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 헨드릭스는 극강의 레슬링 실력과 동체급 최강의 펀치 파워를 앞세워 조르주 생피에르가 반납한 UFC 웰터급의 새 챔피언에 올랐다. 하지만 평소 체중이 90kg을 상회하는 헨드릭스가 경기마다 20kg 가까이 감량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결국 헨드릭스는 2016년 켈빈 가스텔럼전과 닉 매그니전에서 2경기 연속 감량 실패를 기록한 후 반강제적으로 미들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웰터급에서는 최고수준의 파워를 자랑하던 헨드릭스였지만 거구들이 즐비한 미들급에서 175cm의 헨드릭스는 작은 선수에 불과했다. 헨드릭스는 미들급 데뷔전에서 헥터 롬바드에게 판정승을 거둔 후 팀 보우치와 파울로 코스타에게 연속 KO패를 당하며 미들급에서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보우치와 코스타는 모두 헨드릭스와 싸우기 전까지 미들급 랭킹에 없는 선수였다. 중위권 선수들을 상대로 웰터급 전 챔피언의 자존심을 구긴 셈이다.

이렇듯 많은 파이터들이 체중조절에 어려움을 느껴 체급을 올리지만 기본 골격부터 차이가 나는 상위체급에서 버텨내는 선수는 그리 많지 않다. 하지만 이 선수는 라이트급에서 한계를 느끼고 웰터급으로 체급을 올려 내리 2연승을 거두고 웰터급 타이틀 전선에 새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오는 17일(이하 한국시각) UFC on FOX 26대회에서 전 웰터급 챔피언 로비 라울러와 메인이벤트에서 격돌하는 전 라이트급 챔피언 하파엘 도스 안요스가 그 주인공이다.

체중 감량에 어려움 겪었던 UFC 전 라이트급 챔피언

 UFC 라이트급을 지배했던 안요스는 체중과의 싸움에서 패해 웰터급으로 체급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UFC 라이트급을 지배했던 안요스는 체중과의 싸움에서 패해 웰터급으로 체급을 옮길 수 밖에 없었다. ⓒ UFC.com


대부분의 브라질 파이터들이 그렇듯 안요스 역시 어린 시절 주짓수를 배우면서 종합격투기와 연을 맺기 시작했고 2004년 브라질의 중소단체를 통해 프로무대에 데뷔했다. 4년 동안 11승2패라는 우수한 성적을 올리다가 2008년 11월 UFC에 입성한 안요스는 제레미 스티븐스에게 3라운드 KO패, 타이슨 그리핀에게 판정패를 당하며 퇴출위기까지 몰렸다.

이후 3연승 행진을 달리며 기사회생한 안요스는 2010년 8월 클레이 구이다와의 경기에서 턱에 부상을 당하며 경기에도 패하고 1년 가까운 공백을 갖는 불운을 겪었다. 안요스는 부상 복귀 후 2013년까지 5연승 행진을 달리며 라이트급의 신흥 강자로 떠올랐지만 '부상만 없으면 엄청나게 강한' 하빕 누르마고메도프를 만나 다시 한 번 패배의 쓴 맛을 보고 말았다.

