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PC방에서 시민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즐기고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오는 8월 15일 정식 출시에 앞서 31일부터 한국 블리자드 가맹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마스터는 종전 버전에서 그래픽 화질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지난 7월 31일 오후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한 PC방에서 시민이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즐기고 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는 오는 8월 15일 정식 출시에 앞서 31일부터 한국 블리자드 가맹 PC방에서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 버전을 이용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마스터는 종전 버전에서 그래픽 화질을 비약적으로 개선했다. ⓒ 연합뉴스


올해 여름, 국내 게임 팬들의 주목을 받았던 게임은 '스타크래프트 리마스터'였다. 19년의 시간을 지나 새롭게 단장한 스타크래프트의 발매 소식에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글을 쓰는 나 역시 최근 리마스터를 구매해 즐기고 있는, 그 시절을 추억하는 사람들 중 한 명이다.

과거 스타크래프트의 영광을 추억하는 사람들에게 있어 가장 아픈 기억은 승부 조작사건이다. 당대 최고의 선수 중 하나로 불리던 마재윤을 비롯해 여러 선수들이 연루된 사건에 팬들은 큰 충격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당시 사건의 중심에 있던 마재윤은 최근 개인방송을 통해 범죄에 대한 사과와 방송복귀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하지만 마재윤의 복귀는 절대 받아들여져서는 안 된다.

마재윤의 승부조작 가담, 단순 범죄보다 큰 파장 있었다

마재윤의 개인방송 복귀를 이야기하기 전에 e스포츠 팬들이 마재윤에게서 등을 돌리게 된 계기인 승부조작 사건을 이야기해야 한다.

지난 2010년 4월 검찰은 e스포츠 선수들과 불법 스포츠 베팅사이트가 승부를 조작해 베팅금액을 챙기는 행위가 벌어진다는 제보를 수사했다. 그 결과 마재윤을 비롯한 몇몇 프로게이머가 브로커 역할을 해 다른 프로게이머들에게 승부조작을 요구하고 그에 대한 보상으로 일정금액을 조달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2일, 전직 프로게이머 마재윤이 아프리카TV 개인 방송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방송에서 "e스포츠 관계자, 전 현직 프로게이머, e스포츠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누를 끼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많은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라고 말했다.

지난 12일, 전직 프로게이머 마재윤이 아프리카TV 개인 방송에서 무릎을 꿇었다. 그는 방송에서 "e스포츠 관계자, 전 현직 프로게이머, e스포츠를 사랑해주신 많은 분들께 누를 끼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많은 실망감을 드린 점 진심으로 사과드리겠다"라고 말했다. ⓒ 아프리카TV 갈무리


당시 마재윤은 승부조작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이 제안받은 승부조작건을 동료에게 권했다. 또한 사건에 관련된 지인이 승부조작에 가담할 선수를 추천해달라고 하자 특정 선수를 지명해 그 선수가 승부조작에 가담할 빌미를 제공했다. 본인이 직접 돈을 동료에게 전달하기도 했다. 브로커로서 사건을 더 키운 것이다.

이에 2010년 재판부는 마재윤을 스타크래프트 대회 승부를 조작한 혐의 등으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120시간을 선고했다. 법적 처분에 이어 한국 e스포츠협회도 마재윤의 선수자격을 영구 박탈하고 기록까지 삭제하는 처분을 내렸다.

아프리카TV 개인방송에서 마재윤은 어린 시절 자신이 성숙하지 못해 죄의 무거움을 알지 못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마재윤의 행동으로 인해 당시 e스포츠계는 큰 위기를 맞이해야 했다. 당시 e스포츠 내에서 가장 큰 인기를 끌었던 스타크래프트 리그는 승부조작 파문과 함께 존폐위기가 거론될 정도로 무너졌다. 선수들의 치열한 경쟁에 응원을 보내던 팬들도 등을 돌렸다. 당대 최고의 선수 중 한 명이었던 마재윤의 범죄사실은 '선수 한 명의 일탈'보다 훨씬 의미가 컸던 셈이다.

마재윤의 사죄를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사건 이후 마재윤은 어땠을까. 그는 조용한 삶을 살지 않았다. 승부조작 파문이 터진 후 1년여쯤 지난 2011년 6월 아프리카TV에 모습을 드러냈다. 마재윤은 태연하게 스타크래프트를 플레이하면서 개인방송을 진행했다. 그가 일으킨 승부조작 스캔들로 인해 망가진 e스포츠에서 종사하는 이들과 팬들은 분노하며 방송 중지를 요청했다. 그러나 그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어 마재윤은 2013년 중국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 대회에 참가하기도 했다. 자신이 승부조작 브로커로서 활동했던 게임을 이용한 대회에 우승상금을 목적으로 참가한 것이다. 그는 대회를 마친 후 한 e스포츠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것과 중국 대회에 참가한 이유에 대해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었는데 다른 일을 할 용기가 없었고, 생각도 못 했다"라고 밝혔다.

자신이 승부조작에 가담했던 게임을 수익의 수단으로 이용하는 것을 차치하고도, 사태 이후 마재윤의 태도는 반성이나 사과와는 거리가 멀었다. 그는 개인방송을 진행하면서 자신의 범죄행위에 대해 언급하는 시청자는 '강퇴'시켰고, 승부조작과 관련된 단어들을 채팅방 금칙어로 지정해 이를 언급할 경우 자동으로 퇴장되도록 만들기도 했다. 이는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는 사람의 태도라고 보기 힘든 행동이었다.

