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울했던 1980년대의 시대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리면서 큰 반향을 일으켰던 SBS 드라마 <모래시계>의 실제 주인공으로 알려진 여운환(64)씨가 자신의 무죄를 가려달라며 23년 만에 재심을 청구했다. 여씨는 지난 5일 광주고법에 1994년경 징역형이 확정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혐의'에 대해 재심 개시를 결정해달라는 소를 제기했다.

여씨는 당시 수사검사였던 홍준표 현 자유한국당 대표가 사건을 조작해 억울한 옥살이를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이에 대해 홍준표 대표 측은 일고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는 입장이다. 당시 수사가 무엇이 문제였기에 억울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일까?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팀이 여씨를 만나 그 사연을 들어보았다. 인터뷰는 앞으로 총 3회에 걸쳐 게재된다. 홍준표 대표가 반론으로 인터뷰를 원한다면 그 또한 다룰 예정이다. 인터뷰는 지난 10월 8일 이루어졌지만 재심 신청 이후 보도해달라는 여씨의 요청이 있었던 터라 지금 공개한다.

"힘 있는 자들이 만들고 연출한 무대에 억지로 불려 나가 제물이 되었을 뿐이다. 그 무대 위에는 '모래시계 검사'라는 엉터리 3류 작가가 등장하고, 세 치 혀로 국가 기관과 국민을 우롱한 희대의 사기꾼과 그 사기꾼에게 농락당한 것을 알면서도 진실을 은폐하려 했던 공직자들이 숱하게 등장한다"  - 여운환 저 <모래시계에 갇힌 시간>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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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운환 씨가 광주에 있는 아름다운컨벤션 사무실에서 <인터넷언론인연대> 취재팀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 인터넷언론인연대	관련사진보기

1년 선배였던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 잘나가는 검사 홍준표와 악연

-홍준표 당시 검사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어떻게 두 사람 간의 인연이 맺어지게 됐는가?

"1991년도 10월 초쯤일 것이다. 홍준표씨가 광주에 부임 하고 난 뒤 담합을 통해 국가 예산을 축 낸 건설업계 입찰 비리를 수사했다며 방송에 직접 나와서 인터뷰를 하더라. 그때만 해도 검사가 방송국에 나와서 인터뷰하고 하는 것이 상당히 이례적이고 쉽지 않은 일이었다. 한마디로 의기양양해 하는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가 보다 했다. 지역에 건설회사가 몇 개 안될 때였다. 이런 과정에서 그 양반의 이름을 듣게 되었다.

홍 검사가 강력부 소속이었는데 부장이 남OO이었다. 대전분인데 그분하고 저하고는 상당히 가까운 관계였다. 그분이 1981년도인가 부산에서 전근 왔다. 나는 그때 숙박업을 하고 있었다. 그분이 부산에서 광주로 이사를 와야 하는데 바로 집을 얻지 못하니까 우리 집에서 한 달 정도 계셨던 인연이 있었다. 남OO 형이 십몇 년 만에 광주에 다시 부장이 되어서 오셨다.

그런데 느닷없이 이분이 '홍준표 검사를 아느냐? 만난 적이 있느냐?'고 묻더라. 그래서 저는 '만난 적은 없지만, 그 사람이 인터뷰에도 나오고 그러더라'고 답했다. 그러자 '홍 검사가 너한테 오해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니가 절대로 그런 사람이 아니다. 오해를 풀라고 하면서 한번 만나보라고 했으니 한번 만나보라'고 하더라. 그래서 '언제 기회가 있으면 만나지요'하고 말았다.

홍준표가 아무리 잘나가는 검사라고 해도 나만 만나면, 수사받고 구속되는 사람들한테는 내 모습이 이상하게 보이지 않겠느냐? 좋은 만남으로 인연이 있으면 만나는 것이지 이해관계를 가지고 만나려는 그럴 생각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오해를 할 것을 해야지'하면서 그냥 넘어갔는데 그러고는 시간이 좀 지났다.

