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close

[기사 수정] 14일 낮 12시 23분

인천사할린동포회관은 대한민국 정부의 위탁을 받아 대한적십자사가 운영한다. 홈페이지에 소개된 정원은 100명. 현재 동포 어르신 86명이 거주하고 있다. 노환을 겪는 고령의 동포 어르신들이 요양보호사를 비롯해 회관 직원 등의 도움을 받아 기거하는 국내 유일의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 전문 요양시설'이다.

하지만 위상에 비해 운영은 그리 녹록지 않다. 올해부터 일본 정부의 '인도적 재정지원'이 끊기자 동포 어르신들에 대한 복지는 물론 직원들의 고용도 불안정한 상황. 그럼에도 정부와 인천광역시, 연수구 등은 현장을 직접 점검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회관은 설립 이래 최악의 재정절벽에 내몰리고 있다.

이와 관련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와 러시아 방문을 통해 직접 여러 차례 사할린 동포들의 처우개선을 언급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실은 얼마나 변했나? 여전히 동포들의 상황은 열악하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에도 뚜렷한 개선의 여지가 감지되지 않는다.

뿐만 아니라 국민적 관심마저 낮다. 회관 측은 후원계좌를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있지만 후원금이 매우 미비하다고 설명했다. 정부의 재정지원에 기댈 수밖에 없는 현실이라는 것. 재정이 빠듯한 회관은 심각한 위기를 겪고 있다. 이에 대해 김정영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관장은 다음과 같이 호소한다.

"사할린 동포 1세 분들, 회관 입소하시는 분들을 장기요양시설처럼 기준을 줬으면 좋겠다. (다른 장기요양시설에는) 법에 따라 1등급. 2등급. 3등급 (등 등급)이 있다. 보건복지부에 질의했을 때에는 (사할린 동포는) '특수계층'이라 불가능하다고 했다. 정부에서 기준을 마련해 줬으면 좋겠다. 3등급 기준으로 지원하면 운영은 문제가 없다. 기준이 없어서 공무원에 따라 (예산을) 줬다 안 줬다 한다. 복지부에서 어르신들 지원 기준을 마련해달라." - 김정영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관장의 말.

김 관장은 왜 위와 같은 말을 '해야만' 했을까? 회관 운영이,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의 처지가 열악하단 절박함에서다. 회관에 대한 국가의 제도, 항구적 지원이 이뤄지지 않으면 상황은 갈수록 더욱 나빠질 전망이다. 다음은 지난 5일 기자가 김 관장과 만나 나눈 인터뷰 내용이다.

"사할린 동포 1세, '지원 기준' 없다고 예산 줬다 안 줬다..."

언덕을 오르면 처음으로 보이는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의 전경. 노인보호구역이라고 적힌 팻말이 눈에 잘 들어온다.
▲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언덕을 오르면 처음으로 보이는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의 전경. 노인보호구역이라고 적힌 팻말이 눈에 잘 들어온다.
ⓒ 박명훈

관련사진보기


회관 부지 내부로는 차량출입이 금지된다.
▲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회관 부지 내부로는 차량출입이 금지된다.
ⓒ 박명훈

관련사진보기


- 회관의 설립취지와 현재 상황은?
"(일제가) 전쟁에 져서 사할린이 사회주의(소련)가 되면서 올 수 없게 됐잖아요. 왔다 갔다 해야 하는데 아예 단절이 됐잖아요? 사할린 어르신들이 고국에 오고 싶어도 올 수 없는 상황이 된 거죠. 소련이 붕괴되면서 한일정부하고 양국 적십자끼리 서로 합의해서 영주귀국하고 싶은 분들을 올 수 있게 하도록 했습니다. 사는 동안에 고국에 와서 살다가 돌아가시는 게 꿈이라니 그렇게 했는데.

1989년도, 1994년도에 양국정부하고 협의를 해서 영주귀국대상자가 45년 8월 15일까지 출생하신 분이잖아요. 거기에 거주하셨던, 그분들을 1세라고 하는데 그 분들이 입소대상이 된 거죠. 그래서 사할린 영주귀국하시는 분들을 위한 생활시설로 적십자 땅에 요양시설을 짓게 된 거죠. 아픔을 위로하는 차원이고 국가에서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 이 사업을 하게 된 거죠."