하지만 안요스는 좌절하지 않고 2014년8월 전 라이트급 챔피언 벤슨 헨더슨을 1라운드 KO로 제압하며 강한 인상을 남겼고 연말에는 네이트 디아즈마저 판정으로 제압하며 타이틀 도전권을 따냈다. 그리고 2015년 3월 앤서니 페티스를 5라운드 내내 엄청난 압박으로 밀어 붙이며 판정으로 꺾고 라이트급 챔피언에 등극했다. 12월에는 '카우보이' 도널드 세로니와의 1차 방어전에서 강력한 바디킥에 의한 파운딩으로 간단히 1차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안요스는 작년 7월 에디 알바레즈와의 2차 방어전에서 허무한 1라운드 KO패를 당하며 타이틀을 빼앗겼다. 안요스는 알바레즈와의 경기를 준비하면서 세 번이나 실신을 했을 정도로 감량에 큰 어려움을 겪었다고 한다(물론 프로 파이터, 그것도 UFC 챔피언이 감량의 어려움을 패배의 핑계로 삼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챔피언 벨트를 내려 놨지만 여전히 라이트급의 유력한 상위랭커였던 안요스는 작년 11월 라이트급의 신흥 강자 토니 퍼거슨과 대결을 펼쳤다. 하지만 전진압박이 주특기인 안요스는 정면승부를 걸어온 퍼거슨을 상대로 압박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한 채 5라운드 내내 밀리다가 만장일치 판정으로 패했다. 라이트급에서의 살인적인 감량에 한계를 느낀 안요스는 퍼거슨전 패배 이후 웰터급 전향을 선언했다.

라울러 상대로 타이틀전 직행 티켓 노리는 안요스

 라울러를 꺾으면 웰터급 타이틀전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라울러를 꺾으면 웰터급 타이틀전에 한층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 UFC.com


현 웰터급 챔피언 타이론 우들리는 175cm로 체급 내에선 단신에 속하는 편이지만 웰터급에는 182cm의 스티븐 톰슨(1위), 180cm의 콜비 코빙턴(3위), 185cm의 데미안 마이아(5위), 187cm의 카를로스 콘딧(7위) 등 장신 선수들이 즐비하다. 웰터급 14위에 올라있는 '스턴건' 김동현의 신장도 187cm에 달한다. 하지만 안요스의 신장은 173cm에 불과하다. 거의 모든 경기에서 체격적인 불리함을 감수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지만 우려와는 달리 안요스의 웰터급 적응력은 대단히 빨랐다. 안요스는 6월 타렉 사피딘과의 웰터급 데뷔전에서 한 수 위의 기량을 과시하며 무난한 승리를 거뒀다. 3개월 후에는 끈질긴 진흙탕 싸움에 능한 닐 매그니를 상대로 1라운드 3분43초 만에 암트라이앵글로 가볍게 승리를 따내며 웰터급의 새로운 다크호스로 떠올랐다. 당시 매그니의 공식 랭킹은 6위로 웰터급 상위권의 길목을 지키는 든든한 '문지기'로 꼽히던 파이터였다.

웰터급 전향 후 두 번의 쉽지 않은 테스트(?)를 가볍게 통과하며 랭킹 4위까지 올라간 안요스는 오는 17일 웰터급 전 챔피언이자 랭킹 2위 라울러와 격돌한다. 지금은 두 선수 모두 타이틀을 잃었지만 만약 2015년에 맞붙었다면 '챔피언 vs. 챔피언'의 슈퍼파이트가 될 수도 있었던 빅매치다. 안요스 입장에서 라울러는 두 체급 챔피언에 도전하기 위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기도 하다.

스트라이크포스에서 미들급으로 활약하기도 했던 라울러는 2014년 12월 헨드릭스를 꺾고 웰터급 챔피언에 오른 후 로리 맥도널드,콘딧을 차례로 제압하며 2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최근 판정 경기가 다소 늘어나긴 했지만 여전히 28승 중 20번의 KO승이 있을 정도로 화끈한 경기를 펼치는 파이터로 유명하다. 그만큼 안요스가 경계해야 할 상대라는 뜻이다.

현재 웰터급은 챔피언 우들리가 두 번의 방어전에 성공한 후 마땅한 차기 도전자가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2위 라울러와 4위 안요스의 경기는 사실상 웰터급의 차기 도전자를 가리는 일전이 될 전망이다. 체급을 올린 후 오히려 무르익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안요스가 UFC 역사상 단 4명(랜디 커투어,B.J.펜,코너 맥그리거,생 피에르)에게만 허락된 두 체급 챔피언을 향해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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