당시 광주에는 골프장이 두 개 있었다. 군 공항에 체력단련장이라고 해서 하나 있고 광주CC가 있었다. 방위를 받던 시절 가깝게 지냈던 보안대 장교 일행과 그곳에서 골프를 치고 난 뒤에 클럽하우스에서 식사하던 중이었다.  

서너 명의 사람들이 클럽하우스로 들어왔다. 그들 중 백도영이라는 사람이 있었다.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서방파 두목 김태촌씨가 저한테는 1년 선배다. 백도영이가 그 김태촌씨 밑에서 생활을 하면서 조금 편한데 가서는 건달 행세도 했고 사업도 하고 그랬다. 저를 상당히 어렵게 아는 친구다. 그 친구가 내 자리에 왔다. 그래서 '왔는가'라고 하면서 '누구랑 왔는가?'하고 인사했다.

건달이라고 하는 놈이 지금 건달들을 많이 잡아서 넣고 구속 시키는 검사를 데리고 왔으니 그랬을 텐데, 멋쩍은 표정으로 '홍준표하고 왔네'라고 말했다. '그래. 또 누구랑 왔어?'라고 물었다. 그랬더니 한 사람은 건설업자고 또 한 사람은 박OO 내과원장이라고 홍준표 집 주인이라고 하면서 나한테 '홍 검사한테 인사나 하면 어떠냐?'라고 했다.

그런데 나도 사람들과 같이 밥을 먹고 있었고, 연배나 높고 그러면 모르겠지만 밥 먹다 말고 인사하러 간다고 뽈딱 일어나면 그것도 멋쩍은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다음에 보세. 운동하소'라고 말하고는 인사하러 가지 않았다.

홍준표가 씁쓸해했을 것 같다. 자기 집주인도 있고, 그렇지 않아도 폼 잡기 좋아하는 친구가 광주에서 잘나간다고 하는 놈이 뽈딱 일어나서 자기한테 인사도 하고 그러면 좋을 것 같은데 안하고 무시하니까. 홍준표 눈에는 내가 자기 부장하고 가깝고 하니까 뒤틀리게 볼 수 도 있었을 것 같다. 나는 전혀 그런 생각이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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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 드라마 모래시계에서 정성모는 여운환을 묘사했다.
ⓒ SBS 드라마 화면 캡처	관련사진보기

'깡패가 인사 청해오길래 거부했다'는 말은 사실 아니야

-홍준표가 내사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던 시점이었나?
"내사를 하고 있는지는 꿈에도 몰랐다"

-그 후에 언론 보도를 보면 골프장에서 홍준표는 깡패가 인사를 하자고 해서 왜 인사를 하느냐고 했다는데?
"깡패가 인사하자고 했다는 건 홍준표 말이다. 내가 저하고 인사하자고 한 적이 없다. 홍준표 자리와 내 자리가 멀리 떨어져 있었다. 내가 밥 먹다 말고 갔겠나? 안 갔다. 저는 높은 사람보다 낮은 사람에게 더 잘한다. 그런 자존심은 지키고 살았다.

여러 날이 지났다. 여비서가 (광주지검) 103호실에서 전화가 왔다고 해서 받았다. '나 이OO이네(검찰청 계장, 광주 선배).' 그래서 '형님, 잘 계셨습나요. 어쩐 일이십니까?'했더니 '자네, 홍준표 검사님께 한 번도 인사 안 드렸는가'라고 말했다. 제가 '말씀은 많이 들었는데...'라고 말을 하는데 홍 검사가 옆에 있다는 느낌이었다. 그러자 이 계장이 '응, 인사드리소, 홍 검사님 바꿀게'이래서 통화가 됐다.

'검사님, 안녕하십니까.'
'어어...103호실에 홍준표요.'

'그러십니까. 말씀 많이 들었습니다. 전화로 인사드리게 됐네요.'
'여 사장, 우리 한 번 만납시다.'

'그렇지 않아도 한번 뵙고 싶었습니다. 어디 잘 가시는 식당 있으면 예약하겠습니다'
'그건 중요치 않고, 한번 만납시다.'