- 운영상황은 어떤지?
"정부에서 이 회관 설립 당시는 시설 운영비 전반을 지원하는 걸로 하고 적십자사에 위탁을 한 거예요. 인도주의사업을 하고 있는 적십자사에 맡아달라고 해서요. (1999년도에 문을 열었으니까) 19년 가까이 되죠 회관운영을 한 지. 그동안 돌아가신 분들이 200명 가까이 되는데요. 여기는 국고로 운영되거든요. 작년까지는 일본 지원금으로 재원의 20% 상당을 지원받아 국고지원금과 합쳐서 운영을 했어요. 그런데 금년, 2017년도부터는 이 회관에 대한 재정지원을 일본정부에서 중단을 했지요. 한국정부에서 맡아 지원을 하는 걸로요. 외교적 합의로 국고 지원으로 전환해 가는 과정에서 참 어려웠어요.

왜냐하면 일본 지원금이 전기료하고 요양보호사 인건비를 지원하는 거였거든요. 그런데 작년 3억 정도의 예산을 지원 해줘야 하잖아요. 그래야 유지가 되는데 (중단되면서) 그게 안 된 거예요. 그래서 청와대나 국회의원들, 보건복지부에 (연락)해서 2억 정도 지원을 확보했어요. 2017년도에 한 12억으로 운영을 한 거죠. 그런데 지금 상황이 (어려워요) 어르신들이 연세도 많으셔서 다 질환자 분들이에요. 최근에는 전국 임대아파트 24개 곳에 사시는 동포 분들 중 치매환자나 아니면 암환자 같은 중증 질환자 분 등 아파트에서 살 수 없는 분들만 들어오고 계세요. 일손이 굉장히 달리죠. 오히려 요양보호사를 더 투입해야 하는데 정부에서는 예산을 삭감했어요. 작년에 일본 지원금 3억 중에서 2억을 겨우 어렵게 확보했는데요.

지난 11월 15일 구청에서 통보를 받았습니다. 금년도 예산에서 1억 5천 정도를 삭감했어요. 그래서 지금 어떻게 재원을 마련해서 운영을 해야 할지 굉장히 고민하고 있어요. 금년도는 구청에서 지원해주기로 해서 구청에 예산안을 올렸는데요. 금년도에 2억으로 프로그램 운영비, 어르신들 간식비니 그런 부분 다 해서 어렵게 운영을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금년도 예산을 뚝 잘라가지고 통보를 받으니까 지금은 막막한 상황이에요.

더구나 (동포들이) 제2의 이산가족이 된 거잖아요. 가족도 없고요. 사할린이나 멀리 러시아에 흩어져 있는 가족들이 있고. 돌아가시면 (자식을 대신해) 상주 역할도 하고 있습니다. 직원들이 희생하면서 어렵게 3교대까지 하면서 모시고 있는데요. 일반 요양시설, 장기요양시설은 어른시설 2.5명 당 요양보호사가 1명이에요. 그런데 우리는 8명 당 밤에 (요양보호사를) 2명씩 운영하자니 굉장히 힘들죠. 갈수록 치매 환자분들이 들어오셔서 어떻게 해야 할지. 그래서 저희가 2층으로 시설을 옮겼어요. 치매 어르신들이 나가서 길 잃어버리고 파출소에서 연락 오고 그래서요. 2층으로 모셔서 직원들이 관심있게 돌보고 운영하고 있습니다."

회관 입구. 태극기와 적십자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회관 입구. 태극기와 적십자기가 나란히 걸려있다.
ⓒ 박명훈

관련사진보기


2017년 12월 5일 기준 회관 인원 현황. 치매를 겪는 중증 동포 어르신 환자 분들은 회관 2층, 비교적 건강이 양호한 분들은 1층에 기거한다.?
▲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2017년 12월 5일 기준 회관 인원 현황. 치매를 겪는 중증 동포 어르신 환자 분들은 회관 2층, 비교적 건강이 양호한 분들은 1층에 기거한다.?
ⓒ 박명훈

관련사진보기


- 정원이 100명인데 현재는 86명입니다. 어떤 이유가 있나요?
"(홈페이지에는) 100명인데 (수용할 수 있는) 정원이 90명이에요. 처음 건물 지을 당시에는 100명이었어요. 일본정부에서 지원금을 줬잖아요. 일본에서 지원받을 때는 100명으로 해서 지원을 받은 거예요. 작년까지만 해도 100명으로 했는데요. 금년 5월 달에 연수구청에서 정원을 노인복지법에 맞게 하라고 해서 (법에 따라 평수별 인원수용에 맞게) 90명으로 정정을 했어요. 90명인데 현재 86명이 계시고. 어르신들이 돌아가시고 바깥에서 아파트생활이 어려우면 다시 여기로 들어오시고 하는 거니까요. 전국에서 유일하잖아요. 사할린 동포 어르신 분들만 모시고 있는 요양시설이. 어르신들이 서로 동질감을 느끼셔서 일반 장기요양시설로 잘 안 가죠. 회관으로 오시려고 하죠. 그래야 외롭지 않잖아요."

