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 시즌을 앞두고 그 어떤 매체도 이들의 우승을 예견하진 못했다. 레스터 시티는 수많은 클럽들을 꺾는 파란을 일으키며 결국 트로피를 차지했다. 지난 시즌은 12위에 그쳤지만 막판에 5연승을 기록하는 등 개선의 여지를 남겼다. 그러나 올 시즌 초반 역시도 쉽게 풀리지 않았다. 개막전 아스날에 3-4로 패배한 후 맨유와 첼시, 리버풀 등에 연달아 승점을 헌납했다. 비교적 전력이 약한 팀에도 이기지 못 한 것이 부진의 원흉이 됐다. 결국 레스터는 허더즈필드와 본머스, 웨스트브롬위치 등과 비등한 경기를 펼친 셰익스피어 감독을 경질했다. 이어 구단은 후임 감독이 클로드 퓌엘임을 알렸다.

퓌엘은 사우샘프턴에서 촘촘한 수비와 효율적인 역습 축구를 강조했다. 영국 땅을 밟기 전에 프랑스에서 니스를 이끌었던 경험을 바탕으로 전술판을 짜기 시작했다. '8위'라는 성적표는 첫 시즌을 맞이한 퓌엘에게 나쁘지 않은 성과다. 초반 부진에도 불구하고 팀을 잘 이해했던 그는 단기전에서 강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기대치가 조금 더 높았던 팬들은 아쉬움을 토로했고, 결국 그는 팀을 떠났다. 그가 사우샘프턴을 떠난 큰 이유는 '공격'이다. 빌드업을 통해 올라간 공을 골로 연결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결국 강등권을 제외한 팀들 중 최하 득점을 기록하며 '재미없는 축구'라는 불명예를 얻었다.

 득점한 오카자키

득점한 오카자키 ⓒ 레스터시티 공식 트위터


그러나 소극적인 퓌엘이 적극적인 2선 공격진을 가진 레스터를 만나자 전술이 꽃을 피우는 중이다. 지휘봉을 잡기 시작한 에버턴전 2-0 승리를 시작으로 최근 8경기에서 5승 2무 1패를 달리고 있다. 특히 지난 토트넘에 승리한 이후 4연승을 달리고 있는 것이 인상적이다. 퓌엘은 다양한 세부 전술을 이용하여 강팀과 약팀을 가리지 않고 무찌르고 있다.

4연승의 첫 장막을 열었던 토트넘전에는 전형적인 약팀의 전술을 이용했다. 점유율이 대략 38%로 크게 밀렸었지만 실리 축구를 통해 승리를 잡았다. 특히 초반부터 공격에 강수를 둔 것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사우샘프턴과 달리 골 결정력이 좋은 선수들이 포진한 것도 크게 도움이 됐다.

바디와 마레즈는 탁월한 위치 선정과 슈팅력으로 골문을 갈랐다. 수비도 공격에 뒤처지지 않고 안정적으로 경기를 운영했다. 총 23개의 태클을 비롯해 16번의 볼 경합 승리를 따냈다. 4일 뒤 펼쳐진 '상승세' 번리와의 경기에서는 두 팀 모두 비등한 경기력이었다. 그러나 이번에도 레스터는 승점 3점을 가져왔다. 이 역시 초반 공격력이 강했기 때문이다. 킥오프 6분 만에 그레이의 슈팅이 그물을 흔들었다.

앞선 두 경기와는 다르게 원정을 떠난 뉴캐슬전에는 강팀의 면모를 보였다. 레스터는 62%의 점유율을 바탕으로 경기를 주도해 나갔다. 4분 만에 실점하여 흔들릴 뻔했으나 마레즈의 늦지 않은 동점골이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지난 13일에는 퓌엘의 '친정'인 사우샘프턴을 만나 뼈아픈 패배를 안겼다. 바디는 침묵했으나 2선의 오카자키와 마레즈가 폭발했다. 점유율은 밀렸으나 효과적인 기회 창출로 더 많은 슈팅을 기록했다. 무려 4골이나 기록한 결정력은 팬들의 박수를 받아 마땅했다.

 승리에 손을 꽉 쥐는 카스퍼 슈마이켈

승리에 손을 꽉 쥐는 카스퍼 슈마이켈 ⓒ 슈마이켈 공식 트위터


현재 레스터는 팀에 큰 누수가 없다. 상승세를 이어가기에 최적의 상황이 주어졌다. 그런 와중에 16일 밤, 크리스탈 팰리스를 만난다. 물론 팰리스는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최근 6경기에서 무패를 질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팰리스는 약간의 전력 이탈자가 있다. 마마두 사코와 포수멘사, 루카 밀리보예비치가 경기에 나설 수 없다. 게다가 최근 10번의 원정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 했고 득점도 기록한 바가 없다(즉, 올 시즌 모든 원정 경기에서 승리와 득점이 없다). 이런 점에서 많은 매체들은 레스터의 승리를 점치고 있다.

'찰떡궁합'이라는 표현이 가장 어울리는 듯하다. 퓌엘과 레스터의 만남은 아직까지 '성공적'이다. 퓌엘의 세세한 수비 전술에 창의적인 공격수들이 합쳐져 서로의 단점을 장점으로 바꿔나가고 있다. 이제는 또다시 새로운 도전에 나선다. 레스터는 이 상승세를 바탕으로 상위권 진입에 도전하려 한다. 그 서막에는 크리스탈 팰리스와의 18라운드가 기다리고 있다. 만만치 않은 상대지만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짐했다. 오늘 밤 21시 30분, 킹 파워 스타디움으로 향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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