그렇게 해서 약속 시간을 정했다. 정확한 날짜는 기억 안 나지만 멀지 않은 시간이었다. 약속 당일 현장에 갔다 온 후 국제호텔 사우나에서 목욕을 하고 있는데 회사에서 비서가 전화가 왔다. 103호실에서 전화해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홍준표에게 전화를 걸었다.

'아, 여 사장 말이오, 오늘 만나기로 했죠?'
'준비하고 있습니다.'

그러자 '내가 여 사장 만나는 것이 좀 마땅치 않고 여 사장이 우리 사무실로 와서 차 한잔합시다. 안면을 익히고 다음에 밖에서 만나더라도 만나는 게 좋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래서 '검사님, 제가 사무실 가서 만날 이유는 없을 것 같고, 다음에 만날 기회가 있으면 만납시다. 검사님이 시간 나시면 연락 주십시오'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게 전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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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상원은 홍준표 검사의 모델로 그려졌다
ⓒ 드라마 모래시계 화면 캡처	관련사진보기

추석 선물 주방용 '행켈' 세트... '사시미 칼'로 협박했다고 왜곡

시간이 지나 추석 명절이 됐다. 홍준표와 나와 악연이 시작된 건데 프로그램으로 짜도 이럴 수는 없을 것 같다.

그 당시에 국가안전기획부(국가정보원의 전신) 수사계장을 했던 안OO씨 동생인 안OO가 있었는데 내 친구다. 안OO이 사업에 실패한 후 다시 시작한 것이 수입 전자제품 판매 사업이었다. 추석이 되니까 자기가 취급하고 있는 제품을 명절 선물로 구매를 하면 어떻겠냐고 부탁했다.

명절에 2~3만 원짜리 선물을 돌리고 나면 잘 넘어갈 때인데 후라이팬이 7만 원쯤 했고 행켈 (독일산 주방용 칼)이라고 칼 7개가 한 세트인데 11만 원인가 13만 원인가 했다. 이걸 상당량을 구매해서 추석 선물로 돌렸다.

나는 홍준표가 나와 한아파트에 산다는 것을 꿈에도 몰랐다. 현대아파트라고 광주 북구 구산동에 막 지어서 입주를 했는데 그때 광주에서 가장 큰 아파트였다. 많은 사람들이 선호했다. 105동에서 살았는데 단지 중간이었고, 홍준표는 1105호인가 끝 단지였다. 우리 단지 내에서만 선물을 몇십 개 돌렸다.

홍순표씨라고 (아파트 11동) 5라인에 제 주치의 역할을 하던 형이 있었다. 그 형한테 갈 선물인데 외국에 나가셔서 집을 비우니까 기사가 전달하러 가서 못 만난 거다. 그래서 잘 아는 경비원이니까 맡겼는데 그 양반이 실수로 선물을 '홍순표'와 비슷하니 '홍준표'를 준 것이다.

그때 내가 목포에서 백제관광 호텔을 할 때다. 제 명함이 붙어있으니 홍준표가 내심 '나한테 선물을 보냈구나' '이 새끼가 꼬리를 살짝 내리네' 이런 생각을 했을 수도 있다. '이거 엄청 비싸고 좋은 것인데'라고 하면서 '선물을 집사람이 좋아하더라'고 했다. 다 자기 입으로 말한 것이다.

기사가 다음날 경비원에게 '잘 전해줬냐'고 물었더니 '506호 홍 검사한테 줬다'고 말했다더라. 그래서 기사가 '검사가 아니고 의사인데'라면서 다시 확인하니까 선물이 홍 검사한테 잘못 간 거였다.

내가 알았으면 그냥 뒀을 것이다. 그런데 이게 운명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기사가 경비원한테 선물을 잘못 전했다고 타박하니까 경비원이 홍준표 집을 찾아가 다시 가져와서는 자동차에 실어 놨더라. 기사도 잘못 전했다가 되돌려 받았다는 말을 안 하고는 '(선물이) 하나 차에 실려 있습니다'라고 해서, 그 선물을 다른 사람한테 했다.

