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딩슛 시도하는 진성욱 12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 한국의 진성욱이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헤딩슛 시도하는 진성욱 12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 한국의 진성욱이 헤딩슛을 시도하고 있다. ⓒ 연합뉴스


신태용호가 행운이 따른 승리를 챙겼다. 

신태용 감독이 이끄는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은 12일 오후 4시 30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2차전 북한과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했다. 이로써 우리 대표팀은 승점 4점을 기록하며 대회 2연패를 노릴 수 있게 됐다.

신태용호는 변화가 있었다. 지난 중국전과 달리 3-4-3 포메이션을 내세웠다. 최전방은 진성욱이 책임졌고, 김민우와 이재성이 측면 공격을 담당했다. 김진수와 고요한이 좌우측 윙백으로 출전한 가운데 이창민과 정우영이 중원을 구성했다. 장현수와 권경원, 정승현이 스리백 수비를 책임졌고,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슈팅 5-3/점유율 63-37, 분위기만 잡았던 전반전

우리 대표팀이 예상대로 주도권을 잡았다. 경기 초반, 좁은 지역에서 짧은 패스를 주고받으면서 슈팅 기회를 노렸다. 시간이 흐를수록 김민우와 김진수의 좌측 공격이 활기를 띠었고, 크로스가 올라왔다. 하지만 정확도가 아쉬웠다. 박스 안쪽에 밀집한 북한 수비를 뚫고 슈팅까지 연결하기도 쉽지 않았다.

전반 28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김진수의 긴 스로인을 이재성이 머리로 떨궜다. 빠르게 박스 안쪽으로 침투한 이창민이 수비와 경합을 이겨낸 뒤 슈팅까지 연결했다. 하지만 이창민의 예리한 슈팅은 골문을 살짝 벗어나며 아쉬움이 남았다.

전반 37분, 고요한이 우측에서 크로스를 올렸고, 진성욱이 발리슛으로 연결했다. 4분 뒤에는 이창민이 박스 좌측 부근에서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을 시도했다. 하지만 두 슈팅 모두 골문을 외면했다.

북한은 수비가 우선이었다. 전반 21분, 박스 우측 부근을 뒤흔든 이재성이 짧은 패스를 내줬을 때, 북한 수비는 무려 8명이나 밀집해 있었다.

하지만 북한은 수비에만 치중하진 않았다. 일본전에서 보여줬듯이 공격할 때는 확실하게 전진했다. 볼을 빼앗아낸 뒤 재빨리 공격을 전개했고, 전방의 김유성에게 침투 패스를 연결했다. 좌우 측면을 활용한 빠른 역습도 눈에 띄었다. 다만, 세밀함이 떨어지고, 투박했다.

행운의 골, 개운치 않은 승리

자책골 이끌어낸 진성욱 12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 한국 진성욱이 리영철과의 경합 상황에서 자책골을 이끌어낸 뒤 이창민과 손바닥을 부딪치고 있다.

▲ 자책골 이끌어낸 진성욱 12일 오후 일본 도쿄 아지노모토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7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남자부 2차전 한국 대 북한 경기. 한국 진성욱이 리영철과의 경합 상황에서 자책골을 이끌어낸 뒤 이창민과 손바닥을 부딪치고 있다. ⓒ 연합뉴스


후반 2분, 진성욱이 김진수의 크로스를 정확한 헤더로 연결했지만, 리명국 골키퍼 정면으로 향했다. 1분 뒤, 이창민이 뒤로 빠진 볼을 강력한 중거리 슈팅으로 연결했지만, 골문을 벗어났다. 후반 11분, 진성욱이 좌측에서 낮게 넘어온 크로스를 발리슛으로 연결했지만, 골대를 때렸다.

후반 14분, 결정적인 기회가 찾아왔다. 진성욱이 절묘한 침투로 리명국 골키퍼와 마주했고, 감각적인 슈팅을 시도했다. 그런데 이번에는 수비에 막히면서 고개를 숙였다. 

후반 19분, 마침내 선제골이 터졌다. 김민우가 왼쪽 측면에서 낮고 빠른 크로스를 올렸고, 진성욱과 리영철이 경합했다. 이 볼이 리영철의 발에 맞고 북한의 골문 안쪽으로 빨려 들어갔다.

선제골로 방심한 탓일까. 우리 대표팀은 전진하기 시작한 북한에 밀렸다. 

수비의 약점이 드러났다. 후반 26분, 우리 박스 안쪽으로 넘어온 볼이 정일관을 향했다. 우리 수비 숫자가 훨씬 많았지만, 슈팅까지 내줬다. 월드컵 본선 무대였다면, 실점이나 다름없는 장면이었다.

후반 35분, 고질적인 문제가 또 드러났다. 북한이 우측면 프리킥 상황에서 골문 안쪽으로 휘어져 들어가는 크로스를 올렸다. 우리 수비는 골문 앞쪽으로 빠르게 달려든 정일관을 완전히 놓쳤다. 다행히 슈팅으로 이어지진 않았지만, 반성할 필요가 있는 장면이었다.

우리 대표팀의 실점은 없었다. 선제골 이후 인상 깊은 공격 장면도 마찬가지였다. 경기는 1-0 승리로 마무리됐다.

하지만 만족할 수 없다. 북한은 피파 랭킹 114위다. 2018 러시아 월드컵 최종예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북한의 전략도 뻔히 알고 있었다. 극단적인 수비와 빠른 역습이었다. 하지만 신태용호는 제대로 공략하지 못했다. 무의미한 측면 크로스를 남발했고, 효율적이지 못한 '뻥축구'를 시도했다. 북한 수비진을 여러 차례 괴롭힌 진성욱과 이창민을 제외하면, 대표팀의 공격력은 만족스럽지 않았다.

수비는 능력을 확인할 시간이 적었음에도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새로운 문제점은 없다. 이전부터 주어진 숙제를 아직도 해결하지 못했다. 공격수의 순간적인 움직임에 완벽한 슈팅 기회를 내주고, 선제골 이후 집중력이 떨어지는 모습, 세트피스 상황 시 돌아 뛰는 선수를 계속 놓친다.

신태용 감독의 교체 카드 활용도 아쉽다. 대표팀은 후반 20분, 진성욱과 이창민을 빼고 김신욱과 이명주를 투입했다.

공격에서 가장 돋보이는 활약을 보이던 둘을 뺐다. 이후 대표팀은 인상적인 슈팅 장면을 만들지 못했다. 김신욱은 고립됐고, 이명주와 이재성 등 2선 공격진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교체에 대한 아쉬움은 최종예선을 비롯해 지난 중국전에서도 드러난 만큼, 개선이 요구된다. 대표팀은 여전히 풀어야 할 숙제가 산더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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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VS북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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