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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2017년 한해도 끝자락에 와 닿았습니다. 광화문을 뜨겁게 달구었던 촛불은 대통령 탄핵과 정권교체까지 이뤄냈습니다. 주변에서는 많은 것이 변했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 또한 많습니다. 사측으로부터 부당한 대우를 받는 노동자들, 열심히 살지만 이달의 생계를 고민하는 자영업자들, 몸은 바쁘고 마음은 힘들지만 설 자리를 잃어가는 워킹맘 등 여전히 팍팍한 어제를, 고달픈 오늘을, 벅찬 내일을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당신에게도 묻고 싶습니다. "당신의 1년, 안녕하셨습니까?" - 기자 말

 지난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썼던 주현우씨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촛불의 힘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지난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썼던 주현우씨가 12일 오후 서울 마포구 <오마이뉴스> 사무실에서 만나 촛불의 힘으로 정권이 교체됐지만 여전히 바뀌지 않은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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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상했던 지난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교 게시판에 붙여 큰 울림을 줬던 주현우씨는 현재 취업준비생이다.

올 한해 '안녕하셨냐'는 질문에 주씨는 "취업을 하고 싶지만 고정적인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는 요구되는 것들이 많다"며 "돈도 벌고 스펙도 쌓고 시험 준비도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자신의 이런 고민을 청년이라는 틀에 가두는 건 싫다고 했다.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해 보수적·친자본주의적 성향의 사람들은 기존 정규직의 기득권을 원인이라고 한다. 경제는 점점 발전하는데 왜 일자리가 줄어드느냐 등의 근본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청년 주거문제도 심각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청년 주거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집이 없거나 빚을 지고 집을 산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문제다. 이런 문제를 청년주거, 청년 실업 등 '청년'의 언어에 가두면 안 된다."

"2013년 당시에 '안녕하냐'고 물었던 건 주변을 봤을 때 안녕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주씨는 "지금도 그 질문은 유효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하나하나의 주제가 해결됐다고 간주될 수는 있지만 그 문제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또 다른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그때는 밀양 송전탑에 대한 문제를 썼다면 지금은 핵발전소가 있고, 당시 철도파업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파인텍 지회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이 있다."

그는 "시장차원에서 사측이든, 정권차원에서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이든 뭔가를 약속하고 이행하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그걸 이행하지 않았을 때 비판이 그들을 향하지 않는다"며 "책임은 항상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는 것 같다"고 일침했다.

"내 안녕이 모두의 안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그를 지난 12일 만났다. 다음은 그와 나눈 대화를 정리한 것이다.  

"청년 문제, '청년'이라는 언어에 가두면 안 돼"

[2013오마이포토] '안녕' 대자보 든 대학생 주현우씨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인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씨가 12월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앞에 서 있다.
▲ [2013오마이포토] '안녕' 대자보 든 대학생 주현우씨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학내 게시판에 붙인 고려대 경영학과 주현우씨가 12월 13일 오전 서울 성북구 안암동 고려대 정경대 후문 게시판앞에 서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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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를 붙여 화제를 모았는데, 그 이후 어떻게 지냈나.
"(어떻게 지내냐고) 많이들 물어본다. 사실 그 이후 크게 달라진 건 없다. 어떤 이슈가 생긴다고 해서 한 개인의 삶이 크게 바뀌진 않으니까. 대자보를 쓰기 전부터 독립해서 생계를 꾸리고 있었는데, 대자보를 쓰고 난 이후 생각보다 바빠져서 알바도 그만둬야 했다. 필요하고 해야 하는 일이어서 실천했는데 현실적으로 생계와 병행하기 어렵더라. (대자보를 쓰고 난 후)경제적으로는 더 열악해졌던 것 같다." 

- 대자보를 쓸 당시가 대학교 4학년이었는데, 현재는 상황이 많이 바뀌었을 것 같다. 올 한해 안녕하셨는지 궁금하다.
"(현재는) 취업준비생이다. 생계유지를 위해 알바를 하다 보니 학업이 늘어지게 됐다. 학업이 늘어지는 동안에는 학교 안에서 공부도 하고 뜻 맞는 사람들도 만났다. 그러다가 몇 년 만에 졸업을 했다. 취업을 하려고 했는데, 고정적인 직업을 구하기 위해서 요구되는 것들이 많더라. 그걸 현실적으로 맞추는 게 어려웠다. 돈도 벌고 스펙도 쌓고 시험 준비를 병행하는 게 쉽지 않다."

- 본인을 취업준비생이라고 소개하기도 했는데, 우리 사회의 청년 문제가 심각하다.
"청년 문제가 아니라 사회 문제다. 청년 일자리 부족 문제에 대해 보수적·친자본주의적 성향의 사람들은 기존 정규직의 기득권을 원인이라고 한다. 본질적으로 이런 문제가 왜 생겼는지는 이야기하지 않는다. 경제는 점점 발전하는데 왜 일자리가 줄어드느냐 등의 근본적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청년 주거문제도 심각하다.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청년 주거의 문제가 아니라 자기 집이 없거나 빚을 지고 집을 산 대한민국 모든 사람의 문제다. 이런 문제를 청년주거, 청년 실업 등 '청년'의 언어에 가두면 안 된다."

