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빙속여제' 이상화(28·스포츠토토)가 여유있는 미소를 지으며 평창 동계올림픽을 향한 마지막 담금질에 들어갔다.

이상화가 지난 12일 국제빙상연맹(ISU)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 시리즈 대회를 모두 마치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귀국 직후 가진 인터뷰에서 이상화는 "자신있다"며 환하게 웃는 모습을 보였다. 올 시즌 고다이라를 한 차례도 꺾지 못했음에도 환하게 웃을 수 있었던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이상화

이상화 ⓒ 대한빙상연맹



되찾은 '감', 이유있는 자신감

이상화가 자신감을 보인 데는 무엇보다 레이스에 대한 '감'을 찾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상화는 올 시즌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줄곧 2차 대회에서 한 차례 삐끗한 것을 제외하고는 37초 대를 꾸준히 유지했고, 캐나다와 미국에서 열린 3,4차 대회에서는 36초대 진입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부상 여파로 레이스에서 좀처럼 보이지 않던 실수가 범했던 모습과는 확실히 달랐다.

이상화는 "본 경기가 3~4차 대회였다. 36초대에 진입하고 초반 100m 기록을 단축시켜 성공적이었다"면서 "평소 레이스대로 했고, 지난해는 단 한 번도 내 경기를 펼쳐본 적이 없다. 실수도 잦아서 힘들었다. 경기를 매번 하면서 좋아졌다. 몸이 기억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500m 최강자이자 올 시즌 500m 전 레이스를 금빛으로 장식한 고다이라 나오(일본)와 맞대결도 여전히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이상화는 고다이라와 7번의 경기에서 모두 졌고 은메달 5개를 획득했다. 그럼에도 그는 여유를 잃지 않으며 오히려 "재밌을 것 같다"며 맞받아 치는 여유를 보였다.

지난 4차 대회가 열렸던 미국 솔트레이크시티는 이상화가 지난 2012-2013 시즌 현 세계 신기록 36초36을 세운 역사깊은 장소였다. 고다이라가 절정의 컨디션을 보이고 있어 평창을 앞두고 이상화의 세계 신기록마저 갈아치울지도 주목되는 바였다. 그러나 결국 고다이라는 기록 경신에는 실패했다.

이상화는 "세계 신기록 당시에 세웠던 초반 100m 기록 10초0대는 매우 어려운 기록"이라고 얘기했다. 올 시즌 레이스를 돌이켜보면 이상화는 초반 100m에서 줄곧 10초2,3대의 기록을 냈다. 이상화는 "평창에서 10초 1,2대까지는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긍정적인 답을 했다. 그러면서 "지난 시즌에는 내 레이스를 펼쳐본 적이 없어 올 시즌 초반이 힘들었다. 30초 후반대에서 시작해 따라잡기 힘들었지만 3차 대회부터 좁혀지기 시작했다"고 안도했다.
 이상화(왼쪽)와 고다이라 나오(가운데)

이상화(왼쪽)와 고다이라 나오(가운데) ⓒ 박영진


마지막 프로젝트 가동

이제 평창 동계올림픽이 약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남은 기간 부상을 가장 조심해야 하고 마무리 담금질에 들어가야 한다. 이상화는 현재 소치 동계올림픽 당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케빈 크로켓 코치와 함께하고 있다. 그런데 케빈 코치가 현재 캐나다 대표팀을 맡고 있어 이상화와 함께 한국에서 훈련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이상화는 "케빈에게 프로그램을 받아서 훈련을 하고 있다. 캐나다 대표팀을 맡고 있기 때문에 내가 가거나 해야 한다. 상의를 해봐야 한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늘 하던대로 해야 한다. 몸이 기억하고 있으니 감을 잃지 않고 유지했으면 좋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평창은 이상화에게 마지막 올림픽이 될 전망이다. 이미 앞서 밴쿠버와 소치를 연달아 제패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했다. 홈에서 열리는 마지막 대회이니 만큼 금빛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하고 싶은 욕심도 있는 것이 당연하다.

결국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평창에서도 고다이라와 정면승부에서 이겨야만 한다. 현재 월드컵 기록을 본다면 분명 고다이라가 앞서고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올 시즌 들어 이상화가 그를 바짝 추격해 '0.2초'까지 격차를 줄여 고무적이다. 또한 워낙 변수가 많은 500m이고 평창에서는 '단판승부'로 메달이 결정된다. 이상화도 "본 무대는 올림픽"이라며 최선을 다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이상화는 "자신감은 있다. 한국에서 하는 대회이기 때문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기록 차이가 1초가 아니고 0.02, 0.03초 차이가 나기 때문에 금메달이라고 말은 못하지만 따보도록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남은기간 막판 스퍼트를 되살리는 것에 중점을 둘 전망이다. 올 시즌 레이스에서 초반에는 고다이라와 거의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하다가, 마지막 3,4코너에서 빠져 나온 후 스피드가 줄면서 결국 고다이라가 먼저 들어온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두 선수의 차이는 종이 한 장이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대회가 올림픽이다. 그러나 이상화는 이미 두 번의 올림픽에서 정상에 서 본 귀중한 경험이 있다. 큰 경기에 강한 이상화가 고다이라를 한 차례도 꺾지 못했음에도 밝음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다.

평창에서 이유 있는 자신감과 미소를 보인 이상화가 아름다운 결말을 쓸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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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화 평창동계올림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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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계스포츠와 스포츠외교 분야를 취재하는 박영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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