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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 신자유주의 학교정책이 학교사회를 거칠게 몰아쳤다. 학교사회도 평가대상이 된 것이다. 교사도 교감도 그리고 교장도, 심지어 학교 자체도 A-B-C급으로 평가를 강요받았다. 평가 기준은 어설펐고 객관성과 공정성이 없었다.

무엇보다 평가 대상인 교사들이 제도 자체를 수용할 수 없다는 데 문제가 있었다. 2002년 교원성과급 제도가 전면 도입되었을 때 교사들은 전국적으로 반발했고 저항했다. 어떻게 교육을 일개 상품으로 간주해 일면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지 분노했다. 더구나 선생님들을 A - B - C급으로 분류해 성과금을 지급할 수 있는지 모두가 혀를 찼고 기가 막혀 했다. C급 교사의 자괴감과 분노는 하늘을 찔렀고 교직 사회는 분열되었다. A - B - C급으로 분류돼 교사들에게 성과금 지급이 강행되자 학교공동체가 붕괴된 것이다. 매년 성과금 분배 기준을 둘러싸고 교직 사회는 갈가리 찢겼다.

아이들을 향한 상담 활동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아이들 생활지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교사의 수업연구를 위한 교육적 고민 역시 측정 불가능하다. 일 년에 한두 번 연극수업처럼 선보이는 연구수업으로 교사를 점수 매기고 등급을 결정할 게 아니다. 그런데도 교육 관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교육 활동을 애써 외면한 채 교육의 비본질적인 영역을 강요해 왔다.

교원성과급제도가 강제된 그즈음 학교사회에서 교육은 점차 사라지고 교사는 교육의 본질로부터 멀어져 갔다. 교사의 영혼이 교육의 본질로부터 멀어지도록 강요받을 때 그 고통은 헤아리기 어렵다. 교육의 본질이 경시되고 교원성과급제도와 교원평가제도라는 괴물 앞에서 교사의 영혼은 하루하루 소멸돼 갔다. 교육의 본질에 깊이 천착한 교육 활동은 교사의 아름다운 교육행위이지만 점수화되지 않는다.

실제로 현행 교원성과급이나 교원평가제도는 학생상담을 열심히 수행한 교사를 존중하지 않는다. 계량화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담임과 보직 여부, 수업시수 등 표피적이고 일천한 기준이 존중받을 뿐이다. 교육이 아이들의 영혼과 관련된 정신 활동임을 인정할 때 현행 정책은 실패한 것이다. 교육 당국이 고작 한 것은 C급 교사라는 어감이 좋지 않다는 이유로  A-B-C급을 S(스페셜)-A-B급으로 바꾼 게 전부이다. 그러나 내 주변의 B급 교사는 여전히 분노하고 있다.   

물론 학교에는 오래전부터 부적격 교사가 있어 왔다. 같은 동료 교사의 눈에도 감지될 만큼 교사의 자질을 의심케 하는 요소가 존재해 왔다. 교원평가제도가 전격 도입되었을 때 국민 여론의 강력한 지지를 받았던 이유이다. 왜냐하면, 수십 년 동안 학교사회에는 촌지 수수를 당연시하는 교사가 일상적으로 존재했기 때문이다. 과거 학년부장들이 학부모 대표로부터 자의 반 타의 반 적잖이 촌지수수의 매개 역할을 자처하거나 강요받았다. 물론 한국사회의 부패인식지수가 낮았던 과거의 일이다.

그런 혼탁함 속에서도 일부 학년부장들은 치맛바람을 일으키며 갖다 주는 촌지를 애써 거부하기도 했다. 촌지 수수의 관행만이 아니다. 실제 학교에는 폭력교사가 존재했고 아이들을 인격적으로 짓밟은 반교육적인 교사도 엄연히 존재했다. 거기다 교사-학생의 수직적인 관계를 악용해 성추행을 일삼는 성폭력 교사도 존재했다. 학교사회의 수직적인 위계 문화를 등에 업고 범죄로 인식조차 되지 않았던 시절이다. 급기야 성적 조작 교사도 암약했다.

2006년 교원평가제도 도입 배경에는 그런 부적격교사 퇴출을 열망하는 소박한 국민 여론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 부적격교사들은 형법으로 단죄하고 교직 사회에서 영구 추방하면 될 일이다. 이제 국민의 소박한 열망을 정치적으로 악용해 허접한 교육정책으로 교직사회를 통제할 때가 아니다. 문재인 정부는 과거 이명박근혜 정권이 아니지 않는가!

