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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초등학교 학생들의 충무공 글로벌 리더 스쿨 기념촬영 모습
 도원초등학교 학생들의 충무공 글로벌 리더 스쿨 기념촬영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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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도원초등학교(교장 김종인) 학생들의 범선체험 독서 토론캠프 현장을 다녀왔다. 공룡섬 사도를 거쳐 안도에서 1박 2일(지난 9일~10일) 동안 치밀하게 실행된 캠프에는 학생 34명과 교사 8명이 참여했다.

'도원초등학교 충무공 글로벌 리더스쿨'의 목적은 토론을 통해 글로벌 리더를 기르기 위함이다. 캠프를 떠나기 전 담당교사들은 토론방법을 여러 차례 교육했다. 독서캠프에 참가한 학생들이 반드시 읽어야 할 필독서는 최지운씨가 쓴 <징비록>. 책 내용을 살펴보니 찬반양론으로 갈려 치열한 토론이 가능하도록 잘 구성되어 있었다.

토요일 오전 9시 반, 국내유일범선 코리아나호에 승선한 학생들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여수에 살아도 배를 처음 타본 학생도 있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범선은 말할 것도 없다.

항구에 나와 아이를 떠나보내는 부모들 얼굴에 웃음기가 없다. 세월호와 낚싯배 사건으로 걱정이 되는 건 당연하다. 학생들 얘기에 의하면 배타기가 겁나 신청을 포기한 학생도 있었다고 한다. 여러 가지 어려운 상황임에도 아이들의 장래를 위해 선뜻 선상 캠프를 결정한 학교 당국자가 고마울 따름이다.

소호항을 떠나기 전 갑판에 학생들을 모아놓고 주의사항을 전한 코리아나호 정채호 선장은 "물때가 안 맞아 공룡섬 사도는 못가고 금오도 비렁길 한 구간을 가겠다"고 한다.

공룡섬 사도 방문은 학생들에게 최적의 견학코스

아쉽다. 비렁길은 어른들이 좋아할 탐방로지만 사도는 학생들이 좋아할 장소이기 때문이다. 금오도를 향해 30분쯤 달리던 배가 사도로 방향을 틀었다. 다행히 바다 사정이 나아졌기 때문이다.

코리아나호에 승선한 도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중간 기착지인 사도에 내리고 있다
 코리아나호에 승선한 도원초등학교 학생들이 중간 기착지인 사도에 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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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원초등학교 학생들이 공룡섬 사도를 돌아보고 기념촬영했다
 도원초등학교 학생들이 공룡섬 사도를 돌아보고 기념촬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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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도를 방문한 도원초등학교 학생들이 화석이 된 규화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사도를 방문한 도원초등학교 학생들이 화석이 된 규화목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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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 낭도리 공룡 화석지에 속한 사도, 추도, 낭도, 목도, 적금도 일대에는 공룡 발자국화석이 3546점이나 있다. 사도는 천연기념물 제434호로 지정(2003. 2. 4)된 공룡섬이다. 사도는 백악기 퇴적층으로 이뤄진 자그마한 섬이다. 하지만 앞발을 들고 뒷발만으로 걷는 조각류, 육식동물인 수각류, 목이 긴 초식동물인 용각류 등의 공룡 발자국이 755점이나 있는 섬이다.

배에서 내리자 섬 입구에 선 티라노사우루스 모형을 만지던 학생들은 공룡 공원에서 다양한 공룡들에 대한 자료를 읽었다. 섬 주위를 한 시간 동안 학생들은 바위 속에 묻혀 화석이 된 규화목과 거북바위, 얼굴 바위 등을 구경하고 안도를 향해 떠났다.

경기도 이천에서 회사 동료들과 안도로 낚시를  왔다며 한 시간 반 만에 잡은 고등어를 손질하고 있다
 경기도 이천에서 회사 동료들과 안도로 낚시를 왔다며 한 시간 반 만에 잡은 고등어를 손질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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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쯤이 되어 코리아나호가 목적지인 안도 서고지항에 가까워지자 파도가 점점 높아졌다. 식당에서 저녁을 먹은 학생들은 여안초등학교 독서실에 도착해 토론준비에 들어갔다.

