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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2018년 1월 17일 낮 2시 35분]

# 박원순 리브랜딩, 어떻게 할까?

앞서 서울시의 정책을 시민들에게 잘 알리기 위해서는 서울시장에 대한 긍정적인 브랜딩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었다. 특히 박원순이라는 프로덕트(Product)의 리브랜딩(Rebranding)을 두고 '왜 해야 하느냐'에 대해 이야기를 했다면, 이번에는 '어떻게 해야 하느냐'에 대해 내 고민을 나누고자 한다.

'박원순'이란 브랜드를 어떻게 하면 one of them이 아닌 the only one으로 만들 수 있을까?

어쩌면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조금 식상할 수도 있지만 '브랜드'를 넘어 '러브마크'가 되는 방향으로 설정했다. 식상할 수도 있다는 것은 그만큼 오랫동안 활용되어 검증되어 왔다는 말도 될 수 있다. 이 비슷한 듯 비슷하지 않은, 그러나 결국 비슷한 것 같은 이 두 개념의 차이부터 설명하고 넘어가자. 딱 한 문장으로 설명해보면.

"브랜드는 기업이 만들지만, 러브마크는 사람이 만든다."

# 러브마크 이해하기

메시지를 주는 사람이 아닌 받아들이는 사람의 관점을 보다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리고 이는 이성이 아닌 감성이 작용하는 영역이라는 이야기가 되겠다.

브랜드는 기업이 만들지만, 결국 러브마크는 사람이 만든다.
 브랜드는 기업이 만들지만, 결국 러브마크는 사람이 만든다.
ⓒ 신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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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친절하게 설명을 하자면, 위의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일반적으로 브랜드 전략을 수립하고 추진해 나갈 때는 이성적인 요소들을 중심으로 고려한다. 전달하고자 하는(보여지고자 하는) 정보를 바탕으로 타겟에게 인지시키려고 한다. 그에 반해 러브마크가 되고자 할 때는 말 그대로 사랑과 같은 감성적 요소들이 고려된다. 일종의 연애의 과정이라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일반적으로 광고물에는 사람을 설득시키는 요소들이 포함돼 있는데, 흔히 우리는 이러한 자극을 받아들일 때 스스로가 이성적으로 판단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이는 착각이다. 광고물이 우리의 이성을 자극하는 것 같은 착각을 일으키지만 사실 그들은 우리의 감성을 건드린다. 그리고 그 자극된 감성이 이성을 설득, 아니 합리화 시킨다. 쉽게 말해서 '나는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있어'라고 착각한다는 소리다. 연애랑 비슷하지 않은가?

아직 잘 모르겠으면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를 해보자. 최근 자신의 연인 사이에 했던 대화를 떠올려 보는 것이다.

연인이 내게 와서 질문을 한다.
"자기는 내가 왜 좋아?"
갑작스러운 질문에 살짝 당황하는 당신,
"음... 나는 말야... 그러니까..."
당신은 선뜻 답변이 떠오르지 않는다. 그렇게 머뭇머뭇하다가 답한다.
"그러니까 말야... 내가 자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일단 자기는 우선 착하고, 남을 배려할 줄 알고, 그리고..."
그러나 이미 당신의 연인은 당신의 이야기를 듣고 있지 않다. 당신은 한동안 피곤해 진다.

이러한 패턴, 익숙하지 않은가?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는 그렇다고 당신이 연인을 사랑하는 마음이 부족하거나, 뭔가를 잘못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나도 알고 당신도 알지만, 당신은 당신의 연인을 사랑한다. 그러나 대답이 늦은 이유는 당신이 연인을 사랑하는 감정을 설명 또는 설득하기 위해 이성적인 결과물(구체적 어휘를 활용한 어휘)로 뽑아내는 데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미리 준비한 대본이 있는 게 아니라면 말이다. 특정 이유가 있어서 사랑하는 게 아니라 사랑하기 때문에 이유가 있는(만들어 낼 수 있는) 것이다.

혹 그래도 잘 이해가 안 되는 이를 위해 이에 딱 들어맞는 사례가 있다. 나는 5년째 미니쿠퍼를 타고 있다. 10년 짝사랑까지 포함하면 15년째 가슴 속에 미니쿠퍼를 품은 채 살고 있다. 이 차는 승차감도 딱딱하고 짐을 싣기에도, 지인들을 태우기에도 '써억' 유용하지 않다. 그러나 애써 운전하는 맛이 좋다며 노인이 돼서 미니에서 내리는 나를 상상하며 흡족해한다. 결국 나는 '승차감'보다 '하차감'을 더 중요하게 여기는 '감성적 호갱'인 것이다. 머리로는 다 알고 있지만 난 다시 미니쿠퍼 JCW를 장바구니에 담아두고 산다.

