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규정상 구단은 외국인 선수를 최대 3명까지 보유할 수 있다. 신생 구단의 경우 1군 진입 이후 처음 2시즌 동안은 1명을 추가로 보유할 수 있다. 그리고 투수로만 3명 또는 야수로만 3명 보유는 불가능하며 경기 당 2명까지만 출전할 수 있다.

그런데 외국인 선수와는 다년 계약이 불가능하다. KBO리그에서 한국인 선수도 FA 자격을 얻은 선수에 한하여 다년 계약이 가능하지만, 외국인 선수들은 8~9년 이상 경력이 쌓여도 현재 규정에 의하면 다년 계약을 할 수 없다.

이 때문에 구단들은 매년 겨울마다 외국인 선수들과 연봉 협상을 하거나 새로운 선수들을 찾아봐야 한다. 1년 계약만 가능하기 때문에 선수를 장기간 활용할 수 없을 경우 시즌 당 2명까지 외국인 선수를 교체할 수 있다. 때문에 KBO리그에서 오랫동안 꾸준히 활약하는 외국인 선수를 찾는 것은 드물다.

이렇게 좁은 KBO리그 외국인 선수 취업 시장에서 5년 이상 장기적인 활약을 하고 있는 선수들은 손가락 안에 꼽을 정도다. KBO리그 역사상 5년 이상 장기 활약했던 선수들은 더스틴 니퍼트(7년), 헨리 소사(6년 진행중), 다니엘 리오스(6년), 앤디 밴 헤켄(5년 반) 그리고 에릭 해커(5년) 등이 있었다.

이 5명 중 리오스는 2008년 약물 복용이 적발되며 일본 생활을 끝으로 선수 생활을 접었다. 그리고 니퍼트와 밴 헤켄 그리고 해커 3명은 올 겨울을 끝으로 2017년 소속 팀과의 인연을 마무리했다. 소사만 LG와 재계약 관련 연봉 협상이 진행 중에 있을 정도로 베테랑 외국인 선수들이 대거 정리되었다.

NC 제1호 용병 해커, 5년 인연 정리

1983년 3월 26일 생의 우투양타 해커는 2002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696순번으로 뉴욕 양키스에 지명되어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2004년에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 2006년에 어깨 수술을 받으며 선수 생활이 더 이어질지도 장담할 수 없었지만 기나긴 재활 끝에 재기한 사례다.

해커는 이후 피츠버그 파이어리츠로 트레이드되어 2009년 9월 확장 로스터 진입으로 메이저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미네소타 트윈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등을 거쳤지만 주로 마이너리그에 머물렀고, 마이너리그 183경기 982.2이닝 평균 자책점 3.94를 기록했다.

그리고 해커는 아담 윌크(2017 시즌 종료 후 미네소타 트윈스 방출), 찰리 쉬렉(무적 신분)과 함께 당시 KBO리그 신생 구단 NC 다이노스를 만나게 됐다. 유니폼에 붙는 선수 이름으로 각자 아담(A), 찰리(C), 에릭(E)을 사용하면서 NC의 1군 첫 시즌인 2013년 ACE 트리오로 활약했다.

이들 중 아담은 2013년 도중 방출되었고, 찰리와 해커만 재계약에 성공했다. 찰리는 2015년 6월까지 NC에서 활약하며 노 히터 게임을 기록하기도 하는 등 활약했다. 해커는 유난히 득점 지원을 많이 받지 못하면서도 꾸준히 NC의 투수로 활약했고, 2015년부터는 등록 이름을 "에릭"에서 "해커"로 바꿨다.

해커는 2015년 다승왕 및 평균 자책점 2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하며 NC의 2년 연속 포스트 시즌 진출을 이끌었다. 2016년에도 부상으로 공백이 있었지만, NC의 창단 첫 한국 시리즈 진출에 기여한 점을 인정 받아 2017년까지 활약했다.

2017년에도 해커는 160.1이닝 12승 7패 평균 자책점 3.42로 준수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2016년부터 부상으로 공백이 생겼고, 잦은 부상으로 이닝 소화력이 예전같지 못했다. 결국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NC의 보류선수 명단에서 제외되어 새로운 팀을 찾아야 할 운명에 놓였다.