- 일반 장기요양시설로 가시는 분도 계신가요?
"거의 대부분이 여기로 오세요. 그런데 대창양로원의 양로시설에도 계세요. 이 건물 짓기 이전부터 계시던 분들은 한 15분 사신다고 해요. 초창기, 회관이 개원하기 이전에 들어오신 분들이라 거기 그냥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 대창양로원 (경상북도 고령군 소재, 1993년에 설립된 국내 최초의 사할린 동포 양로시설)

-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면 후원계좌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인천광역시와 일본정부의 재정지원이 끊겨 재정마련이 곤란하다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는데요. 후원금만으로 시설을 운영하기에는 벅찬 상황인가요?
"홈페이지에 올리긴 했는데요. 아주 미미하죠. 얼마 되지 않고요. 여기 자원봉사 오시는 분들 많아요. 가까운 인천 지역에서 사업하시는 분들이 간간이 100만 원, 연말쯤 되면 200만 원 보내주세요. 계좌는 개설했습니다만 최근에는 후원을 거의 못 받고 있어요. 간간이 들어오는 후원금을 가지고 전액 다 어르신들을 위해서 급식비, 간식비에 쓰죠. 인천시에서도 작년부터 간식비를 주지 않아요. 그런 부분들은 후원을 받아서 투입을 하고 있죠.

여기는 특이한 게요. 가족들이 없으니 전체가 기초생활수급자에요. 저희가 병원비나 간병비, 이런 소소한 의료비들도 후원금으로 해드렸거든요. 그런데 작년부터 일본서 지원 끊겨서 재정 어렵고 하니까요. 이제는 어르신들 노령연금으로 진료비, 간식비 대시라 하고 있어요. 어르신들 반발이 많죠. 처음에는 국가에서 다 책임지겠다고 해서 영주귀국 했는데. 요즘은 본인 연금으로 '생필품 사다 쓰세요'해요. 하다못해 '휴지도 사서 쓰세요'하니까. 요즘에는 부족한 물품은 사서 쓰시라고 하고 있어요. 재정이 어려우니까 방법이 없어서 그렇게 하고 있습니다."

- 회관에서는 날마다 프로그램을 짜놓고 있습니다. 나들이, 노래교실 등 다양한 요일별 일정이 있는데요. 각각 다른 중증 질환을 앓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일정소화에 큰 무리는 없나요? 또 기존에 정해둔 일정과는 다른 별도의 일정이 진행되는 경우는 없는지 궁금합니다.
"중증 환자분들, 와상 환자분들은 참여가 어렵잖아요. 주로 치매 어르신들 대상이에요. 질환자들도 와상 환자들이 아니면요. (대상이에요) 저희가 모시고 원외 프로그램이라든가. 적십자나 마사회 등에 일반 공모, 공동모금 제안을 해서 지원을 받는 재원으로 운영하고 있고요. 심한 질환자들은 어렵지만 남은 분들을 위해서 체조라든가 노래라도 하고 있는 거죠. 무료하시니까.

그런데 나들이는 힘들어요. 많이 가 봐야 20명도 안 되니까요. 치매 어르신들도 모시고 가야하는 거거든요. 한 사람이 치매 어르신을 모시고 가야하기 때문에 나들이는 어렵고요. 잠깐 모시고 가도 눈 깜짝할 사이에 어르신들 잃어버릴 수 있으니까요. 나들이 프로그램 같은 것은 많이 지양하고 있고. 치매어르신들 프로그램 진행하고 있어요. 그런데 원외프로그램 진행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드니까 어렵죠. 후원을 받아서 하고 있는 거죠. 고정적인 프로그램은 자원봉사원 분들이 꾸준히 지원해 주세요. 운동, 체조라든가 노래라든가. 저희도 노래 잘하는 직원이 있어서 같이 하고 이렇게 운영하고 있어요. 자원봉사자들이 주말에 많아요. 학생들 학부모. 주말에는 기업에 다니는 분들이 오셔서 청소도 해주시고."