안도 소재지에 있는 여안초등학교. 양지쪽에 예쁘게 자리한 학교 운동장에는 잔디가 깔려있지만 왠지 휑한 느낌이다. 한때 전교생이 3~4백 명까지 됐었지만 겨우 6명만 남았기 때문이다. 독서실에 들어가니 비치된 도서와 교구들이 가지런히 정비되어 있었다.

선조의 피난에 대해 치열한 찬반 토론 벌인 초등학생들의 식견에 감탄해!

<징비록(懲毖錄)>은 "부끄러운 잘못을 스스로 꾸짖고 교훈을 얻어 훗날 위기를 준비하자는 책"으로 임진왜란 당시 선조를 모신 명재상 유성룡의 작품이다. 유성룡은 주위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다시는 부끄러운 국난을 당하지 말자는 의미에서 징비록을 썼다.

독서토론 지도교사인 김부림(순천신흥초 수석교사)교사가 학생들을 9개의 모둠으로 나누고 '독서토론 골든벨'을 시작했다. 김정현(순천 동산초) 교사와 이승조(순천 동명초)교사가 팀을 이뤄 징비록 속에 나온 자료를 문제로 만들어 24문제를 제시했다. 골든벨 문제로 제시된 1번 문제는 다음과 같으며 나머지 문제도 비슷한 유형이다.

독서 토론 골든벨을 진행한 김정현(왼쪽) 교사와 이승조 교사 모습
 독서 토론 골든벨을 진행한 김정현(왼쪽) 교사와 이승조 교사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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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90년 3월 조선의 두 사신이 일본으로 가게 됩니다. 이 두 사신은 일본의 정황을 살피고 조선에 돌아와 정반대 의견을 조정에 보고하는데 사신이었던 황윤길은 일본이 쳐들어온다고 했지만, 또 한 사람은 안 쳐들어온다고 했습니다. 이 사람은 누구일까요?"

학생들이 맞춰야 할 정답은 '김성일, 한산도대첩, 훈련도감, 백의종군, 명량대첩, 노량해전, 인조반정, 남한산성, 삼전도' 이다. "아~!"하는 탄식과 "야! 맞췄다"하는 환호성 속에 정답을 가장 많이 맞힌 조는 8모둠이다.

김정현 교사가 어른도 어려워할 문제를 냈다. "정답으로 나온 9개 사건을 모둠 속에서 토론을 거쳐 시대순으로 나열하세요." 각 조의 조장이 나와 시대순으로 나열하며 이유를 설명했다. 9개의 사건을 시대순으로 나열한 조는 없었지만 두 개만 틀린 6모둠이 상품을 탔다.

이순신 장군에 대해 설명하던 한 학생은 "이순신은 우리에게 일본말을 안 쓰게 해준 사람입니다"라고 발언했다. 그 중 1조장 정이룸 학생의 설명이 기자를 감동시켰다.

정이룸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정이룸 학생이 자신의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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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순신 장군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전장터에 나갔습니다. 나라가 자신을 배신했지만, 장군은 국가를 배신하지 않은 사람입니다"

골든벨 시간을 마치고 10분간 휴식한 학생들에게 본격적인 토론시간이 돌아왔다. 김부림 교사가 토론방식을 화면에 비춰주며 조별토론을 거쳐 각자의 의견을 발표하도록 했다. 토론방식이다.