-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청년 문제가 사회 문제에 더 가깝고 사회 전반의 변화를 필요로 한다면 그런 변화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 그런데 현실에서는 제도화·관성화 되는 측면이 많다.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커져야 하고, 그렇게 할 수 있는 조건도 만들어야 한다. 그걸 고민하는 과정에서 문제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을 것 같다."

"촛불집회, 뭔가를 하면 바뀔 수 있다는 걸 확인하는 계기"



- 2013년 당시에는 대자보에서 '남의 일이라 외면해도 문제없으신가!'라고 외쳤는데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촛불집회는 더 이상 남의 일이라고 외면 않겠다는 다짐이 모인 거라고 생각된다. 촛불집회에 대한 감회가 남달랐을 것 같은데.
"대자보를 썼던 당시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냐'는 질문을 가장 많이 들었다. 그럴 때면  어떻게 할 것인지 이야기해야지 왜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어보나 생각했다. 답을 만드는 건 질문을 던진 사람이 해야 한다. 2013년 이후에 세월호 참사가 터졌고 여러 문제들이 발생했다. 주변의 상황들이 계속 바뀌면서 (상황을) 자기 문제로 인식하지 않으면 해결하기 어렵다는 걸 배웠다.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묻기보다는 이런 질문을 내 스스로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촛불집회는 그런 과정들이 복합적으로 만들어낸 결과라고 생각한다. 저절로 조금씩 바뀌는 게 아니라 뭔가를 하면 바뀔 수 있다는 것을 확인하는 계기였다."

- 당시 '안녕들 하십니까' 대자보에 밀양 송전탑과 해고 노동자에 대한 문제의식을 담아냈다. 2017년, 당시 제기했던 문제들은 좀 해결됐다고 보나. 
"그때 있었던 문제의식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해결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하나하나의 주제가 해결됐다고 간주되거나 지나간 일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 문제의식과 크게 다르지 않은 또 다른 문제들이 여전히 남아 있다. 예를 들어, 그때는 밀양 송전탑에 대한 문제를 썼다면 지금은 핵발전소가 있고, 당시 철도파업이 문제였다면 지금은 파인텍 지회 노동자의 고공농성 문제가 있다. 문제는 외향이 달라질 뿐이고 본질적인 측면에서는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계속 물음을 던지고 해결해야 한다. 'A라는 문제가 해결됐으니까 끝이다'가 아니라 'A라는 문제가 왜 발생했을까' 묻는 것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 문제의 외향이 달라질 뿐 본질적 측면에서 달라지지 않는다고 했는데, 왜 이런 현상이 자꾸 되풀이 된다고 보나.   
"시장차원에서 사측이든, 정권차원에서 대통령이나 유력 정치인이든 뭔가를 약속하고 이행하겠다고 했던 사람들이 그걸 이행하지 않았을 때 비판이 그들을 향하지 않는다. 현 정부도 마찬가지다. 문재인 대통령 본인이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던 문제들 중 여전히 해결되지 않은 것들이 많다. 책임은 항상 사회적 약자에게 돌아가는 것 같다. 그래서 문제도 되풀이 되는 거고."

- 지금 다시 목소리를 내야 할 때가 아닐까.       
"이 질문이 나에겐 큰 의미가 있다. 당시에 대자보를 선택한 건, 그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이 그것이었기 때문이다. 학생으로서 내 뜻을 전달하고 학교 구성원들이랑 이야기하고 싶었으니까. 그런데 막상 학교라는 공간을 떠나니까 '이제는 누구랑 이야기하지'라는 문제가 생기더라. 요즘은 SNS라던가 1인 스트리머의 방송 등 대자보가 다른 형식으로 발화되고 있는 것 같다.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어떤 방식으로 목소리를 낼지는 고민 중이다. 목소리는 항상 내고 싶다. 언제든 그런 기회가 만들어지면 내 나름의 목소리를 내지 않을까. 그런데 이전처럼 대자보 같은 방식은 아닐 것 같다(웃음)."

- 우리 서로 '안녕하려면' 2018년 어떤 다짐들이 필요할까.
"2013년 당시에 '안녕하냐'고 물었던 건 그때 그 물음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주변을 봤을 때 안녕하지 못했으니까. 지금도 그 질문은 유효한 것 같다. 내년에는 수많은 차별들이 좀 사라지면 좋겠다.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문제, 여성차별과 억압의 문제, 성소수자의 문제,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문제 등. 눈에 보이지 않고 내가 공감하지 않는다고 해서 차별이 없다고 이야기해서는 안 된다. 나의 안녕을 지키기 위해 다른 이의 안녕을 모른 척 할 순 없다."

- 인터뷰를 통해 꼭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다면?
"고민과 물음을 놓지 말자고 항상 스스로 다짐한다. 최근 들어 '어떻게 하면 듣는 것을 잘 할까'이다. 듣고 공감하지만 다르다고 하는 것과, 듣지도 공감하지도 않고 다르다고 이야기하는 건 다르다. 후자의 태도가 쌓이면 현실의 안녕을 해결할 수 없다. 내 안녕이 모두의 안녕과 어떻게 연결되는지 고민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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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장지혜 기자 입니다. 세상의 바람에 흔들리기보다는 세상으로 바람을 날려보내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