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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연기자들이 관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 연기자들이 관객들과 함께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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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리 사회는 세월호를 극복하지 못했다. 진상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잊으라"는 말은 여전히 폭언에 가깝다. 세월호에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어머니들로 구성된 4.16 가족 극단 '노란 리본'이 지난 14일 홍성에 왔다.

3년이 넘는 긴 세월 동안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해 오고 있는 홍성 촛불지기들의 초청에 의한 것이다. 덕분에 169회 촛불문화제는 광장이 아닌 실내에서 열렸다. 홍성세월호촛불문화제가 실내에서 진행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노란 리본이 공연한 '이웃에 살고 이웃에 죽고'는 세월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웃기지만 슬펐고, 슬프지만 웃긴 상황이 반복되었다. 이런 와중에도 가끔 세월호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연극이 펼쳐지는 동안 단원고 교복, 수학여행, 특별법 등의 단어가 마치 키워드처럼 머릿속을 회전했기 때문이다. 단원고 희생 학생 어머니들에게 단원고 교복을 입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차마 물어볼 수가 없었다.

연극이 끝나고 단원고 학생 역을 소화한 김도현씨를 만났다. 김(동수 엄마)씨는 "아이 이름은 아니 예요. 이름표는 극 중에 나오는 역할이 예요"라고 말했다. 자세히 보니 이름표에는 그의 극 중 역할인 한소리라는 이름이 적혀 있었다. 

짧은 인터뷰도 진행됐다. 단원고 희생 학생 어머니 A씨는 인터뷰에서 "2016년 4월 16일 이후 가슴에 불덩어리가 생겼다"며 "아픈 사람이 웃는 것을 보면 더 아프다. 우리가 겪은 이야기 중 지극히 일부를 연극에 담았다"고 말했다.

학부모 B씨도 "연기를 처음 시작할 때는 너무 많이 울었다. 울다 보니 대사 전달이 잘 되지 않았다"며 "울지 않고 정확한 대사를 전달하기까지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단원고 희생 학생 어머니들에게 연기는 단순히 치유 차원이 아니다. 그들의 연기는 아프지만 세월호를 잊지 말고 기억해 달라는 '호소'이기도 한 것이다. 

'영만 엄마' 이미경씨가 상황을 정리하고 나섰다. 이씨는 홍성세월호촛불과도 인연이 깊다. '세월호 김장'과 문화제를 통해 홍성 촛불들과 꾸준히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이다. 이미경씨는 지금도 자신을 소개할 때 "2학년 6반 이영만의 어머니입니다"라고 말한다.

이씨는 "극 중에서 세월호 유가족 역할을 맡고 있는 성실(신순애 역)씨는 지금도 여전히 이곳저곳 아픈 곳이 많다. 많이 힘들어한다"며 "아픈 사람이 있는데 앞으로도 연극을 계속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세월호 유족이 자신의 이야기를 직접 연기하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고통스럽다는 뜻이다. 이씨는 끝으로 홍성 촛불들에게 "지금까지도 촛불을 유지해 주어 감사하다"고 말했다.

단원고 희생학생들의 어머니로 구성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이 14일 홍성문화연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단원고 희생학생들의 어머니로 구성된 4.16 가족극단 노란리본이 14일 홍성문화연대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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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만 어머니 이미경씨가 관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이미경씨이다.
 영만 어머니 이미경씨가 관객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가운데 초록색 체육복을 입고 있는 사람이 이미경씨이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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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세월호희생자추모문화제의 동력이 되고 있는 홍성 문화연대가 식전 공연을 펼치고 있다.
 홍성세월호희생자추모문화제의 동력이 되고 있는 홍성 문화연대가 식전 공연을 펼치고 있다.
ⓒ 이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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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그:#세월호 , #노란리본 , #홍성 공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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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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