내 사랑 미니쿠퍼(...)
 내 사랑 미니쿠퍼(...)
ⓒ 신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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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러브마크 만들기

그럼 대체 러브마크는 어떻게 만들 수 있나? 러브마크를 잘 찍는 이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창의적인 사람보다는 발굴하는 사람이 '더 좋은' 퍼포먼스를 '더 오래' 보여주더라.

발굴하는 사람과 창의적인 사람이라... 눈치 빠른 사람은 이미 다 알아챘겠지만 '관습적'으로 테크닉을 앞세워 프로덕트 선택의 의미나 이유를 찾다보면 자칫 처음엔 매력적으로 보일 수 있지만 결국 들통나고 만다. 초반에 반짝하지만 롱런하지 못하는 프로덕트의 브랜드들이 그런 경우가 많다.

이미 많은 연구에서 증명된 것 중에, 매력적인 크리에이티브를 가진 광고의 경우 광고 태도(attitude toward advertisement)에는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지만, 브랜드 태도(attitude toward brand)나 구매 의도(purchase intention) 형성에는 실패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비싼 돈 내고 배운 티를 좀 내봤다.)

쉽게 풀어서 이야기를 해보자.

"광고를 잘 만들었더니 사람들이 광고는 좋아해, 근데 이상하게도 그 광고에 나온 제품이 좋다고 소문이 나거나 판매량이 늘어나지가 않는거야~ 답답하고 미치겠는거지. 광고는 다들 기억하는데 왜 매출은 안 오르냐고!"

종종 이런 경우를 보게 된다. 그것은 기업이나 브랜드의 실상과 광고물 간의 간극이 멀 때 발생한다. 대표적인 이유 중 하나가 테크닉을 앞세운 영혼 없는 '좋은 말 대잔치'로, 이는 들통나기 쉽다.

안타깝게도 이를 설명하기 딱 좋은 슬픈 사례가 있다. 한 대기업 브랜드 광고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가슴 따뜻해지는 슬로건과 함께 평화로운 배경과 음악, 부드러운 성우의 음성, 엄친아·엄친딸 같은 모델들이 조화를 이루며 17편이나 시리즈로 제작될 정도로 호평을 받았다. 그러나 그 기업의 주력 계열사가 신입사원들까지 희망퇴직 대상에 포함시킨 사실이 밝혀지면서 광고는 비웃음거리가 돼 버렸다. 좋은 말 대잔치를 했지만 되려 '사람이 기계다' '명퇴가 미래다' 등과 같은 씁쓸한 패러디만 남겼다.

이 경우는 러브마크를 찍으려고 인주까지 묻혔는데 안타깝게도 목전에서 실패하고 만 것이다. 캠페인은 좋았지만 실제 기업이 이러한 가치를 빛내주지 못했다. 이것만 봐도 기업이나 브랜드의 실상과 거리가 먼 크리에이티브만으로는 러브마크를 찍기 힘들다는 것을 알 수 있다.

# 이럴 때 필요한 건, 엉덩이의 힘

찾아라, 브랜드가 뭘 갖고 있는지.
 찾아라, 브랜드가 뭘 갖고 있는지.
ⓒ 신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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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되레 반감을 사지 않으려면 '내가 보여주고 싶은 걸' 고민하기 전에, '내가 무엇을 가지고 있는지 열심히 발굴'부터 해봐야 한다. 자신들에게 없는 것을 가져오는 게 아니라 자신의 프로덕트가 가지고 있는 모습 안에서 이리 저리 뜯어보기도 하고, 깊게 파보기도 하면서 자신들만이 가진 선택의 이유를 찾아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번뜩이는 아이디어도 굴리고 굴려서 단단한 알을 만들 수 있을 때 우리는 사람들을 만족시킬 수 있는 수준의 발굴이 이뤄진다.

바로 엉덩이의 힘이 필요한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무식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왠지 모르게 우아해 보이는 '브랜딩, 컨셉, 차별화, 러브마크' 이러한 단어들은 결국 농업적 근면성과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그렇다고 더 많이, 더 오래 책상에 붙어 있는다고 항상 더 잘하는 것은 아니란 것도 안다. 다만 남들보다 더 많이 고민할수록 더 잘할 수 있는 가능성에 가까워지는 거 아닐까? 안다, 충분히 꼰대스러운 거. 그러나 이러한 갈고 닦음의 시간을 거쳐서 내 프로덕트가 가진 진가를 발견할 때 우리는 러브마크에 한 발 다가서게 된다.

자, 그렇다면 이렇게 선택의 이유를 발굴만 하면 모두 다 러브마크가 되는 것인가?(to be continued)

(* 다음회에서는 러브마크를 구성하는 다른 요소와 '박원순'을 판매하기 위한 방법론이 이어집니다.)

덧붙이는 글 | 이 글을 쓴 신영웅님은 'Uncreative Director, 서울시장 비서실 미디어 비서관'입니다. 이 글을 포함해 신영웅 비서관의 다른 글 역시 필자의 브런치에서 볼 수 있습니다.



태그:#박원순, #서울시장, #마케터, #브랜딩, #러브마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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