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제이앤씨미디어그룹


지난 13일, 겨울에 잘 어울리는 로맨스 무비의 '클래식' 한 편이 재개봉했다. 바로 "오겐키데쓰카"로 유명한 <러브레터>이다. 1999년 첫 개봉 당시 서울 관객만 64만 명을 동원했던 <러브레터>는 1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실사영화를 기준으로 국내에서 가장 흥행한 일본 영화이다.

편지를 통해 전하는 감성

이와이 슌지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인 이 영화는 1995년 토론토 국제영화제 관객상을 받았다. 영화는 이미 2013년 2월과 2016년 1월, 그렇게 두 차례 겨울에 재개봉한 이력이 있다. 올 11월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했던 영화의 주연배우 나카야마 미호가 <러브레터>가 재개봉하면 몰래 한국에서 관람하겠다는 발언을 하여 크게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아름다운 설경과 나카야마 미호 '순백의 미모'를 담아낸 오프닝만으로도, 영화는 동화 같은 로맨스의 세계로 관객을 끌어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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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처럼 영화 <러브레터>의 로맨틱한 감성은 바로 편지를 통해서 시작된다. 영화의 제목은 <러브레터>이지만 영화 속에서 편지를 주고받는 사람들은 연인 사이가 아니다.

와타나베 히로코(나카야마 미호)가 보낸 첫 번째 편지는 2년 전에 죽은 약혼자에게 보내는 작별인사였을 뿐이었다. 결코, 회신이 올 수 없는 곳으로 보냈건만, 그녀는 예기치 않게 답장을 받는다. 그녀에게 답장을 한 사람은 바로 옛 약혼자의 중학교 동창이자 그와 이름이 같아서 학창시절 소소한 에피소드를 지니고 있던 여자 후지이 이츠키였다. 히로코는 호기심과 그리움 속에 이츠키에게 자신의 옛 연인과의 추억을 나눠 달라고 부탁한다. 이츠키는 남자 이츠키와의 학창시절 이야기를 편지로 전해준다. 그렇게 히로코는 이츠키의 오래된 기억들을 편지로 전달받으며 상실의 고통을 조금이나마 치유해나간다.

그리고 이츠키 또한 히로코에게 자신의 추억을 전달하면서 자신이 미처 깨우치지 못했던 그 시절의 감정과 조우하게 되고, 뒤늦은 설렘과 애틋함을 느끼게 된다.

이와이 슌지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이다

이와이 슌지 감독이 그려낸 로맨틱 동화 <러브레터>. 그 속의 첫사랑은 설원에 부는 바람처럼 시리고 그 위에 내려앉은 햇살만큼 눈 부시기도 하다. 영화에는 '첫사랑'이란 단어에 담아낼 수 있는 설렘, 애틋함, 그리움과 상실감 그리고 씁쓸함까지 다양한 감정들이 담겨있다.

이 모든 감정을 청아하게 담아낸 이와이 슌지 감독의 연출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아날로그의 감성을 풍부하게 지닌 편지를 비롯해 쌍둥이같이 닮은 두 여인과 동명이인이란 설정을 훌륭하게 활용하고 있다. 특히 나카야마 미호가 훌륭하게 완성해낸 1인 2역에 눈길이 갈 수밖에 없다. 나카야마 미호의 1인 2역은 영화 초반 신비롭고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만들어내기도 하고, 후반에는 중요한 반전을 이끄는 장치가 되기도 한다. 그리고 플래시백을 통해 보이는 이츠키의 학창시절 추억에는 우리들의 그것과 많이 닮아있어 로맨틱한 감정 이상의 것들이 전달되기도 한다.

영화가 활용하고 있는 설정도 좋지만 군데군데 상징과 복선을 세련되게 배치한 스토리텔링도 반할만하다.

가장 인상 깊은 건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란 책을 등장시킨 것이다. 이 책은 그 제목만으로도 돌아갈 수 없는 10대 시절의 추억과 첫사랑의 아련한 감정을 더욱 끄집어내고 있다. 특히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마지막 장이 '다시 찾은 시간'이란 점을 생각하며 영화의 엔딩을 다시 본다면, 이 책이 얼마나 절묘하게 활용되었는지를 알 수 있다.

영화의 매력은 스토리와 탄탄한 연출에만 국한되고 있지 않다. 이와이 슌지 감독은 파노라마 샷을 통해 환상적인 자연경관을 포착한다. 그는 아름다운 설경과 그 위에 떠 오르는 일출 그리고 가을의 햇살까지 영상미의 절정을 보여주기도 한다. 여기에 레미디오스가 선사하는 유려한 피아노 선율도 영화가 가진 감성의 깊이를 더해주고 있다.

 <러브레터> 포스터.

<러브레터> 포스터. ⓒ ㈜제이앤씨미디어그룹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구건우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zig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러브레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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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아이의 아빠이자 영화 좋아하는 네이버 파워지식iN이며, 2018년에 중소기업 혁신대전에서 대통령상을 받은 보안쟁이 입니다.

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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