넥센의 영웅 용병 밴 헤켄, 나이로 인하여 진로 불투명

1979년 7월 31일 생의 좌투우타 밴 헤켄은 1998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95순번으로 시애틀 매리너스에 지명됐다. 이후 디트로이트 타이거즈로 트레이드되어 데뷔전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상대로 8피안타 완봉승을 거두며 그의 이름을 알렸다.

하지만 다른 투수들에 비해 빠른 공 속도가 상대적으로 느렸고(시속 130km 대), 결국 밴 헤켄은 메이저리그에서 롱런하지 못했다. 이후 마이너리그 여러 팀을 거쳤던 밴 헤켄은 마이너리그 통산 100승을 거두는 등 선수 생활을 이어가긴 했다. 그 결과 관록을 인정 받아 넥센 히어로즈에 올 수 있었다.

2014년 밴 헤켄은 31경기에 선발로 등판하여 187이닝 20승 6패 평균 자책점 3.51을 기록, 이닝 1위 및 다승왕을 차지했으며, 탈삼진 2위(178탈삼진)에 오르며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밴 헤켄의 활약 속에 소속 팀 넥센은 창단 처음으로 한국 시리즈에 진출했다.

밴 헤켄은 3일 휴식 후 등판을 강행하며 한국 시리즈 1차전과 4차전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넥센은 나머지 경기에서 한 경기도 승리하지 못하며 밴 헤켄에게 7차전 등판 기회를 주지 못하고 6차전에서 삼성 라이온즈에 무릎을 꿇었다.

2015년에도 리그 정상급 투수로 활약했던 밴 헤켄은 2016년 세이부 라이온스에 입단하며 메이저리그와 KBO리그 그리고 NPB를 모두 경험한 투수가 됐다. 그러나 세이부에서 10경기 등판에 그쳤고, 결국 반년 만에 넥센으로 돌아와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2017년에도 24경기 8승 7패 평균 자책점 3.77을 거뒀던 밴 헤켄은 성적이 크게 하락한 것은 아니지만, 시즌 중반에 어깨 통증으로 자리를 비우는 등 흘러가는 세월을 막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결국 시즌이 끝난 뒤 넥센은 밴 헤켄과 계약하지 않았고, 빈 자리에는 한화 이글스에서 활약했다가 토미 존 서저리를 받고 쉬었던 에스밀 로저스가 들어오게 됐다.

7년 94승,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두산과 "니느님" 니퍼트의 이별

 25일 오후 광주광역시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17 프로야구 한국시리즈 1차전 두산 베어스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두산 선발 니퍼트가 1회말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두산 베어스 시절의 니퍼트(자료사진) ⓒ 연합뉴스


1981년 5월 6일 생의 니퍼트는 2002 메이저리그 드래프트에서 전체 459순번으로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에 지명됐다. 이후 디백스와 텍사스 레인저스를 거쳤고, 2010년 월드 시리즈 로스터에 포함되기도 했다. 알렉시 오간도(전 한화 이글스)가 월드 시리즈 4차전에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니퍼트가 5차전에 대체 선수로 들어갔으나 출전 기회는 없었고, 시리즈는 5차전에서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의 우승으로 끝났다.

메이저리그 서비스 타임 3년을 채우진 못했지만, 그들 중 등록일수 상위 17% 안에 들었던 니퍼트는 슈퍼-2 조항에 의하여 연봉조정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마이너리그 옵션이 모두 소진된 니퍼트가 그 동안 메이저리그에서 많은 것을 보여주진 못했고, 이 때문에 레인저스는 니퍼트와의 재계약을 포기하고 논텐더 FA로 풀어줬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협상이 결렬되자 니퍼트를 영입하는 데 성공한 팀은 두산 베어스였다. 그리고 니퍼트는 2011년부터 2017년까지 도합 1115.2이닝 94승 43패 1세이브 평균 자책점 3.48에 917탈삼진을 기록, 7년 동안 두산의 외국인 에이스로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

특히 니퍼트는 2015년 정규 시즌에서 부진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 5경기(4선발 1완투) 3승 무패 평균 자책점 0.56을 기록했다. 선발로 등판했던 4경기 모두 퀄리티 스타트 플러스(7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 투구) 이상을 기록했으며 1경기는 완봉승이었다. 그리고 2016년에는 정규 시즌 28경기(27선발)에서 22승 3패 평균 자책점 2.95를 기록하는 최고의 시즌을 보내며 MVP를 수상했다.