그리고 시간이 좀 지났다. 그랬는데 김태촌 동생이라는 사람이 '홍준표 검사가 꼭 한 번만 만나자고 한다'고 해서 그 친구하고 나하고 같이 저녁 7~8시쯤 되어서 103호 실로 갔다. (홍 검사가) 반갑게 인사하더라. 그런데 10분도 안 되어 가지고 자기 얘기만 했다.

'여 사장! 정덕진이 알죠?'
'얼굴은 전혀 모르지만, 그분 (이름) 모르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그랬더니 홍 검사가 '노태우 대선자금 60억 받은 정보를 가지고 정덕진 잡아넣으려고 무지하게 하다가 광주로 오게 됐다' 그러면서 캐비닛을 막 열면서 '이게 정덕진 서류'라고 자랑했다. 저는 속으로 '정덕진이가 어마어마한 사람이고 정관계 모르는 사람 없는데 당신이 먼저 자빠질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같이 갔던 친구가 약속이 있다면서 먼저 가고 난 후, 홍 검사와 둘이 이야기를 하는데 나하고 같은 아파트에 같이 살고 있다고 했다. 처음 들었다. 그래서 속으로 '어매, 이 새끼 뭔 일이 다냐'라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골프를 시작했는데 같이 치자고 하더라. 상관들 때문에 광주는 조금 그렇다면서 '이리에 있는 팔봉에 가서 골프 하면 어때요'라고 하면서 '요즘은 그냥 골프 생각밖에 안 난다'고 말했다.

그래서 '아. 그러시냐' 하면서 '내가 수산 가공업 때문에 대전 동양백화점 하는 사람하고 프랑스를 갔다가 10월 7일경에 들어옵니다. 갔다 와서 뵙지요'라고 말하면서 속으로는 '골프채 좋은 거나 사다 줘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화기애애하게 이야기를 하다가 얼른 가야겠고 해서 '저도 아까 말씀 못 드렸는데, 서울에서 손님이 와서 자리를 떠야겠습니다. 다음에 모시고, 먼저 일어서야겠습니다'라고 말했다.

그랬더니 '어이. 여 사장 말이요. 나는 뭐 열두시고 뭐고 마누라쟁이가 밥 차려 놓습니다. 한 아파트고 그러니까 같이 갑시다'라고 말했다. '검사님 제가 지금 꼭 가야 합니다. 죄송합니다'고 말하고는 나왔다. 이게 저하고 나하고 사건이 나기 전까지의 인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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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BS드라마 모래시계는 80년 광주항쟁을 처음으로 그리면서 그 반향은 더욱 컸다
ⓒ 드라마 모래시계 화면 캡처	관련사진보기

자수한다고 해도 말렸던 홍준표 검사... 뒤로는 언론플레이 준비

그런 후 나는 프랑스로 갔다. 그때만 해도 휴대폰 이런 게 없으니까, 방에 들어가면 교환한테 신청을 해서 콜렉트콜로 전화할 때였다. 집으로 전화를 하니까. '보OO 아빠'가 급히 전화를 해주라고 했다고 해서 '뭔일이당가?' 그러면서 남 부장한테 전화를 했어요. 전화를 하니 남 부장이 '홍준표 이놈이 사고를 쳐놨어' 그러면서 '곧 수습이 될 것이다. 시간이 필요하니까 조금만 있다 들어오라'고 했다.

그런데 바로 국내로 들어온 후 서울 논현동에 안마시술소가 하나 있는데 내 친구가 그리로 들어가자고 해서 갔다. 거기서 홍준표한테 전화를 했다. 지금 서울이라고 하면서 '홍 검사님! 이럴 수가 있습니까'하고 말이지. 그러자 홍 검사는 나한테 '서울이요? 언제 왔어요?'라고 묻고는 '지금 오면 안 됩니다. 여 사장 지금 오면 안 되고 좀 준비를 했다가'라고 말해서 내가 '뭔 준비를 합니까?'하고 묻는데 전화가 그냥 끊어졌다.