▲토론주제 - 선조가 한양을 버리고 피난을 간 것은 잘한 일이다
▲1차 발언(주장 펼치기) - 자기주장과 근거를 발언
▲2차 발언(반론 펴기) - 1차 발언에 대한 질문 및 반론하기
▲3차 발언(반론 꺾기, 재반론하기)- 2차 발언에 대한 답변과 재반론
▲최종발언(주장다지기) - 자신의 입장을 최종적으로 정리 발언


찬성과 반대토론에 나선 학생들의 의견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찬성 쪽에 선 주이찬 학생은 "잘한 일입니다. 왕이 없으면 나라가 망한 것입니다. 학교에 선생님이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라고 주장했다. 강은성 학생은 "일본의 목표는 왕을 사살하는 것이기 때문에 잘한 것입니다"라고 주장했다. 반대쪽에 선 정이룸 학생이 근거를 내세우며 이유를 들었다.

독서토론을  지도하는 김부림 교사가 토론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독서토론을 지도하는 김부림 교사가 토론방식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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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안초등학교 도서실에서 열린 토론 현장 모습
 여안초등학교 도서실에서 열린 토론 현장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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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지민 학생의 독서토론 노트로 선조가 백성을 버리고 피난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유를 꼼꼼이 적고 있다.
 윤지민 학생의 독서토론 노트로 선조가 백성을 버리고 피난한 것은 잘못된 일이라며 이유를 꼼꼼이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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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립 장군이 죽었기 때문에 자신의 죽음이 두려워서 피난한 것이 잘한 것입니까? 백성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고 했는데 목숨이 두려워 도망간 것 아닌가요?"

류지예 학생이 찬성 발언을 했다.

 "왕도 사람이기 때문에 살려고 하는 것은 인간의 본성인데 그게 잘못입니까? 선조가 한양에 있으면 꼭 죽었다고 생각합니다"

치열한 찬반 토론이 계속됐지만, 발표에 자신감 없는 학생들은 몸을 비비 꼬며 말을 더듬기도 했다. 박제신 학생은 "왕이 죽으면 나라가 망한다고 했는데 왕이 죽는다고 나라가 망하지 않는다"는 주장을 펼쳤다.

교사 2명 학생 3명으로 구성된 판정단이 내린 결과는 3대2로 찬성쪽이 우세한 결과가 나왔다. 반대의견을 내린 김정현 교사가 이유를 설명했다.

9모둠의 치열한 토론을 뒤에서 지켜본  5명의 판정단이 판정을 내리고 있다. 찬성 3 반대 2의 결과가 나오고 판정단들은 각자가 내린 판정에 대한 이유를 말했다
 9모둠의 치열한 토론을 뒤에서 지켜본 5명의 판정단이 판정을 내리고 있다. 찬성 3 반대 2의 결과가 나오고 판정단들은 각자가 내린 판정에 대한 이유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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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이 신하와 토론을 거쳐 국사를 결정하는 것을 경연이라고 해요. 세종은 1898회, 영조는 3458회, 성종은 9006회를 했다고 해서 성군으로 평가받았습니다. 선조는 경연하기를 싫어했다고 합니다. 지도자의 판단을 좌우할 수 있는 것은 토론입니다. 여러분도 자주 토론을 거쳐 훌륭한 지도자가 되십시오"

마지막 시간은 심청 골짝나라 강채구 교사의 롤러 보드와 드론 연수시간이다. 롤러보드 타기 설명을 마친 강 교사가 드론의 역할과 사용법을 설명한 후 "여러분 드론에 관심을 가지면 무슨 일이 일어납니까?"하고 묻자 한 학생이 "우리 아빠의 돈이 나갑니다"라는 말에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됐다.  
심청골짝나라 강채구 교사가 드론 사용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심청골짝나라 강채구 교사가 드론 사용법에 대해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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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열한 토론과 격론을 마치고 교실 밖으로 나와 별빛을 보던 한 학생이 하늘을 보고 외쳤다. "야! 섬에 오니까 별도 많고 아름답다!" 밤늦은 시간까지 토론하며 유익한 시간을 보낸 학생들 머리에 별이 총총히 빛나고 있었다. 학생들의 미래도 별처럼 빛나기를 빌었다.     

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에도 송고합니다



태그:#도원초등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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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과 인권, 여행에 관심이 많다. 가진자들의 횡포에 놀랐을까? 인권을 무시하는 자들을 보면 속이 뒤틀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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