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8번째 '한일전'이다.

국가대표 축구 '한일전'은 그간 숱한 명승부를 남겼다. 40승 23무 14패로 한국이 역대 전적에서 크게 앞서지만, 일본의 전력이 부쩍 강해진 1990년대 후반부터 매 경기 치열한 접전이 펼쳐지곤 했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16일 오후 7시 15분(아래 한국시각)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숙명의 라이벌' 일본과 2017 E-1 챔피언십(동아시아컵 전신) 최종전을 벌인다.

중국(2-2 무), 북한(1-0 승) 전에서 승점 4점을 따낸 한국은 이번 경기서 일본(승점 6점)을 무조건 이겨야 우승컵을 들어올릴 수 있다.

한국은 지난 2010년 5월, 일본에 2-0 승리(박지성, 박주영 득점)를 거둔 이후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승리를 거두지 못했다.

한국은 2011년 카타르 도하에서 열린 아시안컵 4강전에서 승부차기 접전 끝에 패했고, 가장 최근 맞대결인 2015 동아시안컵에서도 1-1(장현수 득점)로 비긴 바 있다.

도쿄는 '한국축구의 성지'... 이번에도 승리할까

일본 도쿄는 한국과 일본 축구의 희비가 엇갈린 장소다.

한국은 1954년 3월 도쿄에서 열린 일본과의 스위스 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에서 정남식(2골), 최정민(2골), 최광석의 연속골에 힘입어 5-1 대승을 거뒀고, 일주일 후 같은 장소에서 열린 2차전에서도 정남식, 최정민의 골에 힘입어 2-2 무승부를 거두고 사상 첫 월드컵 본선행의 꿈을 이뤘다.

1985년 10월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에서도 한국은 정용환과 이태호의 연속골에 힘입어 2-1 승리, 32년 만에 월드컵 본선 진출했는데 그 꿈을 이룬 무대가 바로 도쿄였다.

1997년 9월 열린 '도쿄 대첩'은 아직까지도 많은 축구팬들이 꼽는 최고의 한일전이다.

당시 차범근 감독이 이끌던 한국은 후반 20분 야마구치 모토히로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힘겨운 싸움을 이어갔지만, 후반 38분 서정원의 동점골과 41분 이민성의 역전골에 힘입어 2-1 승리를 거뒀다. 당시 열렬한 응원을 펼치던 5만 5천여 명의 일본 팬들은 이민성의 통쾌한 중거리 슛 한 방에 입을 닫았다.

한국은 도쿄에서 열린 일본과의 대결에서 11승 6무 4패를 기록하며 유독 강한 모습을 보였다. 1979년 3월 4일 열린 한일 정기전(0-1패) 이후 39년 동안 도쿄에서 패한 적이 없다. 물론 그랬기에 팬들이 신태용호에 거는 기대 또한 클 수밖에 없다.

신태용 감독은 "한일전은 과정보다 결과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라며 "일본과의 경기에서 어떤 과정을 보여주기 보다는 무조건 결과를 내는데 중점을 두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운명의 일본 전... '킬러'는 이근호

한국은 지난 12일 열린 북한과의 2차전에서 답답한 공격력을 선보이며 보는 이들을 답답하게 했다.

'신예' 진성욱(제주)을 비롯해 김신욱(울산), 김민우(수원) 등의 공격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별다른 두각을 나타내지 못했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에서 4경기 연속골을 넣고 있는 손흥민(토트넘)만 생각나게 했다.

상대의 자책골에 힘입어 간신히 북한 전에서 승리를 따낸 신태용호는 이번 일본 전에서 '비장의 카드'를 띄운다. 바로 이근호(32,강원)다.

2015년 1월 호주 아시안컵을 끝으로 한동안 국가대표팀에 외면 받았던 이근호는 지난해 12월 제주를 떠나 강원에 입성, 재기에 성공하며 지난 6월부터 다시 태극마크를 달고 있다.

이근호는 2017 시즌 강원에서 리그 37경기 출전해 공격포인트 17개(8골 9도움)를 기록하며 맹활약했다.

물론 기록만 가지고 이근호의 활약을 설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무엇보다도 투지이기 때문.

이근호는 엄연히 골을 넣는 공격수이지만, 웬만한 수비수 못지않은 압박 플레이가 돋보인다. 그의 몸싸움과 투지는 마치 '두 개의 심장' 박지성(은퇴)을 연상케 한다.

어느덧 대표팀의 고참이 된 이근호는 지난 9월 우즈베키스탄과의 월드컵 최종예선전을 비롯해 11월 A매치 2연전(콜롬비아, 세르비아)에서도 맹활약을 펼치며 '올드보이의 품격'을 보여줬다. '에이스' 손흥민이 최전방에서 원할히 공격을 펼칠 수 있었던 것도 이근호의 투지 덕분이었다.

무릎 부상에서 회복한 이근호는 자신의 81번째 A매치가 될 일본과의 운명의 대결에 선발 출전 명령을 기다리고 있다. 빠른 돌파 능력과 투지를 장착한 그가 일본 축구의 콧대를 납작하게 만들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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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전 축구 신태용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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