그리고는 바로 사전구속 영장을 받았더라. 지금처럼 영장실질심사도 없을 때라서 바로 구속된다. 조폭 두목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조선일보>와 <한국일보> 1면에 났다. 알고보니 그동안 털어도 먼지가 안 나니 나를 어쩌지를 못하고 있었는데 국제 PJ파 두목으로 재판을 받던 김OO이 항소심 선고 10일을 남겨놓고 탄원서를 썼다. 변호사 코치를 받아서 탄원서에다가 자기는 두목이 아니고 부두목이라고 했다.

이런 탄원서를 제출하자 홍준표가 바로 데려다가 딜을 한 거다. 조서를 받아 가지고는 그걸 근거로 사전구속영장을 받았다. 김OO은 그 후 항소심에서 2년 얼마인가를 형량을 깎아서 3년인가를 받았다. 걔는 지 편할 대로 하고 홍준표는 걔 진술한 거 받아 갖고는 나를 (국제PJ파 두목으로) 몰아버린 것이다.

그 안에도(검거되기 전) 홍준표한테 두 번인가 전화를 했다. '검사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있을 수 없는 일 아닙니까?'라고. 그런데 나를 어떻게 매도를 해버렸느냐 하면 자기 검사장이 문OO라는 사람이었다. 이분이 아주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이 양반이 전라북도 전주 검사장을 하면서 폭력배들을 일망타진했던 분이다. 홍준표가 그걸 딱 이용을 한 거다.

그 검사장한테 뭐라고 했냐면, 광주에는 여운환이라는 건달이 있는데, 경찰은 물론 보안대 안기부 그리고 검찰청도 몇 사람 빼고는 전부 다 여운환 비호세력이라고 말을 했다. 그러면서 자기가 나를 내사 하니까 '사시미 칼을 보내 갖고 위협을 했다'고 말하니까 (문 검사장이)돌아버린거다.

그 후 철저하게 그분(문 검사장)이 벽을 쳐줬다. 그러고 내 사건은 자기한테 직보하라고 했다. 그때 시절이 범죄와의 전쟁이 한창이면서 조폭은 간첩 같은 시절이었다. 간첩을 비호 할 수 없듯이 누구도 조폭을 비호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그러니까 조폭으로만 몰아가면 끝이었다. 홍 검사는 그냥 용맹한 검사가 됐는데, 자기가 딱 그렇게 만든 거다. 그런데 추석 때 잘못 배달됐던 주방용 행켈 세트가 법무부 백서에도 나온다. 검사가 조직폭력배 두목을 내사하니 '검사한테 사시미칼을 보냈다'고 말이다.

억울해서, 내가 검사장한테 편지를 썼다. '검사장님, 오해십니다. 내가 언제 태어나서 어떤 일을 했고 우리 집안은 어쩌고 내 재산은 이러하고 내가 한 번도 이권에 개입한 사실이 없습니다. 그러면서 내 재산 목록을 다 써서 보내면서 뒷조사를 해보십시오'라고 했다.

그러면서 '홍준표 검사가 사감에 의해서 이렇게 하니 검사를 바꿔주면 내일이라도 자수해서 들어가겠습니다'라고 편지를 썼다. 그런데 그걸 그대로 홍준표 검사한테 줘버렸다. 홍준표는 또 그것을 사건 기록에 딱 붙였더라. 내가 썼던 목록. 그런데 그 목록이 드라마 <모래시계>에 딱 나온다. 요만큼도 안 틀리게.

<모래시계>에서는 이 재산목록을 광주 폭력배 정성모한테 썼다가 또 최민수한테도 쓰면서 난리를 친 것이다. 그렇게 하니까 자기 부장인 남OO은 '남 검사' 홍준표는 '홍 부장' 이라고 광주에서 회자가 돼버렸다. 나는 두달 여 도피생활 끝에 1992년 1월 16일 검거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