 시멘트분진도로 손피켓을 들고 대회장에 나타났다. 털모자에 검은 선글라스, 빡빡 깍은 머리는 결연한 의지와 분노를 표출했다. 여기에 나비 넥타이 정장을 입은 나 위원장은 녹색당스런 발랄함와 위트를 한껏 내보였다. 영하 15도의 추운 날씨에도 혼자서 시멘트 공장에서 손피켓 시위를 한 나 위원장의 얼굴은 새파랗게 얼어 있었다.

"단양이 청주보단 많이 추운데요, 허허. 아침엔 혼자 피켓시위 했는데 대회 끝나고 회장님도 한번 하실 건가요? 아, 읍내에서 농민헌법 트랙터 행진을 한다구요? 아이구, 멋지네요. 그럼 그거부터 하자구요."

시멘트. 이렇게나 많이 써야 하나? 단양군의 산을 얼마나 더 파괴할 것인가? 왜 온갖 폐기물을 시멘트 원료와 연료로 써야 하나? 일본이나 유럽처럼 깨끗한 시멘트를 생산하면 안되나? 무엇보다 시멘트를 좀 덜 쓰는 나라가 되면 안되나? 왜 대다수 국민들이 콘크리트로 지어진 아파트와 공동주택에서 빠글빠글 모여 살아야 하나? 시골은 텅비어 가는데 시골에서 옛날처럼 주위에서 나는 나무와 흙으로 지은 집에서 살면 안되나?

산업화, 근대화, 도시화의 상징인 시멘트. 시멘트 토건 공화국이 남긴 건 단양의 파괴된 산과 물과 공기와 병든 사람들, 그리고 전 국토를 뒤덮은 시멘트다. 이제는 멈추고 되돌아볼 때가 되었다. 이제는 이촌향도가 아니라 거꾸로 이도향촌할 때다.

그 운동의 첫발이 시멘트 분진도로 청소부터다. 콘크리트 아파트를 떠나 고향으로, 시골로 돌아올 이들을 맞이하기 위해 길을 청소한다는 의미기기도 하다.  운동은 무릇 거대담론보다는 거시적 구조적 전망과 대안을 가지되, 당장 해결할 수 있는 쉬운 것부터, 마음에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가장 필요한 일부터  풀어나가면서 해야 한다고 피켓 시위를 이끄는 단양군농민회와 환경운동연합 운동가들이 생각하며 시작했다.

12월 8일 금요일 환경운동연합 단양지회(준) (지회장 이명휘)과 단양군농민회장인 내가 첫 피켓시위를 하며 불안해하는 공장직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농민회장이 단양군 성신양회 공장 정문 앞 교차로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 이게 도로냐? 시멘트 분진도로 싫어요!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농민회장이 단양군 성신양회 공장 정문 앞 교차로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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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마세요. 이 피켓 시위는 릴레이 시위입니다. 이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우리뿐만 아니라 단양 군민들, 이 문제 해결에 공감하는 이들이 릴레이 시위를 할 겁니다. 청소 말끔히 하시면 이 시위는 끝납니다. 안 하거나 또 도로에 분진 날리게 하면 시위는 해결될 때까지 계속 됩니다. 하실 수 있죠? 이 도로는 성신양회만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고 하셨는데요. 다른 공장들과 단양군청과 잘 협의해서 해결해 주세요."

공장 앞 도로에선 여전히 화물트럭들이 분진을 휘날리며 내달리고 있다. 저 골리앗 같은 시멘트 공장을 변화시키려면 손피켓 1인 시위가 겨울 내내 이어지지 싶다.

덧붙이는 글 | 유문철 시민기자는 충북 단양군 적성면에서 10년째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현재 전국농민회총연맹 단양군농민회장과 적성면 대가초등학교 학교운영위원, 충북 학부모기자단을 활동하고 있습니다.



태그:#시멘트 분진도로, #단양군농민회, #환경운동연합, #충북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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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단양에서 유기농 농사를 짓고 있는 단양한결농원 농민이자 한결이를 키우고 있는 아이 아빠입니다. 농사와 아이 키우기를 늘 한결같이 하고 있어요. 시골 작은학교와 시골마을 살리기, 생명농업, 생태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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