그가 인터넷 개인방송을 멈추게 된 것은 스타크래프트2 승부조작 사건이 터진 후였다. 한국 e스포츠협회는 스타크래프트2 경기 승부조작 사건 이후 승부조작에 관련된 자들의 게임을 통한 개인방송 송출을 금지해 줄 것을 개인방송업체들에 요청했다. 마재윤은 게임이 아닌 다른 콘텐츠로 방송을 이어가려 했다. 하지만 게임 콘텐츠를 진행하던 시절보다 시청자가 줄어들었고, 자연스레 수익도 줄어들었다. 결국 마재윤은 이를 계기로 방송을 멈추게 된 것으로 보인다.

승부조작 사건은 '끝까지 아름답지 않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승부조작 사건은 다른 스포츠 분야에서도 일어나는 일이다. 프로축구 K리그 팬들도 2010년 있었던 승부조작 사건을 모두 기억하고 있다. 당시 K리그 승부조작 사건에서 가장 큰 충격을 준 인물은 최성국이다. 최성국은 가담자였다는 것이 밝혀지면서 팬들을 더 큰 충격에 몰아넣은 인물이다. 이 사건에 관해 재판부는 2012년 최성국에게 징역 10월,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선고했다.

최성국은 승부조작 스캔들 이후에도 논란을 만들었다. 사건이 터진 후 대한축구협회의 징계로 영구제명이 된 최성국은 해외리그 진출을 시도했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축구팬들은 분노했다. K리그에 치명적인 상처를 남기고 해외리그에 진출해 자신은 축구생활을 이어가려는 시도라며 비난이 빗발쳤다.

최성국의 해외리그 진출 시도는 FIFA의 결정에 의해서 무산되었다. FIFA는 국내에서 받은 영구제명 징계가 해외에서도 유효하다는 결정을 내렸다. 최성국은 국내뿐만 아니라 전 세계에서 더 이상 축구계에 발을 들이밀지 못하게 되었다.

e스포츠에도 최성국의 사례와 같은 '본보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승부조작에 대한 무거운 처벌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명확한 인상을 줄 필요가 있다. 특히 평균 연령대가 어린 e스포츠 선수들은 더욱 이런 유혹에 흔들리기 쉽다. 재발방지를 위해서라도 어린 날의 잘못된 결정이 불러오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본보기를 통해서 명심하게 만들어야 한다.

'재도전의 기회'는 가당치 않다, 진정한 용서를 바란다면...

마재윤은 지난 12일 개인방송을 통해 그간 자신의 근황과 범죄 행위에 관해 사과했다. 본인이 방송을 복귀하게 된다면 방송으로 얻게 된 수익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이야기도 했다. 이번 사과의 내용은 앞으로 다시 게임을 콘텐츠로 한 방송을 진행하겠다는 의미로 보인다. 하지만 마재윤의 사과와 사회환원이라는 말만으로 그가 게임을 통한 개인방송을 진행하는 것은 합리화되기 힘든 일이다.

마재윤의 복귀에 찬성하는 일부 팬들은 '실패에 너무 인색한 것이 아니냐'는 이야기를 하며 재도전의 기회를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실패를 한 사람에게 재도전의 기회를 주는 것은 물론 바람직한 일이다. 하지만 그 재도전의 기회는 '공정한 틀 속에서 치열하게 경쟁했음에도 불구하고 실패를 맛본 이'에게 주어지는 것이다.

마재윤은 공정한 틀을 무너뜨린 인물이다. 오히려 치열하게 경쟁하던 동료 게이머들을 나쁜 길로 인도했고, 이로 인해 더 많은 게이머들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겪었다.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인 '공정한 경쟁'을 돈과 조작으로 퇴색시킨 인물이다. 그런 그에게 온라인게임을 통한 '재도전의 기회'란 가당치 않은 일이다.

마재윤이 방송복귀를 타진하기 전에 그와 같은 시대를 보냈던 동료 게이머들을 바라봤으면 한다. 누군가는 성실하게 게이머로 생활해 은퇴 이후 지도자가 되기도 했다. 누군가는 자신의 재능을 키워 연기자로 변신했다. 누군가는 공무원이 되어 국가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있다. 누군가는 음식점의 사장으로 새로운 삶을 살고 있다.

한때는 마재윤처럼 게임을 직업으로 가졌던 이들은 사회에 적응해 새로운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들은 새로운 삶을 위해서 부단히 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적어도 그들은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이 사라진 이후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 능력을 키웠다.

마재윤이 팬들에게 용서를 받을 수 있는 길은 험난하고 멀어 보인다. 다만 그가 진심으로 사과를 하고 용서를 구한다면, 다른 분야를 개척해서 새로운 삶을 살기 바란다. 더 이상 자신이 망가뜨린 e스포츠와 게임을 이용해 돈을 벌고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회와 정면으로 부딪히며 자신을 돌아보길 바란다. 그리고 자신이 망가뜨린 것이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닌 세계였는지 진정 깨닫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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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이 글은 네이버 easteminence의 초저녁의 스포일러에도 연재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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