2017년까지 KBO리그 94승을 기록한 니퍼트는 종전 기록인 리오스의 90승을 뛰어넘어 KBO리그 외국인투수 역대 최다승 투수가 됐다. 하지만 만 36세의 니퍼트도 결국 세월의 흐름을 막지 못했고, 빠른 공의 위력이 떨어졌으며 210만 달러나 되었던 연봉 문제로 인하여 재계약 협상에 난항을 겪게 됐다.

일단 두산은 2017년이 끝난 뒤 외국인 선수 3명을 모두 보류선수 명단에서 뺀 뒤 니퍼트는 새롭게 계약 협상을 진행했다. 보류선수 명단에 포함할 경우 전년도 연봉 기준으로 25% 이상을 삭감할 수 없었기 때문에 210만 달러에 달하는 그의 연봉과 2017년 성적으로 인해 두산의 입장에서는 다소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그리고 두산은 결국 니퍼트와의 이견 차를 좁히지 못했다. 니퍼트와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되자, 두산은 롯데와의 재계약 협상이 결렬된 오른손 투수 조쉬 린드블럼을 영입하며 니퍼트의 빈 자리를 채웠다. 두산과의 협상이 결렬된 니퍼트는 현재 지인들과 연락이 되지 않고 있다.

장수 외국인들의 향후 진로는?

해커와 밴 헤켄, 니퍼트 이들 3명 중 그나마 해커가 가장 젊다. 아직 만 34세로 기량만 검증되면 충분히 새 팀과 계약하여 기회를 얻을 수 있다. 다만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할 경우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고 스프링 캠프 초청선수 자격으로 새로운 도전에 나서야 한다.

만 38세의 밴 헤켄은 선수로서 새 팀을 찾기는 다소 힘들어 보인다. 그 동안 밴 헤켄이 넥센에서 기여한 바가 컸기 때문에 팬들 입장에서도 아쉬운 반응이며, 넥센도 밴 헤켄이 이적을 원할 경우 새로운 팀을 알아봐 주겠다고는 했다. 2017년부터 넥센의 투수코치가 된 나이트의 경우처럼 지도자로서 새로운 인생을 시작할 수도 있다.

만 36세의 니퍼트는 기량이나 향후 진로와는 별개로 개인적인 충격이 커서 연락까지 받지 않고 있다. 두산 한 팀에서만 7년 동안 정들면서 팬들에게 "니느님"이라는 별명까지 얻었을 정도로 존재감이 컸던 니퍼트였기 때문에 선수 개인도, 팬들도 니퍼트가 다른 팀의 유니폼을 입는 모습을 상상하지 못하고 있다.

1985년 6월 28일 생의 헨리 소사는 LG 트윈스와의 연봉 재계약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 2012년 KIA 타이거즈와의 인연으로 시작하여 넥센 그리고 LG까지 3개 팀을 거치며 6년 동안 장수 용병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그 역시 기량이 하락할 경우 이들 3명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지도 모른다.

계약 규정으로 인하여 외국인 선수들은 매년 그 기량을 평가받는 것이나 다름 없는 처지다. 다른 KBO리그 선수들에 비해 평가의 기간이 짧기 때문에 그 만큼 더 큰 압박을 받고 있으며, 토미 존 서저리나 어깨 수술 등 장기 부상을 당할 경우 바로 계약이 해지되는 경우까지 있다.

다만 외국인 선수들의 대부분은 메이저리그 진입에 도전하다가 해외 리그를 찾기 때문에 다소 나이가 있는 상황에서 KBO리그로 오게 된다. 이 때문에 5년 이상 장수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으로, 이들이 새로운 팀을 찾을 가능성이 높지 않다. 새로운 길을 찾아봐야 하는 3명의 선수가 각자 어떠한 선택을 하게 될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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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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