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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채 소설가 ('변사기담' 작가) 인터뷰
 양진채 소설가 ('변사기담' 작가) 인터뷰
ⓒ 인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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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의 세계는 오롯이 자신만의 정체성을 바탕으로 스스로 구축하는 것이다. 나에게 인천은 정체성의 축이다. 그 축에 의지해서 성장했기에 보은의 마음으로 쓴 소설이 '변사기담'이다. 그런데 도리어 더 큰 보답을 내가 받고 있다. 더욱 정진하겠다"

13일 인천 부평구 삼산도서관에서 만난 양진채 소설가가 담담하게, 그러나 다부지게 강조한 말이다.

양진채(52) 작가는 최근 인천을 소재로 쓴 장편소설 '변사기담'으로 인천문인협회에서 주관하는 2017 인천문학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변사기담'은 현재 4쇄를 넘기는 등 영화제작도 예정돼 있으며 2017년 상반기 세종도서 문학 부문에 선정된 바 있다.

무성영화 시절, 인천 제물포에 사는 변사(辯士) 기담을 주인공으로 당대 인천의 역사가 씨줄과 날줄로 엮이면서 전개되는 소설 '변사기담'으로, 그를 일약 인천을 대표하는 소설가로 자리매김하게 했다.

양 작가는 "인천 주안에서 태어나 용현동과 옥련동 등지에서 살았고 결혼해서는 부평에서 살면서 두 아이를 성장시켰다"며 "차기작도 인천을 소재로 한 장편소설을 구상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설가가 된 계기에 대해 듣고 싶다.

▲어머니는 지금도 '내가 문학하는 딸을 낳은 것이 신기하다'는 말씀을 한다. 돌이켜 보면 나 역시도 문학으로 밥벌이를 하면서 살게 되리라고는 생각해 본 적 없다. 다만 늘 글이 고팠던 기억이 난다. 오빠가 새 교과서를 가져오면 교과서에 있는 문학작품을 찾아 몇 번이고 읽었다.

소설가가 된 계기는 콕 집어서 말하기가 어렵다. 신명여고를 졸업하고 대학에는 뜻이 없어서 직장생활을 시작했다. 그 때 사회노동운동을 하다가 남편을 만났고, 결혼해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그러던 어느 날인가 가슴을 강렬하게 흔드는 화두 하나가 툭 던져졌다. 사회노동운동을 하면서 알았던 남인숙(현 국회의원) 선배가 찾아와 "넌 살면서 무얼 하고 싶니?"라는 질문을 던진 것이다. 철렁했다. 살면서 누구한테도 그런 질문을 받아 본 적이 없었다. 지금도 간혹 '그 때 그 선배가 그런 질문을 안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하곤 한다.

놓았던 공부와 독서, 글쓰기를 시작했다. 육아를 하면서 남는 시간은 온전히 매달렸다. 그 결과 한국방송통신대학 국문학과를 졸업했고 경인교대 교육대학원 한국어교육과 석사논문을 통과했다. 또 독서모임을 만들어 진행하기도 하고, 부평에 소재한 여성문화회관 '글쓰기 창작반'을 수료하면서 굴포문학회 7기 회원으로 가입해 본격적인 문학활동도 시작했다. 그리고 2008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나스키 라인'이 당선됐다.

-'변사기담', 출간되기까지의 기획 및 과정을 듣고 싶다.

▲'변사기담' 초고는 사실 2011년 완성됐다. 문단 데뷔 이후부터 인천을 소재로 한 소설을 써야겠다는 열망이 있었는데, 인천의 역사와 인물 등을 공부하는 과정에서 '변사'라는 직업을 발견하고 매력을 느꼈다.

나는 소설작품을 쓸 때 주로 하나의 이미지나 하나의 문장에서 떠오른 영감을 머릿속으로 계속 굴리면서 작품을 풀어나가는 편이다. 무성영화 시절 변사를 하던 인물(주인공)을 축으로 당시의 역사를 인물에 대입시키면서 완성한 초고였다. 그런데 뭐랄까, 부족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어 출판을 미루고 있었다. 2013년에는 '변사기담' 창작지원금으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1천만원을 받았다. 지원금을 받게되면 2년 안에 출간이 돼야 한다. 그런데도 퇴고가 영 흡족하지 않았다. 결국 2016년이 되었다.

2016년 2월 남편이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간암 확진 받고 한 달 만이었다. 그 해 여름 내내 '변사기담' 퇴고에 매달렸다. 기담을 축으로 한 과거 이야기 150매 가량을 줄이고 손자를 축으로 한 현대 이야기를 200매 가량 늘렸다. 그 과정에서도 퇴고에 퇴고를 거듭했다.

그리고 그 해가 가기 전에 '변사기담'을 세상에 내놓았다.(침묵)

-차기작에 대한 독자의 기대가 크다. 곧 소설집 발간예정인 것으로 알고 있다.

▲남편이 세상을 떠나고 한동안 '~다.'로 끝나는 문장을 써서 소설을 창작할 수 없었다. 독백의 형식을 빌어서는 가능했다. 최근 발표작 두 편이 모두 독백형식이다.

이번에 발간할 소설집은 아주 짧은 소설 30여 편을 사진과 함께 콜라보한 스마트소설집이다. 과거 스마트소설로 박인성문학상을 수상한 적이 있다. 스마트소설은 작가보다는 독자가 완성하는 소설이다. 아주 짧은 것은 4줄짜리도 있다. 독자 각각의 지식이나 경험에 따라 여운의 깊이와 폭이 달라지는 것 또한 매력이랄 수 있다.

양진채 소설가 ('변사기담' 작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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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진채 소설가는 현재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서 공모한 도서관 상주 작가로 선정돼 삼산도서관에서 상주하며 차기 장편소설을 구상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는 그동안 문예지에 발표했던 단편소설을 모아 소설집을 두 권 출간할 예정이다.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인천뉴스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인천뉴스, #양진채 소설가, #소설 ‘변사기담’, #인천은 정체성의 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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