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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지난달 29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서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 이희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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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이 제 숙명이라면..."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네 번째로 검찰 포토라인에 선 날, 그의 표정을 두고 법조 기자들 사이에선 평이 갈렸다. 그가 구속을 예감하고 체념했다는 쪽과 집요한 표적 수사에 분을 삭이는 얼굴이라는 해석이었다.

정답은 본인만 알겠지만, 이목이 집중된 구속 여부는 조만간 결정된다. 오랜 기간 수사를 이어온 검찰은 세 번째 영창 청구로 승부수를 띄운 상태다. 

검찰과 우 전 수석 측의 승부는 오래된 이야기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의혹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이영렬 서울중앙지검장, 1기 특수본)를 꾸린 검찰은 다음 달 6일에 우 전 수석을 최초로 소환했다. 하지만 1기 특수본은 '황제 소환' 논란만 남기고 별다른 결론 없이 해체됐다. 진실 규명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의 몫으로 돌아갔다.

그가 두 번째로 포토라인에 선 건 이듬해 2월 18일이었다. 특검은 국정농단 방조 묵인 혐의로 소환해 이튿날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첫 번째 승부였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법 오민석 영장전담판사는 "혐의 소명이 부족하고 다툼의 여지가 있다"라며 이를 기각했다.

서울구치소에 유치돼 있던 우 전 수석은 즉시 풀려났다. 국정농단 사건 주요 수사대상인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와중에도 그만은 법망을 피해간 것이다.

특검팀의 수사 기한 만료로 사건을 넘겨받은 검찰 특별수사본부는 약 두 달 후 구속영장을 다시 청구했다. '비선실세' 최순실씨 사익 추구를 돕기 위해 대한체육회를 이례적으로 감사한 의혹과 세월호 수사에서 외압을 행사한 혐의를 추가했다. 결과는 기각이었다.

권순호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판사는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음이 충분히 소명되지 않았다"라고 판단했다. 검찰의 소명이 부족했다는 지적이었다. 우 전 수석이 현직일 때 진행된 초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반년 동안 수차례 소환되고 두 번이나 구속 위기를 겪은 우 전 수석은 첫 공판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 6월 끝내 불구속 상태로 피고인석에 앉은 그는 지난 수개월 동안 이어진 검찰 특별수사본부와 특검의 수사가 가혹했다며 "사건이 아니라 사람에 대해 수사를 이어가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말했다. "좀 줄여 달라"는 재판장의 제지로 전문을 읽지는 못했지만 그는 미리 준비한 발언을 통해 검찰이 표적수사를 했다고 비난했다.

다섯 번 소환·세 번 영장 청구... 치열한 공방 예고 

한 사람을 1년 동안 네 번 포토라인에 세우고, 구속 영장을 세 번 청구하는 건 검찰로서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지난 10월 국정원 개혁발전위원회는 추명호 전 국장이 이석수 전 청와대 특별감찰관을 사찰해 우 전 수석에게 비선으로 보고했다고 발표했다. 며칠 뒤 우 전 수석이 출국 금지됐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소환 조사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나왔지만 검찰은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랬던 검찰은 국정원으로부터 수사 의뢰를 받은 지 약 40일 만인 지난 11월 29일, 우 전 수석을 전격 소환해 자신의 비위 혐의 관련 내사에 착수한 이 전 감찰관을 사찰한 혐의를 집중 추궁했다. 이후 중앙정부와 갈등을 빚던 진보교육감을 사찰하라고 국정원에 지시한 정황도 추가로 드러났다.

김대중 정부 시절 환경부 장관을 지낸 김명자씨가 회장으로 내정된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 회원 단체들의 성향을 파악하라고 한 혐의도 불거졌다. 지난 10일 검찰이 우 전 수석을 다섯 번째로 비공개 소환 조사한 이유다.

국정원수사팀은 우 전 수석에게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를 적용해 지난 11일 세 번째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그에게 불법 사찰 결과를 보고한 추명호 전 국장은 이미 구속된 상태다. 추 전 국장의 비선 보고를 묵인·방조한 '절친' 최윤수 전 국정원 2차장의 영장은 기각됐다. 다만 '가담 정도'가 낮다는 게 기각 사유로 작용했다는 점에서 우 전 수석 영장 발부에는 별 영향이 없을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우 전 수석의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 실질 심사)는 오는 14일 오전 10시 30분으로 예정됐다. 지난 8월 문재인 정부에서 시행된 검찰 인사로 '우병우 사단'이 물갈이 된 뒤 열리는 첫 번째 구속 심사다. 심리는 그의 두 번째 영장을 기각한 권순호 판사가 맡는다.

검찰이 영장 청구를 하면 이틀 뒤에 열리는 게 보통이지만, 검토할 기록이 많아 미뤄졌다. 양측의 치열한 공방이 예고된 것이다.


태그:#우병우, #구속영장, #추명호, #권순호, #영장실질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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