"생필품 사드릴 돈도 부족... 정부 지원 제대로 이뤄져야"

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
▲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
ⓒ 박명훈

관련사진보기


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
▲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회관에서 어르신들을 위해 진행하는 프로그램.
ⓒ 박명훈

관련사진보기


- 회관운영은 대한적십자사와 정부, 인천시 등과 조율을 거치는 것인지, 구체적으로는 어떤 방식으로 꾸려지는지 궁금합니다. 상부기관과는 주로 운영에 필요한 재정문제를 논의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만, 회관에서 열리는 프로그램, 자원봉사자 관리 등은 자율적으로 이뤄지고 있나요?
"정규프로그램도 예산 지원이 되어야만 하는 거잖아요. 그런 부분은 적십자하고 의논을 해서 하는데요. 적십자도 사할린동포를 위한 예산이 거의 바닥나서 없기 때문에. 그래도 치매 어르신들을 위해 쓸 테니 1000만 원 지원해달라고 해서 진행하고 있거든요. 그리고 예산 책정할 때는 지금까지 국고에서 지원받았는데요. 주로 인건비잖아요. 요양보호사 고용 등 인건비. 예산안을 짜서 정부에 올렸습니다. 이번 금년에는. 내년 2018년도부터는 연수구청을 통해서 올라가는데요. 사실 결정권은 국고니까 보건복지부에 있어요. 복지부 요양정책과에 있습니다. 거기서 저희가 올린대로 주는 게 아니고. 뚝 잘라서 보내죠.

그 한정된 국고하고요. 시군구는 (어르신들이) 기초생활수급자니까 생계비는 시군구에서 2억 5천에서 6천~7천. 3억이 안되는데 밥값이죠. 3끼 밥은 지자체에서 지원하는 거죠. 나머지 인건비 등은 국고지원으로 운영해야 하는데. 예산서는 사전에 협의해서 올리는 거잖아요. 그런데 협의하나마나 예산 잘라버리고. 금년에 12억 원이 들어갔는데 내년에 10억으로 운영하라고 하면요. 실질적으로 프로그램 운영은 거의 지역주민이나 그런 분들이 후원해주는 비용으로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정부에서 인건비 지원을 하는 건데 이게 잘 논의한다고 해서 주는 게 아니니까 답답하죠. 매년 예산 확보할 때마다 이번에는 얼마를 주냐 해가지고. 직원들 정원이 30명인데 정원대로 운영한 적이 지금까지 없어요. 현재 27명이거든요. 충분히 30명분 인건비를 줘야 하는데. 안 주니까 직원을 채용할 수 없죠.

그렇다고 있는 직원 내보낼 수도 없고요. 그러다보니 직원들 업무 부담이 커졌죠. 잘 쉬지도 못하고요. 운영자 입장에서는 고용노동부의 근로기준법에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와상 환자 분들께 죽을 먹여야 하는데. 3명이서 어떻게 먹여요? 아침에는? 낮에는 괜찮죠. 사회복무요원도 있고요. 직원들이 급하면 올라가서 도와주지만. 낮부터 저녁까지는 괜찮은데 아침은 참 문제인 것 같아요. 밤 근무 직원들이 치매환자 모시랴 참 힘들어하죠. 인원이 일반 장기요양시설처럼 거기에 맞는 인력이 투입돼야 하는데. 재정지원을 그렇게 안 해주니 힘들어요.

하고 싶은 프로그램을 올려도 예산 뚝 자르면 못하는 거잖아요. 제일 중요한 게 전기요금, (추우면) 불도 떼고 해야 하니까 그게 중요하지 프로그램 운영비는 뒷전이죠. 회관 프로그램이라든가 자원봉사 관리 같은 것은 전적으로 회관에서 자율적으로 하는 겁니다."