교원성과급 제도나 교원평가제도는 정책적으로 실패했다. 학교는 협력과 배려, 상생과 존중의 문화가 지배해야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이 그런 문화 속에서 성장할 때 성숙한 어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성과금 앞에서 분배 기준을 두고 논쟁하는 교사의 모습은 아름답지도 않고 교육적이지도 않다. 버스나 지하철 노약자석이 있듯이 그리고 임산부석을 배려하듯이 출산 후 복직한 교사에게 매년 B급 교사의 낙인을 찍을 게 아니다. 원로교사 우대 차원에서 수업시수 부담을 조금 줄이고 비담임을 배려한 것인데 그게 B급 교사의 낙인이 되어야 할 이유는 아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어느 학교든 출산 후 복직한 교사나 원로교사는 B급 교사의 낙인을 벗어날 수 없는 게 현행 교원성과급 제도의 실상이다.
  
교원평가제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과거 학교장이 독단으로 처리했던 근무평정제도가 학교장(60%) + 다면평가(40%)로 조정됐다. 문제는 교사가 다면평가자의 위치에 서면 그 정신적 고통은 말할 수 없이 크다는 사실이다. 다면 평가(40%)는 정성평가(32%) + 정량평가(8%)로 구성되는데 전체 교사를 순위 매겨 일렬로 줄을 세우는 것이다. 100명 안팎의 대형학교의 경우 교사의 이름조차 모르는 경우도 허다한데 점수를 주어 줄을 세우는 것이 과연 교육적이고 온당한 일인지 회의적이다. 통상 40~50명 교직 사회라 할지라도 다른 교사의 수업에 대한 열정, 아이들 상담 활동, 생활지도를 알 수 없다는 것이 교사 일반의 인식이다.

어떤 선생님이 알기 쉽게 설명하기 위해 수업을 어떻게 설계하고 아이들과 소통하려는 노력을 보였는지 알 수 없는 게 교육계 현실이다. 그럼에도 교육 관료들은 교사를 매년 등급 매기도록 강요하고 깜깜이 교원 평가를 무슨 대단한 정책인 양 10년 넘게 지속해 오고 있다. 수십만 교사들이 십수 년째 불만을 토로하고 때론 분노하고 저항하는데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교육 관료들의 태도는 독선적이다 못해 불통 그 자체이다. 한국 교육이 중증 동맥경화에 걸린 상태인데도 나 몰라라 한다. 학교 현장은 매년 연례행사처럼 교원평가 시행 공문에 따라 다면평가위원회를 구성하느라 진통을 겪는다. 영혼 없는 교육 관료들 앞에 교육이 질식돼 가는데도 교육 현실은 암담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다.  

교육운동의 전위이자 교육개혁의 대안세력인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매년 성과금 반납 투쟁으로 저항했다. 교원을 한우 등급 매기듯이 S-A-B급으로 등급 매기는 교원성과급 정책 즉시 폐기를 소리 높여 외쳐왔다. 현행 교원평가제도 역시 반교육적인 정책으로 폐기 투쟁을 선언했고 이를 관철하기 위해 엄동설한 항의 단식 중이다. 다가오는 12월 15일엔 강도 높은 연가투쟁도 예고돼 있다.

3대 교육적폐 중 제1의 적폐가 교원성과급 제도와 교원평가제도이다. 촛불시민혁명으로 탄생되었음을 인정한 문재인 정부는 이에 응답해야 한다. 대선 직전 교육공약인 전교조 법외노조 문제해결과 함께 즉각 40만 교사의 소망에 응답해야 한다. 이명박근혜 정권에서 더욱 강요된 교원성과급제도와 교원평가제도를 즉각 폐기하고 법 밖으로 밀어낸 전교조를 합법노조로 원위치시켜야 한다. 그럴 때만 문재인 정부는 적폐청산을 말할 자격이 있다.


태그:#교육적폐, #교원평가제도, #교원성과급제도, #신자유주의 학교정책, #법외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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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원으로 가입하게 된 동기는 일제강점기 시절 가족의 안위를 뒤로한 채 치열하게 독립운동을 펼쳤던 항일투사들이 이념의 굴레에 갇혀 망각되거나 왜곡돼 제대로 후손들에게 전해지지 않은 점이 적지 않아 근현대 인물연구를 통해 역사의 진실을 복원해 내고 이를 공유하고자 함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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