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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그리고 미국을 비롯한 서방국가들은 북한을 변화시키기 위해 북한이 시장경제를 채택하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마도 시장경제의 확산으로 인해 생겨나게 될 중산층이 북한의 변화를 이끌 것이라는 가정 아래 그런 주장을 펼치는 것 같다.

사실 북한은 지난 몇 년 사이 괄목할 만한 경제발전을 이뤘다. 내가 처음 북한을 여행한 2011년과 마지막으로 간 2017년의 북한을 비교해보니 놀라울 정도로 변했다. 건설붐이 일어 새로운 거리들이 생겨나고 주민들의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많은 요식업소(식당), 상점 등이 생겨나고 있다.

미국은 북한의 시장경제화를 바라겠지만... 이미 진행중

평양의 '미래과학자의 거리'. (2017년 5월 17일 촬영)
 평양의 '미래과학자의 거리'. (2017년 5월 17일 촬영)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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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전담당제를 독려하는 황해도의 거리 선전문. (2015년 7월 6일 촬영)
 포전담당제를 독려하는 황해도의 거리 선전문. (2015년 7월 6일 촬영)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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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의 수퍼마켓. 2017년 5월 18일 촬영.
 평양의 수퍼마켓. 2017년 5월 18일 촬영.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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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경제 발전에는 장마당의 번창, 포전담당제, 독립체산제 등 시장경제적인 요소가 큰 역할을 했다. 농민들은 수확물의 일부를 국가에 내고 나머지를 자율 처분할 수 있게 돼 농업생산성의 증가를 가져왔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장마당에 의존해 상업도 발전했다. 기업 역시 농업과 마찬가지로 경영에 대한 자율성을 보장받음으로써 북한 경제성장의 한 축을 이루고 있다. 즉, 외부세계에서 바라는 시장경제가 북한에 점점 뿌리를 내리고 있는 것이다.

나는 북한을 향한 여러 국가들의 강력한 경제 제재가 되레 북한의 시장경제화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장마당은 활기를 잃고, 경제는 위축된다. 그러면 주민들의 국가의존도는 증가한다. 장기적으로 외부세계가 원하는 방향과는 반대 방향으로 북한을 인도하는 셈이다.

경제 제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경제 제재는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데 단기적인 효과라도 가져올 수 있을까? 경제 제재가 작동하려면 일반 국민들이 불편과 고통을 겪고, 정부에 대한 반감이 폭발함에 따라 정부가 국민들의 불만과 요구를 수용해 정책에 반영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북한에선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북한에도 여론이 있다. 일반 주민들의 불만이나 욕구는 그들 나름대로의 적절한 수렴과정을 거쳐 정책에 반영된다. 그러나 핵 문제 같은 정치적인 이슈는 오히려 정반대의 여론을 형성한다. 그들은 국가가 처해 있는 어려움이 외부세계의 부당한 압력 때문이라 생각하면서 이에 대항하기 위해 더욱 더 굳건히 대항해야 한다는 다짐을 하게 된다. 그러면서 북한 지도부를 향한 주민들의 응집력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오죽하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한은 풀뿌리를 먹더라도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겠는가.

최근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플로리다주에서 행한 연설에서 "미국인들은 북한 문제에 대해 안심해도 된다 … 유엔이 역대 가장 강력한 제재를 부과했고, 미국도 많은 제재를 가했다"라고 말했다. 경제 제재가 정말로 효과를 볼 수 있을지 믿고 그런 말을 하는 걸까.

평양 근교의 주유소. 2013년 9월 6일 촬영.
 평양 근교의 주유소. 2013년 9월 6일 촬영.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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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휘발유 구입권. 2015년 10월 17일 촬영.
 북한의 휘발유 구입권. 2015년 10월 17일 촬영.
ⓒ 신은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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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는 북한을 몰라도 너무 모른다

지난 9월 트럼프는 "북한에서 주유하려고 길게 줄을 서고 있다. 딱하네"(Long gas lines forming in North Korea. Too bad!)라는 트윗을 내보낸 적이 있다. 경제 제재로 인해 휘발윳값이 오를 것을 대비해 주민들이 미리 사재기를 하기 때문이라는 뜻이다.

트럼프의 이 트윗은 북한에 대한 그의 무지 상태를 여지없이 보여준다. 석유 수입의 감소가 예상되면 북한의 주유소는 오히려 텅 비게 된다. 국가나 기업소가 휘발유 구입권 할당량을 줄이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트럼프의 트윗이 나가자 한 외국인은 텅 빈 북한 주유소 사진을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북한 핵 문제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미국의 대북인식이 이 정도라면 북핵 문제로 인한 위기는 당분간 해결책이 없을 듯하다.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는 단기적인 효과가 없다. 더욱이 장기적으로도 북한을 국제 경제로부터 고립시킴으로써 되레 북한 시장경제화를 늦추는 역효과만 불러올 것이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설 중에 한 말이다. 그는 "대북 제재가 김정은 조선노동당위원장에게 작동할지 모르지만 한 번 시도해 본 뒤 지켜봐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가 상황을 지켜본 뒤 취해야 할 행동이 전쟁이 아니라면 대화밖에 없을 테니까.


태그:#북한, #트럼프, #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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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음대 졸업. 미국 미네소타 주립대 음악박사. 전직 성악교수 이며 크리스찬 입니다. 국적은 미국이며 현재 켈리포니아에 살고 있습니다. 2011년 10월 첫 북한여행 이후 모두 9차례에 걸쳐 약 120여 일간 북한 전역을 여행하며 느끼고 경험한 것들 그리고 북한여행 중 찍은 수만 장의 사진들을 오마이뉴스와 나눕니다.

오마이뉴스 기획편집부 기자입니다. 조용한 걸 좋아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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