어르신들이 손수 만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어르신들이 손수 만든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 박명훈

관련사진보기


- 사할린 영주귀국 동포 어르신들을 모시는 요양시설은 전국에서도 여기 한 곳 뿐입니다. 4000명이 넘는 동포 어르신들이 한국으로 영주귀국 하셨다는 점을 떠올리면 시설이 너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부족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왜냐하면 전국에 (사할린 동포 어르신들이 거주하는) 24개 임대아파트가 있어요. 부부, 2명이면 임대아파트 들어가시려고 해요. 임대아파트 들어가서 두 분이 사시다가. 이제는 고령화되고 불치병, 불날 뻔도 하고. 80살 넘는 부부 분들이 밥해서 못 드시잖아요. 두 분 중 한 분이 돌아가시거나 하면 회관으로 들어오는 거예요. 그 분들이 대상이 되시는 거예요. 어르신들이 아파트 사시는 걸 좋아하시긴 하죠. 건강하시니까. 밥을 해 잡술 수 있으니까. 연세가 많으면 깜빡깜빡하시잖아요. 가스도 안 잠그고 물도 틀어놓고. 그럴 때는 어쩔 수 없이 들어오시는 거지요. 요양시설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아직까지는 안 해요."

- 문재인 대통령이 러시아에 방문한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대통령의 사할린 첫 방문'이 실현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일었지만 결국 무산됐는데요. 대통령의 사할린 직접 방문이 가지는 의미는 뭐라고 보세요?
"어려운 질문인데요. 역방문이라는 사업이 있어요. 보고 싶은 자녀들 보게 해드리기 위해서 여름 7월 말에서 8월 달 되면 어르신들 모시고 가는 사업입니다 적십자에서. 저도 어르신들 모시고 모스크바 갔다 왔는데요. 거기서 8.15 경축사로 들었습니다. 경축사 보면 (문 대통령이) 많은 관심을 갖겠다고 하셨죠. 그래서 그날 사할린 대표 분들하고 대사관 가서 참석해서 말씀을 나눴죠. 앞으로는 정부에서 많은 관심과 신경을 써 주실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말씀을 드렸는데요. '이제는 좀 나아지겠죠, 관심을 가져주실 것 같다'는 얘기를 나눴습니다.

그런데 모르겠습니다. 정부에서 어느 정도로 관심을 가질지. 제 입장에서는 예산을 뚝 잘라버린 걸 보고 분개를 했어요. 대통령이 경축사에서 관심을 갖겠다고 했는데. 하물며 영주귀국 1세 분들, 몸도 아픈 분들인데. 무조건 예산을 삭감해도 되는 건지. 그래서 전 직원들이 분개를 했죠. '이건 역행하는 거 아니냐' 경축사에서 그렇게까지 얘기했는데 어떻게 결과는 더 안 좋게 나왔냐 그거죠. 그래서 많이 속상합니다."

- 정부에 바라는 바가 있다면?
"대통령이 말씀하셨듯이 정부에서도 관심을 갖겠다고 했으면요. 영주 귀국한 1세 분들한테 관심을 가져주시고요. 보듬어 줄 수 있으면 최대한 지원해 줬으면 좋겠습니다. (회관에 들어오신 동포 어르신들은) 일반 국내인들이 아니라 '특수계층'으로 들어오신 분이잖아요. 1세 분들만, 장애인 자녀들하고 들어오게 돼 있잖아요. 이제는 평균 연령이 85세 가까이 됐어요. 84.3세 정도 됩니다. 노후에 사시는 동안 1세 분들한테 관심 많이 가져주시고. 후원도 많이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정부에서 현장에 나와 보셔서 현실에 맞게 지원해줬으면 좋겠어요. 그런 부분이 현 정부한테 바라는 거죠. 운영하는 데 힘든 부분을 국가에서 책임지기로 했으니까요. 정말 어르신들 잘 모시고 있는 직원들조차도 실망하지 않게끔 그렇게 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재정문제에 대해서 정부에서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하고요. 현실적 부분에 맞춰서. 양로시설도 아니고. 보건복지부의 말대로 양로시설로 운영하면 직원들 다 잘라야 하는 거고요. 직원들 없으면 어르신 분들 못 모시잖아요. 점점 재정운영이 어려워서 '내년에 어떻게 해야 하나' 살림걱정 하고 있습니다."

광복절을 기념하며 한반도 전역을 무궁화가 수놓고 있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 인천사할린동포복지회관 광복절을 기념하며 한반도 전역을 무궁화가 수놓고 있는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 박명훈

관련사진보기


덧붙이는 글 | 이 글은 <주권방송>에도 실렸습니다.



태그:#인천, #사할린, #동포, #복지, #일제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한반도 정세, 일본의 동향에 큰 관심을 두며 주시하고 있습니다. 적폐를 깨부수는 민중중심의 가치가 이땅의 통일, 살맛나는 세상을 가능케 하리라 굳게 믿습니다.


독자의견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